'국회 없는 제헌절' 현실로..49일째 원구성 합의 실패
74년 전 헌법 공포를 기념해 제정된 제헌절에도 국회는 없었다. 국회 공백이 17일로 49일째 이어졌다. 여야는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합의 시한으로 잡은 이날도 ‘네 탓’ 공방만 벌인 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여야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헌절 경축식에서 신경전을 벌였다. 공식 행사에 앞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5부 요인, 여야 지도부가 만난 자리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을 본 김영주 국회부의장은 “눈을 좀 마주치시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맨날 눈 마주친다. 불꽃이 튀어서 문제지”라고 말했다. 권 대행은 축하 인사를 건넨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축하는 뭘. 매일 박홍근 원내대표에게 혼나고 야단맞고”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권 대행은 원내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대정부질문을 먼저 진행하고, 상임위원장을 그 뒤에 뽑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 의장은 경축사에서 “민생 현안이 산처럼 쌓여있다. 시급히 원 구성을 끝내고 다시는 국회 공백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법과 관행을 정비하자”고 했지만 진전은 없었다.
여야는 서로를 향해 협상 지연 책임을 돌렸다. 양금희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여당 시절 ‘일하는 국회’를 외치던 민주당은 야당이 되자 국회를 공전 상태로 만들고 있다”며 “민주당의 멈출 줄 모르는 독선에 가로막혀 국회는 원 구성을 못한 채 제헌절을 맞이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이 저렇게 나오는 것은 아무리 곱씹어도 이미 국정의 여러 분야에서 엄청난 실책들이 빚어졌는데 이에 대한 국회의 질책이 나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각 상임위가 열리면 업무 보고를 받고 거기에 대해서 국회의 질책이 예상될 테니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기 위한 속셈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여야가 지난 14일 쟁점이던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구성에 잠정 합의하면서 협상 타결 기대감이 컸다. 권 대행이 이 같은 내용을 언론에 밝히자 민주당이 “언론 플레이를 한다”며 협상 중단을 선언한 이후 교착 상태다. 대부분 사안에 의견 접근을 이룬 가운데 ‘방송 장악’ 논란이 걸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와 행정안전부 경찰국 설치가 쟁점인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가 남아있다. 국민의힘은 두 상임위원회 중 하나는 여당이 차지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장을 넘겼으니 과방위·행안위 모두 야당이 위원장을 맡겠다는 입장이다.
김 의장은 지난 15일 양당 원내대표 회동 이후 과방위의 방송 정책 관련 기능 조정 등이 담긴 중재안을 제시하는 등 막판 협상 타결을 위해 노력 중이다. 여야 모두 따가운 여론을 의식하고 있어 협상이 머지않아 타결될 거라는 기대도 있다. 이날 여야 원내 지도부가 직접 만나지는 않았지만 전화를 통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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