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둘다 野몫" 국힘 "하나만 선택".. 과방위·행안위 놓고 샅바싸움 [제헌절이 부끄러운 국회]

김병관 2022. 7. 17.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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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네탓 공방에 원구성 막판 난항
민주 "둘다 야당이 맡아야.. 나머지 양보"
국민의힘 "하나만 선택해야" 입장 팽팽
권성동 "野, 방송 장악의도 비판 말안돼"
박홍근 "국정무한 책임 與가 결단해야"
제헌절 경축식 행사서도 신경전 벌여
김 의장 "본회의 열쇠 도착 안해" 비판에
권 "원내대표 연설·대정부질문 먼저"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왼쪽),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연합뉴스
17일 제헌절마저 국회가 49일째 개점휴업 상태에 빠져있는 이유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 배분 문제가 막판 뇌관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두 상임위는 각각 공영방송 지배구조와 경찰청을 관할해 여론과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알짜 상임위’로 분류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여당 견제를 위해 두 상임위원장직 모두 야당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관례 등을 이유로 둘 중 하나의 상임위원장직만 야당에 줄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여야는 입법부 공백 상태로 제헌절을 맞은 이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네탓 공방’만 벌였다.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원구성 협상과 관련해 “민주당은 행안위·과방위 둘 다 위원장을 차지하겠다는 것이고, 우리는 둘 중 하나만 갖고 가라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우리(국민의힘)가 과방위 차지하려고 한다는 프레임을 거는데 우리가 차지한다고 한 것이 아니다. 민주당이 하나 선택하면 남는 것을 우리가 선택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권 직무대행은 이어 “민주당 사람이 방송통신위원장을 차지하고 있는데 우리가 어떻게 방송을 장악하느냐”며 “방송 장악 의도가 있다고 비판을 하려면 한상혁씨(방통위원장)가 사퇴하고 우리가 (과방위원장을) 맡아야 그런 주장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연합뉴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제헌절 경축식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행안위와 과방위를 제외하고 법제사법위원회를 포함해 나머지 상임위 선택권을 (국민의힘에) 우선적으로 주겠다고까지 양보를 했다”며 “그런데도 국민의힘이 저렇게 나오는 것은, 상임위가 본격 가동됐을 때 그동안 임명 강행한 인사들에 대한 청문 절차를 거쳐야 하고 국정 여러 분야에서 나타난 실책에 대한 국회의 질책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기 위한 속셈이 아닌가라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정말 그런 게 아니라면, 국정에 무한 책임을 진 여당이 오늘이라도 양보의 결단을 내려 상황을 매듭 짓고 이번 주 중으로 바로 상임위원장 선출과 교섭단체 대표 연설, 그다음 주에 대정부 질문 등이 순탄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저희는 보고 있다”고 밝혔다. 권 직무대행과 박 원내대표 모두 원구성 지연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돌리며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두 사람은 이날 제헌절 경축식을 계기로 한데 모인 자리에서 뼈 있는 말을 주고받으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을 비롯한 의장단과 김형오·문희상 등 전직 국회의장, 여야 3당 지도부가 참석한 사전 환담 자리에서 권 직무대행과 박 원내대표 간 대화에 미묘한 긴장감이 조성됐다.
김진표 국회의장(가운데)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내 의장 접견실에서 열린 ‘제74주년 제헌절 경축행사’를 앞두고 5부 요인 및 여야 대표 환담 중 잠시 자리를 비우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권 직무대행이 환담장에 도착해 박 원내대표와 악수 인사를 나누자, 이 모습을 지켜보던 김영주 부의장이 웃으며 “눈을 좀 마주치시라”고 말했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맨날 눈 마주친다. 불꽃이 튀어서 문제지”라고 받아넘겼다. 뒤이어 권 직무대행은 정의당 이은주 비대위원장이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네자, “축하는 뭘”이라며 “매일 우리 박 원내대표에게 혼나고 야단맞고”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박 원내대표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최근 두 사람은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는 등 공개 충돌한 바 있다.

권 대행은 “원내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대정부질문부터 시작하고, (원 구성) 합의가 되면 (상임위원장단을) 뽑으면 되는데 한꺼번에 하려고 그런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김 의장은 “본회의 날짜는 기입을 해놨는데, 본회의를 여는 열쇠가 아직 도착을 안 했다”며 원구성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을 에둘러 비판했다. 권 대행은 “그러니까 원내대표 연설을 하고 대정부질문을 하면서 상임위원장 선출을 협의하면 되지 않나”라며 기존 주장을 반복했고, 박 원내대표는 “그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국회 공전 사태에 따른 민생 악화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협상을 이어나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다만 최대 난제인 과방위원장과 행안위원장 배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원구성은 차일피일 미뤄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이 제헌절인 17일 국회 의장 접견실에서 환담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여당이 두 상임위원장을 맡아왔다는 점을 들며 두 상임위원장 중 하나만 야당에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집권여당 견제를 위해선 야당이 두 상임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두 상임위 모두 ‘알짜 상임위’로 분류돼 협상 타결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과방위의 경우 여론 형성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 방송 전반을 관할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야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

행안위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경찰국 신설 방침을 밝혔고, 경찰이 최근 문재인정부와 야당 인사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야가 정국에 미칠 파급력이 큰 상임위로 분류된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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