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시멘트공장 오염물질 기준 넘겨도.. 특례 탓 행정처분 '0'

김승환 2022. 7. 1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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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초과 배출 1742건 집계
가동중지 이후 2시간은 예외 인정
1주에 8회 이상 확인 등 때만 제재
"예외 기준 최소화 등 필요" 목소리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시멘트공장이 허용기준을 초과해 오염물질을 배출한 사례가 1700여건이나 되지만 행정처분은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 예외조항을 포함한 특례를 적용받아 행정처분을 피한 것이다. 최근 환경부가 시멘트 업계의 오염물질 기준치 상향을 검토 중인 가운데 실효성 있는 배출량 저감을 위해 무분별한 예외조항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실이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굴뚝 자동측정기기(TMS) 측정 대상인 시멘트공장 11곳의 먼지(TSP·입자 크기 50㎛ 이하), 질소산화물(NOₓ)·염화수소(HCl) 배출량이 대기환경보전법상 허용기준을 초과한 사례는 총 1742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각 항목별 매 30분 평균 측정값이 허용기준을 넘어선 경우다. 

오염물질별로 보면 미세먼지 유발의 주범인 질소산화물이 985건로 절반 이상인 56.5%를 차지했다. 이어 먼지 524건(30.1%), 염화수소 233건(13.4%)이었다. 업체별로는 삼표시멘트 삼척공장이 540건(31.0%)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한일시멘트 단양공장 357건(20.5%), 쌍용씨앤이 동해공장 326건(18.7%), 성신양회 단양공장 211건(12.1%), 한일현대시멘트 삼곡공장 126건(7.2%), 쌍용씨앤이 영월공장 78건(4.5%) 등 순이었다.

◆배출량 초과해도 ‘특례’로 행정처분 피해

허용기준 초과 사례가 이렇게 많은 데도 개선명령, 조업정지 등 행정처분이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은 건 바로 대기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내 ‘배출시설에 대한 특례’ 때문이다.

여기에 실제 기준을 초과하라도 예외로 인정받을 수 있는 조건이 설정돼 있다. 예를 들어 시멘트공장 소성시설(시멘트 반제품을 생산하는 가마)의 경우 가동개시·재가동 이후 8시간, 가동중지 이후 2시간 동안은 초과 배출해도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지난해 초과 사례 3건 중 1건 정도(33.4%·581건)가 이런 식으로 행정처분을 비껴갔다. 다른 50건(2.9%)은 개선계획서를 제출해 예외를 인정받았다.
나머지 1111건(63.8%)은 예외 사례로 인정되지 않아 ‘실제 초과’로 판단됐지만 행정처분은 없었다. 특례에서 ‘초과 사례가 3회 연속 이상 기록되거나 일주일에 8회 이상 확인될 때’에 대해서만 행정처분을 내리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처분이 전무한 탓에 오염물질 기준이 배출량 저감 유도라는 제 역할을 못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행정처분 사례가 드물지만 오염물질 배출량에 따라 부과금이 산정되기 때문에 오염물질 기준의 배출 저감 유도 역할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부과금 규모가 시멘트공장에 충분한 부담으로 작용하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지난해 TMS 측정 사업장 전체 826곳에 대해 산정된 총 부과금은 194억5000만원 정도다. 같은 기간 발전업(7만4765t)에 이어 두 번째 다배출업종인 시멘트제조업 배출량(5만138t)은 총량 대비 26%(5만138t) 수준이다. 배출량 비중만 따졌을 때 시멘트제조업 전체에 매겨지는 부과금은 50억5700억원 정도로 추정되는데, 초과 배출 건수가 가장 많은 삼표시멘트 한 곳의 한해 매출액만 해도 5600억원(지난해 기준)을 넘는 걸 고려하면 부과금의 배출 저감 유도 기능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배출기준 올린다는 환경부…“예외조항도 최소화해야” 

환경부는 현재 ‘통합환경관리제’를 시멘트제조업에 적용하기 위해 오염물질 배출 기준을 새로 만들고 있다. 통합환경관리제는 대기환경보전법을 포함한 7개 환경법률상 10개 인허가 사항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제도다. 지난 6일 환경부·시멘트업계는 ‘시멘트업 통합허가 협의체’를 발족하고 이 제도 적용을 위한 구체적 기준·지침에 대한 논의에 들어간 상태다.

일단 환경부는 이전보다 강화된 오염물질 배출 기준을 설정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과학적 기준과 함께 업계 수용가능성을 고려해 오염물질에 대한 ‘최대배출기준’을 설정할 것”이라며 “질소산화물 기준으로 현재 시멘트 소성시설에 적용되는 허용치인 270ppm(2007년 1월31일 이전 설치 시설 기준)보다는 다소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뉴시스
그러나 아무리 배출 허용기준을 강화한다고 하더라도, 대기환경보전법의 경우처럼 특례를 통해 업체가 제재를 피할 수 있는 길을 터준다면 실제 오염물질 배출량 저감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실제 환경부는 2003년과 2007년, 2010년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특례를 개정하면서 시멘트제조업의 오염물질 규제 ‘구멍’을 사실상 넓혀놓은 바 있다. 시멘트공장 소성시설 기준으로 가동개시·재가동 이후 초과 배출이 가능한 시간을 기존 4시간에서 2003년 6시간으로 2007년 8시간까지 늘렸다. 2010년에는 시멘트공장 냉각시설의 가동중지 이후 초과 배출이 가능한 시간을 기존 2시간에서 6시간으로 연장했다.

노웅래 의원은 “환경부가 배출기준을 강화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1700여건 기준치를 위반했는데도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것이 드러났다. 이 정도면 시멘트업계와 환경부의 유착 가능성이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기준치를 초과해 배출된 미세먼지가 동해·삼척, 단양·제천 등 시멘트 공장 인근 주민들의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즉각 전수조사하고, 배출 예외기준을 최소화하는 등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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