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불려 장기화하는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
시험대 오른 '공정과 상식'
윤석열 대통령이 17일로 한 달 넘게 공정성 논란의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실 직원의 사적 채용 논란은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양쪽을 겨누며 확산 중이다. 정면 돌파를 택했지만 논란이 꼬리를 물어 번번이 의혹을 더했다. 채용 논란 정국이 장기화하면서 윤 대통령이 내세운 ‘공정과 상식’은 연쇄 시험대에 섰다.
지난 15일 불거진 대통령실 사회수석실 9급 행정요원인 우모씨 채용 논란은 주말을 거치며 위법 여부까지 따져봐야 하는 이슈로 확산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자신이 우씨 채용을 추천했다고 밝힌 뒤 우씨 부친이 권 대행 지역구 강원 강릉시의 선거관리위원으로 확인돼 이해충돌 논란이 일었다. 당초 우씨 부친이 윤 대통령의 오랜 지인이라는 데서 초점이 이해충돌 여부로 확산했다.
대통령실은 정면 돌파를 택했다. ‘법적·제도적 문제가 없는 정당한 채용’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논란을 차단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안의 핵심은 업무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 사적 인연으로 채용됐느냐”라며 “(우 행정요원은) 선거운동에 처음부터 참여하고 업무능력과 성실함을 인정 받았다. 사적채용이라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무보수로 운영되는 후보 캠프에 사적 인연이 있는 이들이 활동하고, 그 중 능력을 인정받은 이들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거쳐 대통령실에서 근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자 관행이라는 취지다.이 관계자는 권 대행에게 불거진 이해충돌 논란에는 “법에 저촉되는 문제는 전혀 없다고 이해하고 있다”면서 “(윤석열 정부의 ‘공정과 상식’이 무너졌다는 주장은) 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어서 이런저런 정치적 주장이 좀 더 크게 증폭돼서 들리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의혹을 적극 부인하면서도 논란의 확산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사실 관계를 따지던 데서 국민의 감정을 건드리는 국면이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권 대행의 “높은 자리도 아니고 9급”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받는다” 등의 발언이 발언 취지를 떠나 민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권 대행의 이야기는 ‘내 추천이지 대통령과는 무관하다’는 것인데 진의와 다르게 논란이 됐다”면서 “야당이 자신들 집권 때와 너무나 다른 기준으로 선거 초반부터 일한 행정요원까지 문제 삼는 것은 정치적 의도로 본다”고 말했다.
파장 확산은 불가피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대통령실 직원 채용과 관련한 국정조사를 주장했다.국정조사 실시 여부와 무관하게 채용 논란 정국이 이어지는 것 자체가 국정운영 동력 확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30% 초반대에 머무는 데도 인사 관련 논란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대통령실 직원 채용 문제가 새 정부의 ‘공정과 상식’ 공방으로 나아가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대통령실 직원 채용 논란은 지난 달 6월 13일 김건희 여사의 봉하마을 예방에 지인과 코바나컨텐츠 전 직원들이 동행하며 처음 불거졌다. 이후 스페인 출장에 대통령비서실 인사비서관의 배우자가 동행한 것이 드러나 ‘비선’ 논란이 제기됐고, 곧이어 윤 대통령의 6촌 인척의 선임행정관 근무 논란이 나왔다. 동시다발로 불거진 비선 논란과 사적 채용 논란이 뒤섞여 대통령 부부를 보좌하는 인물들과 채용 시스템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이나 여당 지도부와 사적 인연이 있는 인물들이 국정 콘트롤타워에 진입한 것을 ‘공정과 상식’의 기준에서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애초에 선을 긋고 기준을 명쾌하게 했다면 논란을 사전에 막는 효과는 있었을 것”이라면서 “이번 채용들에도 법적, 제도적 문제는 없지만 앞으로 이런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밝히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민주당 의원 ‘특검’ 주장하며 끼어들자 권영진 “저거 완전 쓰레기네”
- 조국 “보수의 아성 부끄럽지 않게…대구부터 윤석열·김건희 심판해 달라”
- 박수홍♥김다예, 신생아 촬영 직원 지적→삭제 엔딩…여론 의식했나
- 소식 끊겼던 47살 ‘보이저 1호’···NASA, 43년 동안 사용않던 송신기로 교신 성공
- [단독] ‘김건희 일가 특혜 의혹’ 일었던 양평고속도로 용역 업체도 관급 공사 수주↑
- 유승민 “윤 대통령 부부, 국민 앞에 나와 잘못 참회하고 사과해야”
- “부끄럽고 참담” “또 녹취 튼다 한다”···‘대통령 육성’ 공개에 위기감 고조되는 여당
- 김용민 “임기 단축 개헌하면 내년 5월 끝···탄핵보다 더 빨라”
- [한국갤럽]윤 대통령, 역대 최저 19% 지지율…TK선 18% ‘지지층 붕괴’
- 민주당, 대통령 관저 ‘호화 스크린골프장’ 설치 의혹 제기… 경호처 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