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민통합형 개헌 추진".. 與는 "논의할 때 아냐" 반대

김 의장, 제헌절 경축식서 제안
권성동 "지금은 논의할 때 아냐"
尹 "국민과 함께 헌법정신 지킬 것"

김진표 국회의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74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표 국회의장은 17일 “국민통합형 개헌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국민의힘은 새로운 정책에 집중해야 할 집권 초기라 시기상 좋지 않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김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제74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 “높아진 국민의 기대와 변화하는 시대를 담아낼 더 큰 그릇이 필요하다”면서 여야가 참여하는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만들자고 말했다.

김 의장은 “권력 분산과 협력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며 “뛰어난 한 사람의 지도력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협력의 힘으로 운영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갈등의 정치를 넘어 협력의 새 헌정 시대를 열자”며 “그래야 대한민국이 전진하고 국민의 삶을 지켜낼 수 있다”고 호소했다.

김 의장은 개헌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개헌 과정 자체를 대한민국 대도약의 디딤돌로 만들자”며 “새로운 발상으로 블랙홀 개헌이 아닌 국민통합형 개헌을 추진하자”고 제시했다.

먼저 “전문가 자문을 거쳐 개헌의 시기·방법·범위를 검토하겠다”며 “이를 위해 국회의장 직속 기구로 ‘개헌자문회의’를 구성해 각계 전문가들과 청사진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또 선거법 개정을 마무리해 정치개혁을 이루는 21대 국회가 되자고 했다. 그는 “지난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대표성과 비례성에 근거한 선거법 개정을 약속했으나 국민에게 그 약속을 다 지키지 못했다”며 “21대 국회 임기 안에 선거법 개정을 이뤄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개헌특위를 만들자는 제안에 동감한다”며 “여야 간 잘 합의해서 개헌특위를 만들어 새로운 시대정신을 구현할 헌법이 개정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김 의장의 제안에 대해 “개헌특위가 구성되면 모든 초점이 거기로 빨려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 단계에서 개헌특위를 구성해 (개헌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74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특위를 구성하더라도 여야 간 견해차가 커 합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결국 개헌이 성사되려면 여야 결단이 필요한데 광범위한 주제로 결단할 수 없다. 모든 조항에 대해 하겠다고 하면 장만 펼쳐놓고 수습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제헌절을 맞아 “위대한 국민과 함께 헌법 정신을 지켜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자유민주주의, 인권, 법치라는 헌법적 가치는 국민통합의 원천이며 헌법의 가치를 실현해 나가는 과정이 바로 반영과 발전으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최형창·조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