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 날린 김정숙 여사..평산마을 사저에서 '침묵 집회' 참가자 응원
파란 마스크에 노란 양산 들고 모여
문재인 전 대통령도 손 흔들어 인사
보수단체도 집회..양측 충돌은 없어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주변에서 마을의 일상 회복을 응원하는 집회가 이틀 연속으로 열렸다. ‘반대 단체 집회·시위 중단 요청’ 등 비슷한 성격의 1인 시위는 있었지만 보수단체에 맞서는 집회는 처음이다. 보수 단체의 집회도 열렸지만 두 단체 간 충돌은 없었다.
17일 오후 평산마을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도로에는 ‘우리들의 평화와 일상을 돌려주세요’ ‘욕설은 자제해주세요. 평화적인 집회를 원합니다’ 등이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경호처 직원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사저 경비를 서고 있었다.
오후 1시30분부터는 ‘평산마을 행복지킴 운동본부’가 주최한 침묵 집회 열렸다. 문 전 대통령 지지자 350명(경찰 추산)이 모였다. 행사 기획자인 정병곤씨(41)는 “평화를 바라는 순수한 마음으로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서울·대전·광주·부산 등에서 전세버스로 평산마을에 집결했다.
참가자들은 ‘평산마을 주민들을 위로하고 평화를 찾아주겠다’는 집회 취지를 살리겠다며 비폭력 침묵시위를 벌였다. 전주에서 온 정성애씨(41)는 “두 달 동안 노인들이 고통에 시달린다는 말에 잠이 오지 않았다”며 “평산마을 주민이 빠르게 일상 회복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과 평산 마을 주민을 응원하는 손팻말과 현수막 등도 등장했다. 참가자들은 단체로 파란색 마스크를 쓰고 노란색 양산을 들기도 했다. 이들이 문 전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은 편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집회 도중 김정숙 여사가 사저 앞 마당으로 나와 잠시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파란 손수건을 흔들었다. 김 여사는 두 손으로 하트 모양을 하는 등 집회 참가자들에게 지지의 뜻을 표시하기도 했다. 침묵 시위를 진행하던 집회 참가자들은 순간 환호로 화답했다. 문 전 대통령도 사저에서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문 전 대통령 사저 앞에는 경찰 4개 중대 400명이 투입돼 질서유지·돌발상황 발생에 대비했다. 경찰은 보수·진보단체의 집회 장소 중간에 경찰 인력을 배치해 10~20m 구간의 ‘완충지대’ 역할을 했다.
3개 보수단체가 주최한 문 전 대통령 비판 집회에는 150명(경찰 추산)이 모였다. 보수 성향 1인 시위자와 극우 유튜브도 시위에 나섰지만 충돌은 없었다.
이날 평산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은 보수단체 시위자들이 내는 ‘괴성’ 같은 소음을 접하고 한마디씩 하며 혀를 찼다. 이들은 “말로만 들었는데 굉장하다”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왜 저렇게 사는지 모르겠다” “지나가는 사람도 견디지 못할 정도로 떠들어댄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6일에는 진보 성향의 ‘평산마을 일상 회복을 위한 평화모임’ 소속 50명도 자택 앞 도로변에서 평산마을 평화유지와 보수단체 집회 해산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같은 날 오후에는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씨의 친형이 문 전 대통령 자택과 100m 떨어진 곳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이씨의 친형인 이래진씨(57)는 사건 당시 대통령기록물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문 전 대통령이 지난 5월 10일 퇴임과 동시에 평산마을로 내려온 지 두 달이 넘었다. 이후 마을주민 45가구 100여명은 밤낮없는 확성기 집회·욕설 시위로 일상이 무너졌다. 경찰이 평산마을 주민 사생활 평온을 해칠 우려가 있는 집회·시위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면서 최근 소란 정도가 줄었다. 그러나 평산마을에서는 보수 성향 유튜버와 1인 시위자들이 경찰관, 관광객 등과 연일 충돌하고 있다.
양산경찰서는 지금까지 벨라도(인터넷 방송), 코로나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구국총연맹, 자유진리정의혁명당, 자유진리정의혁명당 관련 단체 등 5개 단체에 집회 금지를 통고했다. 극우 성향 유튜버 안정권씨가 대표로 있는 벨라도는 문 전 대통령 퇴임 첫날부터 30시간 주야 연속 차량에 설치한 확성기를 사용한 집회·인터넷 방송을 했다. 벨라도는 집회 금지 통고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까지 냈지만, 경찰의 집회금지 통고가 정당하다고 법원이 판단해 평산마을 시위가 불가능해졌다.
이후 1인 시위, 극우 유튜버들이 집회 빈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줌 카메라로 집안을 촬영하는 극우 유튜버, 빈 깡통 수십 개를 피켓에 매달아 끌고 다니는 시위자까지 등장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6일에는 집안까지 촬영한 극우 유튜버를 스토킹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마을 주민 박모씨(46)도 지난 11일 이 유튜버와 또 다른 극우 유튜버 등 2명을 처벌해달라고 진정서를 경찰에 냈다. 12일에는 60대 보수 성향 1인 시위자 2명이 자택 앞에서 소란을 피우다 이를 제지하는 경찰관의 손목을 깨물어 각각 경범죄처벌법위반(인근소란)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됐다. 지난 13일에는 문 전 대통령 자택을 향해 욕설하던 50대에게 60대 관광객이 항의하다 시비가 벌어져 쌍방폭행으로 현재 경찰조사가 진행 중이다.
평산마을 주민 신모씨(63)는 “집회·시위가 조금 뜸해지기는 했다”며 “그래도 시끄러운 건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소란스럽다는 민원이 들어오면 경범죄 처벌법 위반으로 3만원 범칙금 스티커를 부과하는 것이 고작”이라며 “당분간 1인 시위 등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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