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올라도 힘 못쓰는 美은행주..월가 "낙폭 과대, 곧 주인공" [월가월부]

김덕식 2022. 7. 1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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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S&P500 20% 빠질 때
은행업종 지수는 26% '주르륵'
월가 "다른 업종과 비교하면
은행주 주가수익비율 낮아"
JP모건·웰스파고株 추천

◆ 서학개미 투자 길잡이 ◆

'골이 깊으면 산이 높다.'

주식시장에서 하락 폭이 크면 상승 여지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로 쓰인다.

하지만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투자 환경이 녹록지 않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9.1%를 기록하면서 '울트라 스텝'(기준금리 1%포인트 인상)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러한 금리 인상기에 주목받는 업종이 있다. 은행주다. 금리가 높을수록 예금과 대출 간 스프레드 증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은행주는 경기 침체 분위기가 시장을 지배하면서 성적이 좋지 않았다.

자산 규모로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가 14일(현지시간) 예상에 못 미치는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JP모건체이스는 2분기(3~6월) 순이익이 86억5000만달러(주당 2.76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28%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2분기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4억2800만달러의 대손충당금을 쌓으면서 이익이 줄어든 점이 부진한 실적의 배경이 됐다.

올 들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20.47% 하락하는 동안 S&P500 은행지수는 25.99% 떨어졌다. 미국 은행 실적을 추종하는 KBW 은행 인덱스도 올해 들어 25% 넘게 하락했다. 이처럼 상반기 잔인한 흐름을 보였던 미국 은행주이지만, 하반기에는 집중 조명을 받을 때가 왔다는 진단이 월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데이비드 비앙코 DWS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NBC에 "하반기 은행주 선전을 예상한다"며 "JP모건과 웰스파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PNC파이낸셜 등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찰스 리버먼 어드바이저스 캐피털 매니지먼트 CIO는 "은행 주식이 이상할 정도로 낮게 거래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S&P500 은행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40으로, S&P500의 평균 PER(19.02)에 비해 낮다. 은행주가 다른 업종과 비교해 저평가됐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금융정보제공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향후 5년, 10년, 15년, 20년 각각 선행 PER는 S&P500 은행지수와 S&P500 지수의 차가 9.5에서 7.12, 4.51, 4.49로 줄어드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만큼 은행이 저렴한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는 의미다.

투자리서치 회사 모닝스타도 은행주는 안전 마진이 충분히 확보된 가격까지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모닝스타는 자사 애널리스트가 다루는 30개의 미국 상장 은행 주식 중 24개 종목이 저평가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릭 콤턴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는 "불황 첫해에 잃어버린 수익을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국 경기 침체 이전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제러드 캐시디 RBC캐피털마켓 주식 전략 헤드는 "사람들이 은행주를 너무 적게 가지고 있다"며 "연준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잘 나왔다"고 강조했다.

연준은 지난달 23일 미국의 실업률이 10%까지 올라가고, 국내총생산(GDP)이 3.5% 감소하며,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40%, 주택 가격이 28.5%, 주가가 55% 각각 폭락하는 상황을 가정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했다. 테스트에 참여한 자산 1000억달러 이상의 34개 대형 은행은 모두 통과에 성공했다.

캐시디 헤드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20대 은행 중 18개 은행이 배당을 삭감하거나 없앴던 2008년, 2009년과 달리 이번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줬다"며 "자본이 풍부한 은행들의 배당금은 경기 침체 시기에도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당은 통상 은행 업계 주주 이익 환원의 약 30%를 차지한다. 마켓워치는 "연준의 올해 금리 인상 계획으로 미국 은행이 예대금리차를 통해 더 많은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투자자의 배당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고 전했다.

투자은행 오펜하이머의 크리스탄 코토스키 애널리스트는 "은행은 공급망 병목현상이나 부품 부족 등 다른 업종이 힘들어하는 문제에서 자유롭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 후유증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야기된 공급망 혼란이 심화하고 있다.

코토스키 애널리스트는 BoA와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JP모건, 모건스탠리, SVB파이낸셜그룹, US뱅코프를 추천했다. 맷 오코너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는 "단기 전망은 불확실하지만 1년 후 주가는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은행주는 다른 업종 주식에 비해 40~45%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리 인상기에 은행은 예대마진 수익 증가를 누릴 수 있지만, 수수료 감소는 각오해야 한다. 금리가 오르면 모기지론 등 각종 대출 활동이 줄어들어 수수료가 줄기 때문이다. 또 기업 측에는 차입 비용이 증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은행을 상대로 한 활동이 둔화될 가능성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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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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