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처럼 쌓아 올린 12층 기숙사..공사기간 40% 줄여
주요 구조물 70% 이상 미리 제작
20층까지 모듈러공법 건축 가능
지상부서 생산..사고 예방 용이
RC공법대비 내구 연한도 길어
여수공항에서 자동차로 약 30분을 달려 이순신 대교를 건너자 거대한 포스코 광양제철소 부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니 직원 숙소인 낡은 저층 주택 단지 옆에 최신식 12층 높이의 기숙사 건물 ‘기가타운’이 나타났다.
15일 찾은 전남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기가타운은 포스코건설이 자회사 포스코A&C와 함께 ‘모듈러 주택 공법’으로 지은 건물이다. 모듈러 주택 공법이란 공장에서 단위 주택(모듈)의 주요 구조물, 창호와 외벽체, 전기배선 및 배관, 욕실 등 70% 이상의 부품을 미리 제작해 현장으로 옮겨 하나씩 쌓아 설치하는 건축 공법을 말한다.
기가타운은 A동은 모듈러 주택 공법으로, B동은 철근콘크리트(RC) 공법으로 지어 두 공법을 직접 비교하는 국내 최초의 시범사업으로 지어졌다. 얼핏 보기에는 두 건물의 차이가 없어 보였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몇 가지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A동 외벽 중간에 수직으로 된 회색 부분이 눈에 띄었다. 모듈러 주택 고층화를 위한 ‘메가 브레이스’ 구조의 핵심이다. 모듈러 주택을 지을 때는 사전 제작된 주택들을 레고처럼 하나씩 쌓은 뒤 신발끈을 묶듯이 와이어로 서로 묶어 구조 안정성을 높인다. 이 때 6층 이상 높이를 올리기 위해서는 20톤에 가까운 모듈러 주택들이 기댈 수 있는 철근콘크리트 소재의 ‘코어’가 필요한데, 회색 부분이 이 힘을 받는 ‘코어’에 해당한다.
A동의 한 숙소에 들어가 현관문을 닫자 가장 먼저 방음 효과가 느껴졌다. 가로 7m·세로 3.3m의 7평 남짓한 공간인데도 철근 콘크리트로 지어진 비슷한 크기의 원룸에서 느꼈던 것보다 외부 소음 차단 효과가 컸다. 복도로 나와 콘트롤 박스를 여니 각 세대별로 독립적으로 설치된 전기 및 수도배관이 한데 모여 관리되고 있었다. 일반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윗집 누수를 방지할 수 있는 구조다.
모듈러 주택 공법의 가장 큰 장점은 공사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승현 포스코A&C 스마트하우징사업실 팀장은 “기가타운 A동을 지을 때 군산 공장에서 단위 주택의 마감재까지 거의 100% 완제품에 가깝게 생산한 뒤 이곳으로 운송해 당일 설치했다”며 “기존 RC공법으로 지어진 B동보다 최대 40% 공기를 단축했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철골 사용량이 많은 모듈러 주택 공법 특성 상 단순 공사비는 RC공법 대비 10% 가량 높지만 공사기간 단축에 따른 금융비용 절감, 건설 재해율 감소, 시공 과정의 환경오염 방지 등 부수적인 효과를 고려하면 전체 공사비에서 약 6%의 추가적인 공사비 절감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는 자재비와 건설 인건비 상승을 고려할 때 모듈러 주택 시장이 커지면 원가 경쟁력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모듈러 주택의 생산 대부분은 공장의 지상 층에서 이뤄져 중대재해사고 예방에도 용이하다. 3D 건축 정보 모델(BIM) 기반으로 건축되기 때문에 사전에 위험 요소를 살필 수 있을 뿐 아니라 자동화 기술로 오시공을 막아 균일한 품질을 유지한다는 장점도 있다. 모듈러 주택은 철골의 사용량이 많은 만큼 내구연한도 길다. 향후 재건축 및 리모델링을 고려하더라도 사용된 유닛을 해체해 외부 마감재를 교체하는 식으로 상당 부분을 재활용할 수 있어 친환경성 및 경제성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다.
모듈러 주택은 이미 주거용으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주택 건축에도 활용됐다. 포스코A&C는 기숙사와 같이 방이 작은 숙소 뿐 아니라 일반 아파트의 3베이, 4베이 구조를 모듈러 공법으로 지을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
정부도 모듈러 주택의 장점을 보고 관련 산업 육성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8월 발표할 ‘250만 가구 주택 공급 대책’에 모듈러 주택에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담는다. 도심에 신속하게 주택을 공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건설현장의 인력난과 안전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광양=변수연 기자 diver@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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