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홍빈 대장 '1년 전 구조비' 청구한 정부..당시 무슨 일 있었길래

고귀한 기자 2022. 7. 17. 19: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홍빈 대장. 연합뉴스

고 김홍빈 대장 구조 비용의 책임 소재를 두고 정부와 광주시산악연맹(산악연맹)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대장의 조난 당시 양측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길래 1년이나 지난 현재 논란이 되는 것일까.

17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김 대장은 지난해 7월18일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북동부 브로드피크(8047m) 정상 등정을 마치고 하산하던 도중 크레바스에 빠지는 사고를 당했다. 연락이 끊긴 김 대장은 사고 하루 뒤인 19일 오전 5시55분쯤 산악연맹에 위성 전화를 걸어와 “하루를 꼬박 새웠다. 해발 7900m 부근에서 조난을 당했다. 도와달라”는 구조 요청을 했다.

산악연맹은 곧바로 외교부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당시 외교부는 구조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헬기 등 비용 문제가 해결돼야 구조대를 보낼 수 있다’는 식으로 답변했다는 것이 산악연맹의 설명이다. 산악연맹은 외교부 처사에 항의했다. 산악연맹은 “지금 김 대장이 생사를 오가는 상황인데 비용 때문에 구조를 못 한다는 게 말이나 되느냐”고 질타했다. 이어 “비용 문제는 차후 어떻게라도 해결할 테니 당장 구조해 달라”고 외교부에 요청했다.

외교부는 당시 산악연맹의 이같은 언급이 비용 부담 등에 대해 약속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후 외교부는 파키스탄 측에 구조 요청을 했고 헬기를 3차례 출동시켜 사고 지점을 수색했다. 그러나 구조 작업 중 밧줄가 끊어져 추락하면서 김 대장은 구조되지 못했다. 구조활동에 소요된 비용은 모두 6800만원이었다. 외교부는 이 비용을 파키스탄 정부에 먼저 지불했다.

김 대장은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했지만, 도전정신은 높이 평가됐다. 당시 마련된 김 대장의 분향소를 찾은 황희 문화체육부 장관은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정부도 국민체육의 위상을 높이고 국가 발전에 이바지한 김 대장의 공적을 인정해 최고 등급의 체육훈장인 ‘청룡장’을 추서했으며, 2021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현재는 김 대장의 도전정신을 기리는 기념관 건립도 추진 중이다.

정부가 광주시산악연맹을 상대로 제기한 구조비용 등 청구 소장.

산악연맹은 김 대장 구조에 따른 비용 즉 구상권 역시 해결된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최근 외교부가 김 대장 조난 당시 수색과 구조에 사용한 비용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소장을 보내오면서 난감해하고 있다.

피길연 산악연맹 회장은 “당시 비용을 못 주겠다는 건 구조하지 말자는 의미와 같았다. 일분일초가 시급한 상황에서 사람부터 살리고 봐야지 법적 내용은 어떻게 되고, 비용이 얼마쯤 되며, 책임은 누가 질 건지 살필 겨를이 어디 있었겠느냐”고 1년 전 일을 회상했다. 그는 “개인 영달이 아닌 장애인으로서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자 등반에 나섰고, 정부에서도 김 대장의 도전 정신을 인정한 것으로 아는데 이제 와 구조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은 너무하다”며 “국위선양을 한 부분에 대해선 국가가 부담하는 쪽으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외교부는 ‘재외국민이 자신의 생명, 신체 및 재산 보호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게 돼 있고, 외교부가 청구한 비용을 상환해야 한다’는 영사조력법 19조1항을 근거로 들어 산악연맹이 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외교부 측은 산악연맹에 구조 비용 납부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아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악연맹은 외교부에 맞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산악연맹 자문을 맡은 정준호 변호사는 “영사 조력법 19조 3항에서 명시된 ‘합리적 범위에서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의미는 당시 김 대장의 상황과 의미, 재정 등 모든 것이 고려돼야 한다”며 “김 대장의 국위선양 등을 고려했을 때 법적 다툼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