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바뀐 경주 수렴항.."태풍 걱정 덜고 관광명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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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시 양남면 수렴항에서 30년째 고기를 잡는 김일성(65) 어촌계장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여름만 되면 태풍이 몰려온다는 예보에 잠을 설쳤다.
하지만 경북도와 경주시가 지난 2019년부터 해양수산부의 어촌뉴딜300사업을 진행하면서 수렴항 주변 모습은 달라졌다.
경북 동해안은 수렴항 등 경주시와 포항시, 영덕군, 울릉군에 각 5곳, 울진군에 4곳 등 모두 24곳이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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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지물 육지 방파벽 철거, 해상 방파제 건설
월파 피해 '뚝'..안전 확보에 동해 절경도 감상
경북 동해안 24곳 선정..어촌 정비 확대하기로
경북 경주시 양남면 수렴항에서 30년째 고기를 잡는 김일성(65) 어촌계장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여름만 되면 태풍이 몰려온다는 예보에 잠을 설쳤다. 하지만 요즘은 남의 일처럼 여기고 푹 잔다. 마을 앞 바다 위로 폭 8m, 길이 130m의 해상 방파제가 설치된 덕분이다.
수렴항에는 해안선을 따라 방파벽이 설치돼 있고, 육지 안쪽에 길이 약 100m, 높이 1.5m의 또 다른 방파벽이 있었다. 하지만 큰 파도를 막지 못했다. 육지 안쪽 방파벽도 마을 한가운데 도로에 설치돼 주민들 보행과 차량 소통에 불편함을 줬다. 사고 위험도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경북도와 경주시가 지난 2019년부터 해양수산부의 어촌뉴딜300사업을 진행하면서 수렴항 주변 모습은 달라졌다. 육지 안쪽 방파벽은 말끔히 철거됐고, 해상에는 콘크리트 구조물인 거대한 방파제가 들어섰다. 3년간 국비 78억1,500만 원, 도비 10억600만 원, 시비 23억4,300만 원 등 총 111억6,400만 원이 투입됐다.
기존 방파벽이 철거되면서 폭 7m에 이르는 널찍한 보행로가 생겼고, 수렴항 앞 푸른 동해의 풍광도 한눈에 들어오게 됐다. 마을 주민이 모여 쉴 수 있는 휴게 공간과 관광객들이 차를 세우고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광장과 전망대도 들어섰다. 어구와 어망이 어지럽게 널려 있던 어항은 제트스키 정박이 가능해지는 등 해양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재정비됐다. 김일성 계장은 “해상 방파제가 생긴 이후 2019년 태풍 미탁, 2020년 마이삭과 하이선은 물론 지난해 오마이스 때 8m가 넘는 파도에도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며 “이제는 태풍이 와도 아무런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해안선을 따라 만들어진 방파벽에는 경관 조명이 설치돼 수렴항은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다운 항구로 변신했다. 해수욕장과 항구 쪽 동네 사이로 흘러 주민들 통행에 불편을 줬던 수렴천 위로는 길이 100m의 보행교가 놓였다. 황새 서식지로 유명한 바다 위 황새바위, 마을의 전설을 품고 있는 할배나무와 할매나무, 할매바위 등도 정비돼 ‘관광명소’로 탈바꿈했다.
어촌뉴딜300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주민들은 개선 방안을 적극 내놓는 등 누구보다 변화에 앞장섰다. 20년 이상 된 마을 회관을 카페를 갖춘 커뮤니티 센터로 변신시킨 것도 주민들의 아이디어다.
어촌뉴딜300은 해수부가 전국의 항·포구와 어촌마을 중 300곳을 선정해 어촌의 필수 기반시설을 현대화하고, 지역별로 특화된 사업을 추진해 어촌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업이다. 2024년까지 총 3조 원이 투자된다.
경북 동해안은 수렴항 등 경주시와 포항시, 영덕군, 울릉군에 각 5곳, 울진군에 4곳 등 모두 24곳이 선정됐다. 국비 1,524억 원 등 2,177억 원이 투입돼 정비작업이 진행 중이다. 해수부는 새 정부 국정과제로 기존 어촌뉴딜300 사업보다 한층 확대된 ‘어촌 신활력 증진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재해 걱정을 덜고 동시에 고령화도 극복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어촌·어항을 만드는 데 온 힘을 쏟겠다”며 “새로운 '어촌 신활력 증진사업'으로 삶의 질을 높이고 또 다른 소득원이 되는 공간으로 변신시키겠다”고 말했다.
경주=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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