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입장문'에 대통령실 반박..北어민 북송 논란 확산(종합)

홍제성 2022. 7. 17.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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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순 진정성·靑 사전 인지여부 등 놓고 신구정부 '진실공방'
북송을 거부하며 몸부림치는 탈북어민 (서울=연합뉴스) 통일부는 지난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탈북어민 2명을 북한으로 송환하던 당시 촬영한 사진을 12일 공개했다. 당시 정부는 북한 선원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 사진은 탈북어민이 몸부림치며 북송을 거부하는 모습. 2022.7.12 [통일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7일 2019년 11월 발생한 북한 어민 북송 사건 관련 입장을 내놓자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이 곧바로 이를 반박하고 나서 핵심 쟁점을 둘러싼 논란이 더욱 확산하고 있다.

정 전 실장은 이날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을 통해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당시 북한 어민들에 대해 '흉악범', '귀순 의사 진정성 결여', '추방 배경', '처벌 불가능' 등 쟁점별로 설명했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최영범 홍보수석의 브리핑과 추가 참고자료를 통해 정 전 실장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같은 사안을 두고 신구 정부 핵심 인사들이 완전히 다른 해석을 내놓으면서 사안은 '진실 공방'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귀순의사 없었다는 것은 궤변" vs "귀순 진정성 없어"

북송된 북한 어민 2명이 귀순 의사를 표명한 것이 진정성이 있었느냐가 가장 핵심적인 쟁점이다.

여당은 어민들의 귀순 의사가 진정성이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야권은 이들은 흉악범이며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정 전 실장은 이날 입장문에서 "이들은 그냥 사람 한두 명 죽인 살인범이 아니라 희대의 엽기적인 살인마들"이라며 "정부는 이들의 귀순 의사 표명 시점이나 방식 등에 비추어 이들의 의사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은 나포된 후 동해항까지 오는 과정에서 귀순 의사를 전혀 밝히지 않았다. 합신(합동신문) 과정에서 통상적 절차인 귀순 의사를 확인하는 단계에서 우리 합신 팀에 귀순 의향서를 제출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최영범 수석은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탈북 어민을 엽기적인 살인마라 규정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당연히 우리 정부 기관이 우리 법 절차에 따라서 충분한 조사를 거쳐 결론 내렸어야 마땅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북송 어민들이) 귀순 의사가 없었다는 것도 궤변이다. 그렇다면 자필로 쓴 귀순 의향서는 왜 무시했단 말이냐"며 "특히 이 사안 본질은 우리 법대로 처리해야 마땅한 탈북 어민을 북측이 원하는 대로 사지로 돌려보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흉악범도 우리 사법제도로 재판했어야" vs "자백만으로 처벌 불가능"

정 전 실장은 당시 강제 북송을 결정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이들이 16명을 죽인 흉악범인데다 남측에서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꼽았다.

정 전 실장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이런 흉악범들도 우리 국민으로서 국내 사법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들의 자백만으로는 사실상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북한지역에서 북한 주민이 다른 북한 주민을 상대로 저지른 흉악 범죄와 관련해 우리 법원이 형사관할권을 행사한 전례가 하나도 없다"며 "결국 이들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우리 사회에 편입될 경우,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누가 보호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여권은 우리 사법제도로 재판을 받았어야 했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참고자료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갖고 있다"며 "인권과 법치를 강조하는 문재인 (전) 대통령도 과거 페스카마호에서 우리 국민을 살해한 외국인 선원들도 우리 동포로서 따뜻하게 품어줘야 한다고 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먼저 송환 요청했나…"요청받은 사실 없어"

북한이 어민 2명의 송환을 먼저 요청했는지, 요청 없이 당시 정부 자체 판단으로 송환을 결정했는지도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당시 청와대가 국가정보원보다 이를 먼저 인지하고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불거졌다.

북한이 청와대에 북한 선원이 탄 배가 남측으로 내려가고 있다는 점을 미리 알림으로써 사실상 이들을 나포해 북으로 보내라는 메시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는 의혹 제기인 셈이다.

이에 정 전 실장은 "북한으로부터 먼저 이들 흉악범들(탈북 어민들)을 송환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사실도 없었다"며 "다만, 추방할 경우 상대국의 인수 의사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북측에 의사를 먼저 타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청와대는 신호 정보에만 의존해 탈북 사실을 사전에 파악하고, (어민들이) 우리 측으로 넘어오기도 전에 '흉악범 프레임'을 씌워 해당 어민의 북송을 미리 결정했다"고 반박했다.

북한으로부터 송환을 요청받았다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당시 청와대가 어민들의 탈북 사실은 미리 인지하고 있었다는 주장인 셈이다.

이임식 마치고 청사 나서는 정의용 장관 (서울=연합뉴스) 김승두 기자 = 9일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이임식을 마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2.5.9 kimsdoo@yna.co.kr

김정은 답방 초청과 연관성 여부

북측의 송환 요청 여부와 맞물려 주목되는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답방 초청과의 연관성 여부다.

여권은 북한 어민의 송환 시점이 문재인 정부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을 초청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던 시기였다며 연관성을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지난 14일 논평을 통해 탈북어민 강제송환을 알리는 통지와 김정은 위원장의 남한 답방을 요청하는 문 전 대통령의 친서가 같은 날 북측에 전달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합리적 의심이 충분히 가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정의용 전 실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초청을 위해 이들을 강제로 추방했다는 주장은 너무나 터무니없다"며 "북한이 송환을 바라는 탈북민들은 이런 파렴치하고 잔인한 흉악범들보다는 정치적 이유로 탈북했거나 귀순한 사람들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서는 대통령실은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법률상 '추방' 가능한지도 엇갈려

문재인 정부는 당시 강제 북송을 결정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이들이 16명을 죽인 흉악범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의용 전 실장도 "우리 국내법도 이런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는 입국을 허용하지 않고 추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비정치적인 중대범죄자는 국제법상으로도 난민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외국인을 대상으로 할 경우 적용되는 관련법으로는 출입국관리법, 난민법 등을 들 수 있다.

출입국관리법상에는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는 외국인은 입국을 금지할 수 있다.

난민법상으로도 대한민국에 입국하기 전에 대한민국 밖에서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두 법은 모두 외국인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인 탈북민의 적용 여부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새 정부도 이 부분을 문제 삼고 있다.

대통령실은 "전 정부는 귀순한 탈북자도 헌법상 우리 국민으로 간주하는 국내법과 고문방지협약에 따른 강제송환금지의 원칙 등 국제법을 무시하며 귀순자의 범죄행위만 부각시켰다"고 비판했다.

탈북민을 대상으로 한 법은 북한이탈주민법상에도 국제형사범죄자, 살인 등 중대한 범죄자는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이 있지만 보호대상자로 지원을 안 할 수 있다는 것이지 강제추방의 근거로 삼을 수는 없다는 게 통일부 설명이다.

2018년도 남북정상회담까지 전선 확대되나…핫라인 통화·北에 건넨 USB도 거론돼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 시절 대북 관련 사안 전반으로 전선이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일부 언론은 국정원이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부터 같은 해 4월 남북정상회담에 이르는 기간에 당시 서훈 국정원장과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주고받은 핫라인 메시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국정원이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 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건넨 저장 장치(USB) 안에 원자력발전소 건설 내용이 담겼는지를 조사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이런 보도에 대해 국정원 측은 "확인해 드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국정원이 문재인 정부 시절 당시의 대북 관련 사안을 자체 감사 또는 조사의 강도를 높일 경우 신구 정부간 갈등 수위는 더 증폭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j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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