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한테 손벌리기 싫어"..자격증 '열공'하는 5060 마처세대
독립늦은 자녀, 부양 기대못해
불황도 은퇴 번복하게 만들어
일하는 60대 반년새 5%P 급증
자격증 취득 50대 이상이 최다
학원 수강생 중엔 80대도 있어
◆ 불황이 바꾼 세대 풍경 ◆
직장인 자녀와 함께 살고 있는 함 모씨(61)는 국가자격증만 4개를 보유한 '자격증 부자'다. 지난해 전기기사 자격증을 땄고 올해는 젊은 사람도 어렵다는 공인중개사 시험에 도전해 합격했다. 함씨는 100세 시대를 대비하려면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쉴 틈이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젊은 사람과 겨뤄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자격증을 따면서 자신감이 생겼다"며 "주변에서도 나의 영향을 받아 자격증 시험을 공부하는 이가 많다"고 전했다.
마처세대는 국가자격증 시험을 가장 선호한다. 최소 20~30년 동안 직장을 다니면서 축적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평생 직장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자격증 만학 돌풍 덕에 지난해에는 마처세대 자격증 취득자 수가 30·40대 '젊은 피'보다 많았다. 17일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2021년 국가자격을 취득한 50대 이상 인구는 총 11만6177명에 달했다. 같은 기간 30대는 10만2325명, 40대는 10만3025명에 그쳐 월등히 적었다.
50대 이상 장년층이 국가자격증을 취득한 건수는 최근 5년 사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2017년에는 6만2560명으로 지난해 취득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 5년간 50대 이상 국가자격증 취득자는 해마다 많게는 전년 대비 30% 이상 폭증하면서 급기야 지난해 30대와 40대를 앞질렀다.
각종 자격증 학원은 장년층과 노년층 수강생이 몰려들며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은퇴자는 물론 이미 칠순을 넘어선 노인들도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잇달아 학원에 등록하고 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학원에서 강사로 활동하는 박 모씨(71)는 공부를 지속하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아예 강의에 나서고 있다. 박씨는 "요새 강의실에 가면 동년배 수강생을 심심치 않게 본다"면서 "과거 50·60대가 요양보호사를 따려고 했는데 지금은 같은 노인인데 80대 수강생까지 학원에 와서 자격증 공부를 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상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된 뒤로 이동은 자유로워졌지만 경기는 되레 침체로 접어들면서 장년층과 노년층이 은퇴를 거부하고 다시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42.3% 수준이었던 60대 이상 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은 매달 증가한 끝에 6월에는 47.4%에 이르렀다.
불가피한 상황으로 다시 경제활동에 뛰어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마처세대 경제활동을 긍정적인 현상으로 진단한다. MZ세대(1980~2000년대생)와 달리 이른 나이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해 수십 년 동안 축적한 역량을 바로 폐기하는 것은 국가 전체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미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이 초저출산·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며 노인 부양비가 급등해 국가도 자녀도 노후를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스스로 노년에 대비하려는 현상 자체는 한국의 기형적인 인구 구조상 바람직한 일"이라고 분석했다.
■ <용어 설명>
▷ 마처세대 :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라는 뜻이다. 베이비부머와 586세대가 주로 포함된다.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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