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카메라]항구는 북새통..불났다 하면 서너 척 활활

배유미 2022. 7. 17.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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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항구에 정박 중인 배에 불이 났다면 무슨 일부터 해야 할까요.

불을 끄면서 어떻게든 다른 배들에 옮겨붙지 않게 피신시키는 게 상책이죠. 

그런데 이런 방법이 안 통하는 곳이 있습니다.

현장 카메라, 배유미 기자가 오늘은 제주도로 출동했습니다.

[기자]
불에 탄 선박 인양작업이 한창인 제주 한림항입니다.

이 배에서 불이 나 옆에 있던 배 2척도 불길에 휩쓸렸는데요.

이런 연쇄 선박화재가 최근 제주에서만 2건 있었습니다.

났다 하면 큰불이 되는 선박 화재.

이유가 뭔지,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나란히 붙어선 배 3척이 시커먼 연기를 내뿜으며 타고 있습니다.

지난 4일 발생한 성산항 화재도 비슷합니다.

방화범이 불을 지른 건 한 척인데 옆에 있던 배들로 불이 번졌고, 기름이 새어 나오면서 불길은 더 거세졌습니다.

한림항은 7시간, 성산항은 12시간 동안 화재가 계속됐습니다.

인명피해도 발생했습니다.

한림항 화재로 3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습니다.

[인근 주민]
"집이 흔들댔으니까 야 이게 어디서 뭐가 터졌나 그랬는데 ○○호가 가운데 있었고 그게 불이 난 거야. 3대 중에 가운데 것."

화재가 커진 건 배들이 다닥다닥 붙어 정박해있기 때문입니다.

배들은 걸어서 건널 수 있을 만큼 가깝게 붙어있고 서로를 줄로 묶어서 고정하고 있습니다.

다른 항구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현장음]
"배가 정말 가깝게 붙어있어서 이렇게 손 하나 들어갈 거리예요."

6척의 배가 빼곡히 일렬로 서있고, 이 줄도 2중, 3중으로 겹쳐 있습니다.

[제주 성산항 어민]
"(왜 이렇게 여러 대 겹쳐서 대는 거예요?) 댈 자리가 없어서 그러죠."

항구가 비좁아진 건 배의 크기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제주 어선들은 지난 10년 사이 2배 넘게 커졌습니다.

근해에서의 어획량이 줄자 더 먼 바다로 조업을 나가기 위해 덩치를 키운 겁니다.

국내 선박의 96%가 불에 약한 섬유강화플라스틱(FRP) 소재인 것도 화재를 키우는 요인입니다.

FRP는 부식에 강하고, 연료 소모가 적어서 80년대만 해도 정부가 나서 낡은 목선을 대체할 소재로 적극 권장하기도 했었습니다.

어민들은 화재가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김주열 / 제주 한림항 어민]
"같이 붙어 있어서 (옆 배도) 점화된 거죠. 시동 걸 때 겁도 나고 그래요."

최근 5년간 국내 선박 화재 가운데 60% 이상이 항만 내에서 발생했습니다.

밀집도를 줄이려면 항구를 넓혀야 하지만 1미터를 넓히는 데 비용이 10억 원 넘게 드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장 할 수 있는 건 예방과 초기 진화뿐.

하지만 소화전은 어민들도 모르는 곳에 있고

[제주 제주항 어민]
"소화전요? 잘 모르겠는데."

[제주 성산항 어민]
"(소화전 어딨는지 아세요?) 모르겠어요."

녹이 슬어 소화전 문이 제대로 열리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화재 예방 노력도 중요하지만, '밀집 정박'을 줄이는 항구 정비가 선행되지 않는 한 대형 화재는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장카메라 배유미입니다.

영상취재 : 김한익
영상편집 : 구혜정

배유미 기자 y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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