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홍빈 대장 '1년 전 구조비' 청구한 정부..당시 무슨 일 있었길래
고 김홍빈 대장 구조 비용의 책임 소재를 두고 정부와 광주시산악연맹(산악연맹)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대장의 조난 당시 양측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길래 1년이나 지난 현재 논란이 되는 것일까.
17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김 대장은 지난해 7월18일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북동부 브로드피크(8047m) 정상 등정을 마치고 하산하던 도중 크레바스에 빠지는 사고를 당했다. 연락이 끊긴 김 대장은 사고 하루 뒤인 19일 오전 5시55분쯤 산악연맹에 위성 전화를 걸어와 “하루를 꼬박 새웠다. 해발 7900m 부근에서 조난을 당했다. 도와달라”는 구조 요청을 했다.
산악연맹은 곧바로 외교부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당시 외교부는 구조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헬기 등 비용 문제가 해결돼야 구조대를 보낼 수 있다’는 식으로 답변했다는 것이 산악연맹의 설명이다. 산악연맹은 외교부 처사에 항의했다. 산악연맹은 “지금 김 대장이 생사를 오가는 상황인데 비용 때문에 구조를 못 한다는 게 말이나 되느냐”고 질타했다. 이어 “비용 문제는 차후 어떻게라도 해결할 테니 당장 구조해 달라”고 외교부에 요청했다.
외교부는 당시 산악연맹의 이같은 언급이 비용 부담 등에 대해 약속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후 외교부는 파키스탄 측에 구조 요청을 했고 헬기를 3차례 출동시켜 사고 지점을 수색했다. 그러나 구조 작업 중 밧줄가 끊어져 추락하면서 김 대장은 구조되지 못했다. 구조활동에 소요된 비용은 모두 6800만원이었다. 외교부는 이 비용을 파키스탄 정부에 먼저 지불했다.
김 대장은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했지만, 도전정신은 높이 평가됐다. 당시 마련된 김 대장의 분향소를 찾은 황희 문화체육부 장관은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정부도 국민체육의 위상을 높이고 국가 발전에 이바지한 김 대장의 공적을 인정해 최고 등급의 체육훈장인 ‘청룡장’을 추서했으며, 2021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현재는 김 대장의 도전정신을 기리는 기념관 건립도 추진 중이다.
산악연맹은 김 대장 구조에 따른 비용 즉 구상권 역시 해결된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최근 외교부가 김 대장 조난 당시 수색과 구조에 사용한 비용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소장을 보내오면서 난감해하고 있다.
피길연 산악연맹 회장은 “당시 비용을 못 주겠다는 건 구조하지 말자는 의미와 같았다. 일분일초가 시급한 상황에서 사람부터 살리고 봐야지 법적 내용은 어떻게 되고, 비용이 얼마쯤 되며, 책임은 누가 질 건지 살필 겨를이 어디 있었겠느냐”고 1년 전 일을 회상했다. 그는 “개인 영달이 아닌 장애인으로서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자 등반에 나섰고, 정부에서도 김 대장의 도전 정신을 인정한 것으로 아는데 이제 와 구조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은 너무하다”며 “국위선양을 한 부분에 대해선 국가가 부담하는 쪽으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외교부는 ‘재외국민이 자신의 생명, 신체 및 재산 보호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게 돼 있고, 외교부가 청구한 비용을 상환해야 한다’는 영사조력법 19조1항을 근거로 들어 산악연맹이 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외교부 측은 산악연맹에 구조 비용 납부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아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악연맹은 외교부에 맞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산악연맹 자문을 맡은 정준호 변호사는 “영사 조력법 19조 3항에서 명시된 ‘합리적 범위에서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의미는 당시 김 대장의 상황과 의미, 재정 등 모든 것이 고려돼야 한다”며 “김 대장의 국위선양 등을 고려했을 때 법적 다툼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민주당 의원 ‘특검’ 주장하며 끼어들자 권영진 “저거 완전 쓰레기네”
- 조국 “보수의 아성 부끄럽지 않게…대구부터 윤석열·김건희 심판해 달라”
- 박수홍♥김다예, 신생아 촬영 직원 지적→삭제 엔딩…여론 의식했나
- 소식 끊겼던 47살 ‘보이저 1호’···NASA, 43년 동안 사용않던 송신기로 교신 성공
- [단독] ‘김건희 일가 특혜 의혹’ 일었던 양평고속도로 용역 업체도 관급 공사 수주↑
- 유승민 “윤 대통령 부부, 국민 앞에 나와 잘못 참회하고 사과해야”
- “부끄럽고 참담” “또 녹취 튼다 한다”···‘대통령 육성’ 공개에 위기감 고조되는 여당
- 김용민 “임기 단축 개헌하면 내년 5월 끝···탄핵보다 더 빨라”
- [한국갤럽]윤 대통령, 역대 최저 19% 지지율…TK선 18% ‘지지층 붕괴’
- 민주당, 대통령 관저 ‘호화 스크린골프장’ 설치 의혹 제기… 경호처 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