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예술가로 취업하는 법..나무 조각가 박수환

YTN 2022. 7. 17.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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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작은 나무 조각들이 작품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청년 나무 조각가, 박수환 씨의 행복한 작업 공간입니다.

[박수환 / 나무 조각가 : 애착이 가는 작품은 지금 제 뒤에 있는 저 작품이고요. 이 작품을 만들면서 나무라는 재료를 어떻게 가지고 놀아야 하는지, 내가 정말 나무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그런 것들을 정말 많이 깨닫게 해준 것들이고.]

한국에서 예술고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그저 나무에 조각하는 일이 즐거웠던 수환 씨,

미대에 진학했지만, 예술가로서 꿈만 바라보며 살아가기엔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학비는 물론 재료비와 생활비까지, 당장 급한 금전 문제를 해결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박수환 / 나무 조각가 : 금전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많았죠. 재료비나 생활비, 학비 모든 걸 충당하기에는 제 능력도 안 됐고 그래서 고민이 많았죠. 그래서 일단은 제일 먼저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다시 생각하게 됐고.]

버거운 현실에 쪼들리면서 조각가가 되는 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길이 맞을까?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할 무렵, 수환 씨는 독일 직업학교인 '아우스빌둥'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흔히 자동차 정비공 등 기술자 직업 학교로 잘 알려진 '아우스빌둥'에, 예술가를 위한 직업 교육 과정도 있었던 건데요.

[박수환 / 나무 조각가 : 배움에 있어서 금전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것, 배움에 체계가 있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어디일까 하다 보니까 학비가 없는 독일을 찾게 되었고 거기서 제가 좋아하는 나무로 작업할 수 있는 '아우스빌둥'을 찾게 되었고 그래서 이쪽으로 제가 진행하게 된 거 같아요.]

직장과 연계돼 실습 위주인 기업형과 달리, 수환 씨가 교육받은 학교형 '아우스빌둥'은 급여가 지급되지 않습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와 학교생활을 병행하는 삶은 한국과 비슷했지만, 기본 학비가 무료인 데다가 장학금을 지원하는 단체가 워낙 다양해, 오롯이 학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었습니다.

[박수환 / 나무 조각가 : (장학금도) 개인적으로 재단이나 이런 데를 신청할 수도 있고, 그런 식으로 해서 가능성은 열려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얻는 건 없고 찾아보고 움직이면 가능성은 항상 열려있습니다.]

[사라 베너 / 동료 : 수환 씨는 아주 부지런했어요. 그 당시엔 독일어를 구사하지 못해서 그런지 쑥스러움도 많았죠. 그렇지만 아주 도전적이었고, 주변에 협조적인 부분에 많은 동창이 감명받기도 했어요.]

직업학교에서 꼬박 3년 과정을 마치고 졸업한 지 여섯 달 남짓, 지금은 학교에서 200km 떨어진 지역의 유명 조각가 밑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졸업을 앞둔 시절엔 수환 씨도 다른 여느 학생들처럼 취업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마냥 혼자 끙끙 앓는 대신 '아우스빌둥'의 졸업생들을 수소문해 직접 찾아가며 정보를 얻었다고 합니다.

이런 노력 끝에 한 선배를 통해 지금의 공방 대표를 만나게 됐고, 나무 조각가로서 일자리까지 갖게 된 거죠.

[박수환 / 나무 조각가 : 저도 졸업하면 뭐하지, 시간 나면 정보 수집을 많이 했고. 그러다 보니까 실패하게 되면 플랜 A를 만드는 게 아니라 플랜 C까지, D까지 만들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많이 고민하게 됐고 졸업생들한테도 많이 물어봤고 그렇게 정보를 모으다 보니까 어느 순간 이게 일상같이 되더라고요.]

[토마스 료텔 / 공방 대표·조각가 : (먼저 졸업한 학생이) 수환 씨의 작품을 제게 보여줬고, 함께 해도 되는지 열정을 갖고 물어봤어요. 저도 되게 흥미로웠고 함께 하자고 했죠. 수환 씨는 실질적으로 제게 정확히 묻고, 어떠한 과제를 진행해야 하는지, 제게 어떤 도움을 줄지 안전하게 판단해서 진행하죠. 그래서 제가 뭘 필요로 하는지 정확히 도움을 주며 저를 지원해줍니다.]

독일 직업학교를 통해 단순히 학업의 기회뿐 아니라 나무 조각가로서의 꿈을 연장했다는 수환 씨,

자신처럼 독일 직업학교 진학을 꿈꾸는 한국의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습니다.

자동차 정비 등 다른 기술 직종에 비해 예술 분야는 정보가 많지 않아 좌절하기 쉬운 만큼, 그 길을 먼저 걸어간 이들과 현장을 직접 부딪치며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다 보면 땀의 결실을 얻게 된다는 겁니다.

[박수환 / 조각가 : 이쪽 예술계통 아우스빌둥을 하려고 하신다면 정보가 적기 때문에 발품을 직접 팔아야 하거든요. 그래서 적극적인 자세로 그리고 도전한다는 정신으로 많이 움직이셔야 할 거고 제가 그랬듯이 직접 들고 찾아가서 얘기하고 그런 식으로 하면 좋은 결과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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