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논란에도 강행하더니..'종이호랑이'된 중대재해법
잇달아 불구속·무혐의 처분
"수년 판례 쌓여야 기준 잡혀"
'안전보건관리체계'구축이
검찰 기소 여부에 결정적
정부, 형벌 규정 개선안 추진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검 형사4부는 노동자 16명이 독성물질 트리클로로메탄에 중독되게 한 두성산업 대표이사 A씨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27일 불구속 기소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5개월 만에 이뤄진 '1호 기소'가 불구속으로 이뤄진 것이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A씨에 대해 중대산업재해치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유사 사고로 노동자 13명이 화학물질에 중독된 대흥알앤티 대표 B씨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에는 아예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돼 지난 1월 시행됐다. 입법할 때 과잉 처벌과 위헌 논란이 일었으나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법안 심사 한 달 반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중대재해 사건에 불구속·무혐의 처분이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사법 리스크를 높인 중대재해처벌법이 정작 현실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의원입법으로 급조돼 명확성의 원칙 등 법률의 기본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노동 현실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오태환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처벌받지 않기 위해 기업이 뭘 하고 뭘 안 해야 할지 명확히 법에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수사기관도 적극 적용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최고안전책임자(CSO) 유무와 역할이 특히 쟁점이 될 것이고 앞으로 수년간 사건과 판례가 쌓여야 기준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A씨와 B씨의 기소 여부를 가른 것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이행이다. B씨에 대한 창원지검의 불기소 이유서를 보면 검찰은 B씨가 노동자들과 성형공정 국소배기장치 성능 개선을 논의하는 등 분기별로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열어 작업환경 개선 절차를 논의한 것을 들었다. B씨가 매년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고 터치 모니터 설치 등 보건 조치를 취한 사실도 고려됐다. 검찰은 B씨가 안전보건 업무 매뉴얼을 작성하고 비치하는 등 9억7000만원의 재해예방 예산을 편성한 것도 불기소 이유로 제시했다. 반면 A씨와 두성산업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요구하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에 넘겨진 두성산업 사건의 1심 선고는 이르면 올해 안에 내려질 예정이다. 사건 관계자인 유성케미칼 대표 C씨가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구속돼 구속기간 6개월이 지나기 전에 선고가 내려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기업 경영책임자는 아직 없지만 추후 사례가 생길 경우 주요 로펌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위헌성을 지적하는 위헌법률심판 제청도 신청할 예정이다. 오 변호사는 "대형 로펌 대부분이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준비 중"이라며 "무죄 변론의 일환으로 위헌심판을 요청하는 것이고 클라이언트 구속이 이뤄지면 로펌들은 석방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또한 중대재해처벌법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3일 정부는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과 이노공 법무부 차관 주재로 '경제형벌 규정 개선 태스크포스(TF)' 출범 회의를 열고 △사적 자치 영역에 대해 필요·최소한의 형벌인지 △행정 제재 등 다른 수단으로 입법 목적 달성이 불가능한지 △유사한 입법 목적의 다른 법률 조항과 형평성이 맞는지 △해외 사례보다 과도한지 △시대 변화로 더는 형사처벌이 불필요한지 등 5대 기준에 따라 형벌 규정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다수 야당인 민주당의 협조가 없으면 법 개정이 불가능해 정부 의지대로 중대재해처벌법이 개정될지는 미지수다.
시행령 개정은 국회를 거치지 않아도 가능하다. 고용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의 모호한 부분을 보완하는 방안을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김형주 기자 /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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