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장 이재명, 두번째 출마..비토 넘어 압승 가능할까

임재우 2022. 7. 17.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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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선 이후 민주당]불출마 요구에도 당대표 출마
"책임은 회피 아닌 행동으로"
"수사 방탄용 출마" 지적도
설훈 "폭주기관차 멈춰" 맞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이동하며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새로운 민주당, 이기는 민주당으로 만드는 것이 진정 책임지는 행동”이라며 8·28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3·9 대선 패배 뒤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이어 두번째 출마 선언이다. 선거 패배 책임론에도 차기 대선 도전을 위해 일찌감치 당권에 도전하는 그로서는 대세론을 실제 표심으로 연결시켜 압승을 거둬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연 출마 기자회견에서 “권력과 책임은 동전의 양면이다. 당대표를 권력으로 보면 욕망이고 책임으로 여기면 헌신”이라며 “책임은 문제 회피가 아니라 문제 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밝혔다.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기 위해 불출마하라는 친문재인계 옛 당권 주자(홍영표·전해철 의원) 등의 요구에 ‘행동으로 책임지겠다’고 응답한 것이다. 이 의원은 이어 “패배하는 민주당과 결별하고, 이기는 민주당으로 완전히 바꾸겠다”며 “이기는 민주당을 만드는 데 저 자신을 온전히 던지겠다. 이 임무에 실패한다면 이재명의 시대적 소명도 끝날 것”이라고 했다. 2024년 총선 결과와 2027년 대선 도전 여부를 연동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의원은 ‘민생 중심의 개혁적 실용주의’를 내세우며 “국민이 ‘그만 됐다’ 할 때까지 ‘민주당’만 빼고 모든 것을 바꾸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풀어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특히 당내에서는 이번 출마가 이 의원을 둘러싼 검찰·경찰의 갖가지 수사를 대비한 ‘자구책’ 아니냐는 의구심이 여전하다. 이 의원이 대표로 선출된 뒤 수사 상황에 따라 당 전체가 ‘이재명 사법 리스크’에 빨려들어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당권주자인 강병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본인을 향한 수사는 모두 정치보복에 불과하다며 일전을 펼칠 것”이라며 “허나 국민의 눈에는 이 의원의 정당한 항변조차 개인의 안위 보존을 위한 발버둥으로 비칠 뿐이다. 우리 당이 언제까지 이재명의 시간을 지켜주기 위해 분투해야 하냐”고 적었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국민의힘이 고발하고, 그에 동조해서 검찰이 수사하는 게 무슨 사법 리스크(인지 모르겠다)”라며 “국민은 민생의 어려움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불필요한 과도한 음해를 하는 것은 좀 자중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며 친이재명계(친명계)가 당의 주류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 상황에서 이 의원이 당대표까지 되면 다음 총선 공천을 친명계가 독식하면서 당이 분열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 의원은 이런 지적에 대해 “선거마다 유령처럼 떠도는 ‘계파공천’ ‘사천’ ‘공천 학살’이란 단어는 사라질 것”이라며 “계파정치를 배격하고 ‘통합정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의원이 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절대강자’에 대항한 다른 후보들의 단일화 등 연대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97그룹 후보들의 단일화가 의외의 시너지를 낼 경우 이 의원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당내 우려에도 당대표 출마를 강행한 만큼 ‘압도적 승리’를 거두지 못한다면 당대표가 되더라도 정치적 리더십에 상처가 날 가능성이 크다.

이 의원이 이날 링 위에 오르자 견제구가 쏟아졌다. 이 의원에게 공식·비공식으로 불출마를 요구했던 설훈 의원은 이날 맞불 성격으로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며 이 의원을 겨냥해 “위기의 경고음을 듣지 못하고 폭주하는 기관차를 세우기 위해 철길에 뛰어들겠다”고 밝혔다. 강병원 의원은 “이 의원에게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는 가치의 총합, 동지들과 함께 탑승한 범선이 아니라 본인의 정치적 야망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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