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정의용 겨냥 "전정부, 정치공세 아닌 조사협조하라"(종합)
"靑, '흉악범 프레임' 아래 미리 북송 결정"..文변론 '페스카마號'도 거론
"서해 피살 때는 SI 장시간 방치, 탈북 어민 때는 SI 기민 활용 '모순된 행태'"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한지훈 기자 = 최영범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17일 전임 문재인 정부 당시 '탈북어민 북송' 사건과 관련해 "야당과 지난 정부 관련자들이 해야 할 일은 정치 공세가 아니라 조사에 성실하게 협조해 국민 요구에 응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 수석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에 대한 대통령실 입장'을 발표했다.
이번 입장 발표는 문재인 정부 당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이 이날 오전 해당 사건과 관련해 '흉악범 추방 사건에 대한 입장문'을 배포한 데 대해 반박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최 수석이 카메라 앞에 서서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만큼 용산 대통령실에서 해당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한다는 뜻으로도 해석됐다.
최 수석은 정 전 실장이 북송된 탈북 어민을 '희대의 엽기적인 살인마'라고 규정한 데 대해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탈북 어민을 엽기적인 살인마라 규정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당연히 우리 정부 기관이 우리 법 절차에 따라서 충분한 조사를 거쳐 결론 내렸어야 마땅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북송 어민들이) 귀순 의사가 없었다는 것도 궤변이다. 그렇다면 자필로 쓴 귀순 의향서는 왜 무시했단 말이냐"며 "특히 이 사안 본질은 우리 법대로 처리해야 마땅한 탈북 어민을 북측이 원하는 대로 사지로 돌려보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수석은 "국회 보고도 현장 지휘자의 문자 보고가 언론에 노출되자 마지못해 한 것 아니냐. 그렇게 떳떳한 일이라면 왜 정상적 지휘 계통을 무시하고 안보실 차장이 국방부 장관도 모르게 영관급 장교의 문자로 보고를 받았느냐"고도 했다.
사건 당시 국회를 찾은 김유근 안보실 1차장이 공동경비구역(JSA) 대대장으로부터 휴대전화 문자로 '북한 주민 2명 송환 예정' 등의 내용을 보고받은 모습이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북송 사실이 외부에 알려진 것을 겨냥한 것이다.
정경두 당시 국방부 장관은 같은 시각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 주민 두 명을 북측으로 송환 예정인 사실을 알고 있죠'라는 물음에 "언론을 통해서 확인했다"고 말해 정식 보고 체계 '패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최 수석은 정치권에서 해당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가 나오는 데 대해 "특검이나 국정조사는 여야가 합의하면 피할 이유가 없다. 다만 야당이 다수 의석을 믿고 진실을 호도할 수 있다고 믿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며 "국민 눈과 귀를 잠시 가릴 순 있어도 진실을 영원히 덮어둘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힘 '탈북어민 북송' 관련 국정조사 제안에 대해 용산 대통령실 사적채용 비선논란 동시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역제안한데 대해 "급한 일부터 처리하는 게 순리다.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의 진상이 뭐냐는 여론이 비등한 데 그것(탈북어민) 먼저 처리해야 맞다"고 설명했다.
최 수석 브리핑 후 대통령실은 별도의 보도 참고자료도 배포했다.
대통령실은 해당 자료에서 ▲ 조사 과정의 조기 종료 ▲ 탈북 어민의 귀순 여부 ▲ 법 적용 등 3가지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먼저 "당시 합심 조사 과정에서 본인 자백 외에는 물증이 전무한 상황에서 추가 조사가 필요함에도, 청와대는 신호 정보에만 의존해 탈북 사실을 사전에 파악하고, (어민들이) 우리 측으로 넘어오기도 전에 '흉악범 프레임'을 씌워 해당 어민의 북송을 미리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듬해 9월 발생했던 해수부 소속 공무원 피살 사건을 언급, "해당 공무원의 북측 해역 표류 시에는 신호정보(SI)를 장시간 방치해 북한군에 의한 피살을 막지 못했으면서도, 2019년 탈북 어민 처리에서는 신호 정보를 기민하게 활용해 흉악범으로 간주, 강제 북송 조치를 결정하는 등 모순된 행태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또 "문재인정부 청와대는 자필 귀순의향서와 중앙합동정보조사를 평가절하했다. 그리하여 보통 1∼2개월 걸리는 검증 과정을 2∼3일 이내에 끝내는 등 합심 과정을 졸속으로 처리하고 해당 어선 반환 등 탈북민 합심 조사를 부실하게 강제로 조기 종료시켰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이들의 귀순 의사 여부와 관련해선 "탈북 어민들은 NLL(북방한계선)을 넘기 전 '이제 다른 길이 없다. 남조선으로 가자'며 자발적인 남하를 결정했다. 나포 후 보호신청서 자필 서명 등을 통해 귀순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고 강조했다.
또 "귀순한 탈북자도 헌법상 우리 국민으로 간주하는 국내법과 고문방지협약에 따른 강제송환금지 원칙 등 국제법을 무시하며 귀순자의 범법 행위만 부각했다"며 "인권과 법치를 강조하는 문재인 대통령도 과거 페스카마호에서 우리 국민을 살해한 외국인 선원도 우리 동포로서 따뜻하게 품어줘야 한다고 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페스카마호 사건은 1996년 참치잡이 원양어선에서 조선족 선원 6명이 선상 반란으로 한국인 선원 11명을 살해한 사건으로, 문 전 대통령은 이 사건의 2심 변론을 맡았다.
대통령실은 자료 배포 주체를 '국가안보실'로 배포했다가 "실무자 착오"라며 '대통령실'로 바로잡기도 했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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