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토니아 "우리 말 가르쳐야"..러시아어 퇴출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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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국경을 접해 안보를 위협받는 에스토니아가 자국 내 러시아 영향력 차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냉전 시절 소련(현 러시아)의 점령통치를 받은 에스토니아는 러시아계 주민이 많고 자연히 러시아어가 널리 쓰인다.
에스토니아 입장에선 분란의 싹을 조기에 자르려면 자국 내 러시아계 주민들을 어떤 식으로든 '단속'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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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정 "2030년까지 에스토니아어 교육 확대"
16일(현지시간) 최근 출범한 에스토니아 새 연립정부가 마련한 연정 합의서에 따르면 ‘에스토니아어 교육 확대’에 향후 막대한 재정이 투입된다.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는 기존 연정을 해체하고 자신이 이끄는 개혁당, 그리고 조국당·사회민주당까지 3개 정당이 참여하는 새 정부를 지난 15일 꾸렸다. 이 3개 정당 대표가 기나긴 논의 끝에 채택한 연정 합의서의 가장 첫번째 항목이 바로 에스토니아어 교육인 것이다.
칼라스 총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서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교육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이번에 에스토니아어 교육을 더욱 강화하기로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오는 2030년까지 모든 학교에서 에스토니아어를 ‘모국어’로 가르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특별히 러시아를 겨냥하는 듯한 언급은 없지만 에스토니아 국민이 쓰는 언어를 살펴보면 이 조치가 왜 나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2020년 기준으로 인구가 130만여명인 에스토니아는 에스토니아어와 더불어 러시아어가 사실상 공용어처럼 쓰인다. 에스토니아 전체 인구의 무려 30%가 러시아어를 ‘외국어’가 아닌 ‘모국어’ 수준으로 유창하게 구사하는 게 현실이다. 이는 원래 독립국이던 에스토니아가 1940년 소련 스탈린 정권의 강압에 굴복해 주권을 잃고 1991년까지 50년 넘게 소련의 점령통치를 받은 것과 무관치 않다. 그 시절 에스토니아에 정착한 러시아인들이 자연스럽게 자기네 커뮤니티를 이루고 에스토니아와는 전혀 다른 문화적 정체성을 형성해 온 것이다. 실제로 에스토니아 국민의 25%는 러시아 민족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종교 또한 대부분 러시아정교를 믿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쟁 대신 ‘특별군사작전’이라고 부르며 우크라이나를 지배하는 나치 세력을 처단하는 것이 이번 작전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러시아계 주민의 인권을 가혹하게 탄압한다고도 했다. 서방에선 이를 ‘가짜뉴스’라고 폄훼하지만, 러시아어에 익숙한 주민들은 거듭되는 선전에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제법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BC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든 ‘러시아계 주민 보호’라는 명분이 다른 나라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에스토니아는 우려하고 있다”며 “이제 에스토니아 정부는 러시아와의 접경지역 경비를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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