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결국 '국회 없는 제헌절' 보냈다

과방위-행안위 배분 놓고 입장 차 여전

21대 후반기 원구성 협상이 지연되며 결국 ‘국회 없는 제헌절’을 맞았다. 당초 여야는 17일까지 원 구성을 마무리하는데 공감대를 이뤘으나 협상 막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과방위)와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 배분 문제를 놓고 이견이 표출되면서 교착 상태에 빠졌다.

여야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제헌절 74주년 경축식에 앞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5부 요인, 여야 지도부가 만나 사전 환담에서부터 뼈있는 농담을 주고 받으며 신경전을 벌였다.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를 만나 악수를 나누자 이 모습을 지켜보던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눈을 좀 마주치시라”며 농담을 던졌다. 그러자 박 원내대표는 “맨날 눈 마주친다. 불꽃이 튀어서 문제지”라며 현재 원 구성 협상 상황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이어 권 대행은 정의당 이은주 비상대책위원장이 “축하한다”고 하자 “축하는 뭐, 매일 박홍근 대표에게 혼나고 야단 맞고”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권 대행이 “원내 교섭단체 대표연설하고 대정부질문부터 시작하고, 합의가 되면 (상임위원장을) 뽑으면 되지. 한꺼번에 하려고 그런다”며 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눈을 맞추자 우 비대위원장은 “자신의 권한이 아니다”며 박 원내대표를 가리키기도 했다. 그러자 권 대행은 “아니 대표가 좀 결단을 내려달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고, 박 원내대표도 “그것도 방법이지만 시간이 좀 걸린다”며 말을 아꼈다.

김 의장은 “본회의 날짜는 기입을 해놨는데 본회의를 여는 열쇠가 아직 도착을 안 했다”며 “다른 (전직) 국회 의장님들 계실 때 앞에서 약속하고 오늘 중에는 마무리짓자”고 당부했다.

권 대행은 이날 원내대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 모두 차지하겠다는 것이고, 우린 둘 중 하나만 가지겠다는 것으로 (우리가) 과방위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반면 박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행안위와 과방위를 민주당이 맡는다는 것은 야당으로서 또는 국회의 입법부로서 당연히 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우리의 요구”라고 맞섰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17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74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