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째 후보' 북마케도니아, EU 가입 절차 본격화
북마케도니아의 유럽연합(EU) 정식 회원국 가입을 위한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북마케도니아는 EU 회원 후보국 지위만 17년째 이어왔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안보 불안이 회원 가입 추진 동력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디미타르 코바체브스키 북마케도니아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오는 19일 북마케도니아 정부와 EU 간 정식 가입 협상을 위한 첫 회동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협상 시작의 장애물이었던 불가리아와의 갈등이 타협점을 찾은 데 따른 것이다. 북마케도니아는 불가리아계 소수 민족 인정, 마케도니아어를 불가리아어 방언이 아닌 고유언어로 인정하는 문제 등을 놓고 불가리아와 갈등해왔다. 2007년 EU 회원국 지위를 획득한 불가리아는 만장일치 찬성이 필요한 북마케도니아의 EU 가입 협상 개시에 반대하며 발목을 잡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중재에 나섰고, 북마케도니아 의회는 이를 받아들여 우선 헌법을 개정해 불가리아계 소수민족을 인정하고, 소수민족 권리 보호와 이들에 대한 혐오발언 형사처벌 등 다른 쟁점들은 추후 불가리아 정부와 협의를 통해 해결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16일 북마케도니아 의회는 헌법을 개정해 자국 내 불가리아계 소수민족 권리를 보호하도록 하는 방안을 전체 의원 120명 중 68명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앞서 불가리아 의회는 북마케도니아 EU 가입 협상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북마케도니아는 2005년 EU 회원 후보국 지위를 얻은 이후 주변국과 관계개선에 나서며 EU 가입 협상에 속도를 냈다. 앞서 그리스와는 프레스파 협정을 통해 이견을 해소했다. 이에 따라 북마케도니아는 2018년 국명을 마케도니아에서 현재 이름으로 바꾸고 2020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가입했다.
이 같은 태도 전환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초래된 안보 불안과 발칸 국가들까지 포섭해 대러 전선을 확장하려는 EU의 목표가 맞물린 결과라고 폴리티코 등은 분석했다. 실제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북마케도니아와 불가리아를 오가며 러시아의 군사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양국 정부가 관계 개선에 나서도록 설득했다. 그는 16일 북마케도니아 의회 표결 직후 트위터를 통해 “여러분은 역사적인 기회를 잡았고 유럽의 미래를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며 환영했다.
북마케도니아 내부 반대 여론 설득은 과제로 남게 됐다. 실제로 북마케도니아에서는 프랑스의 중재안을 받아들이면서 불가리아에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는 비판 여론도 높다. 16일 북마케도니아 의회 밖에는 프랑스 중재안 수용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집결했고, 민족주의 성향 제1 야당 VMRO-DPMNE 소속 의원들은 표결 전 집단 퇴장했다. 61석으로 아슬아슬한 과반을 유지하고 있는 사회당 주도 좌파 연정은 알바니아계 민족주의 정당의 지지로 이날 표결을 간신히 통과시켰다. 불가리아계 소수민족을 인정하는 헌법 개정에는 전체 의원 3분의 2 찬성이 필요해 프랑스 중재안 수용 통과보다 더 어려운 작업이 될 것이라고 도이체벨레 등은 지적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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