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석탄발전 재개, 과거로의 회귀 아니다.."영향 제한적"

김규남 2022. 7. 17.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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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엠버' 분석 브리핑
독·네·프·오, 러 가스 축소시 석탄발전 늘릴 계획에
"추가 CO₂, 지난해 EU 총 배출량의 1.3%에 불과..
CO₂감축 바람직하나, 기후 대응 약속에 제한적 영향"
"가스 수입 의존 위험·재생에너지 전환 무시" 비판도
지난달 20일(현지시각) 독일 풀하임에 있는 니더라우셈 석탄 화력발전소의 냉각탑에서 수증기가 솟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연합(EU)의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가 유럽으로 이어진 천연가스관을 틀어막으며, 에너지를 무기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EU는 천연가스의 90%를 수입하는데, 전체 수입물량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가스 공급이 올겨울이 오기 전에 추가로 차단될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이에 석탄 화력발전으로 눈을 돌리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기후위기 타개책으로 ‘탈석탄’에 앞장서는 행보를 보이며 일부 석탄 화력발전소 운영을 중단했던 독일이 대표적이다. 독일을 비롯해 프랑스, 네덜란드 등 EU 국가들은 에너지 수급의 어려움을 우려해, 잇따라 석탄 화력발전을 재개하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이런 움직임을 두고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 후퇴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지만, 화력발전 재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의 글로벌 기후·에너지 싱크탱크인 엠버는 최근 브리핑에서 “유럽에서 소수의 석탄 화력발전소를 (언제든 활용할 수 있도록) 임시 대기 상태로 전환하려는 계획은 온실가스 배출량과 기후(위기 대응) 약속에 제한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17일 엠버의 분석 브리핑 내용을 보면, 독일·네덜란드·프랑스·오스트리아는 러시아 천연가스 공급이 갑자기 중단될 경우 석탄발전을 늘릴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석탄발전을 통해 전기 생산에 사용하던 가스를 저장 시설 등에 비축한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이들 나라는 오는 11월까지 필요한 가스량의 90% 수준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 연방의회는 지난 8일(현지시각) 새로운 에너지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는 8.2GW의 석탄 화력발전소가 전기공급 예비시설로 대기하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다만, 이 법에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목표를 80%로 높이는 내용도 포함됐다. 지난해 독일 총 전력 소비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42%였는데, 10년 이내에 그 비중을 두 배로 늘리는, 강력한 목표를 법에 담은 것이다. 네덜란드는 지난해 1월부터 무연탄 발전소(4.5GW)가 최대 용량의 35% 이상 가동하지 못하도록 한 기존 법률을 수정했다. 이로써 내년 말까지 전체 용량을 가동할 수 있게 됐다. 프랑스는 에밀 위셰6 석탄 화력발전소(959㎿)를 이번 겨울에만 재사용할 예정이다. 오스트리아도 멜라흐 석탄 화력발전소(246㎿)를 임시로 활용할 계획이다. 엠버는 “독일 정부가 ‘2030년 석탄 퇴출은 흔들림이 없다’며 석탄 퇴출 계획에 확고한 의지를 유지하고 있고, 네덜란드는 2029년 석탄발전소 퇴출 계획을 수정하지 않고 있다”며 “(이들 나라의) 석탄 사용은 최후의 수단이자 단기적 조치일뿐”이라고 강조했다.

에너지 위기에 대응해 EU 국가들이 석탄 화력발전을 늘릴 경우, 2021년에 견줘 2023년 증가되는 석탄 화력발전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 전망치. 첫번째 막대 그래프는 EU 석탄 화력발전량이 14% 증가함을 나타낸다. 두번째 막대 그래프는 EU 발전부문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4% 증가함을 보여준다. 세번째 막대 그래프는 EU 총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3%가 증가함을 나타낸다. 출처: 엠버

비상시 가동을 위해 대기하게 되는 이 네 나라의 26기 화력발전소(독일 20기·네덜란드 4기·프랑스 1기·오스트리아 1기)의 총 발전량은 13.5GW다. 유럽연합의 기존 석탄 화력발전소의 발전량(109GW)의 12%, 총 발전량(920GW)의 1.5%에 해당하는 양이다. 엠버는 “이들 발전소는 대기 상태를 유지하다가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추가로 줄이는 등 비상시에만 전기를 생산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엠버는 이 석탄 화력발전소들이 발전량의 65%로 가동되고 운영되는 것을 가정했다. 그럴 경우 내년에 60TWh의 추가 전기가 생산된다. 이는 지난해 EU 석탄 전력 생산량의 14%, EU 총 전력의 2%에 해당한다.

이러한 추가 석탄 화력발전이 내뿜는 추가 이산화탄소량은 약 3천만톤으로 엠버는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EU 발전부문 배출량의 4%, EU의 총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3%에 해당한다. 엠버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를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이러한 일시적인 증가가 EU의 장기 기후위기 대응 목표를 탈선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EU 국가들이 석탄발전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데 대해 엠버는 비판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번 분석을 진행한 사라 브라운 엠버 수석 애널리스트는 “수많은 경고 신호에도 EU 회원국들은 (러시아 등에 대한) 과도한 가스 수입 의존 위험과 이를 국내 재생에너지로 신속하게 대체해야 할 필요성을 무시했다”며 “그 결과 현재 석탄에 일시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동시에 재생에너지를 크게 늘려야 하는 어려운 결정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EU 국가들이 화석연료를 이용한 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신속한 에너지 전환을 이루지 못하고 과도하게 러시아 등의 천연가스에 의존해 에너지 안보 어려움을 초래했다는 비판이다.

엠버도 “EU가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천천히 전환함에 따라 가스는 몇 년 전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이상적인 가교 연료로 환영받았다”며 “수입 에너지 공급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라는 EU의 에너지 정책 실책은 이 지역을 막대한 경제적·지정학적 위험에 노출시켰다”고 밝혔다. 이어 “EU의 이런 실책은 아시아에 귀중한 교훈이 돼야 한다. 국내 재생에너지는 에너지 안보와 경제적 회복력을 제공할 수 있지만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은 불안정성과 에너지 빈곤의 위험을 초래한다”며 재생에너지 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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