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민주당" 이재명 97그룹 압도.. 최고위원까지 '친명'이 휩쓰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17일 당 대표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외친 말이다. 이날 이 의원은 지난 선거 패배에 대한 세간의 비판을 의식한 듯 대선 패배와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당 대표가 되어 민주당을 바꾸는 방식으로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두고 장고를 거듭했으나 정치권 안팎에서 그의 출마는 기정사실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 의원은 그동안 당내 기반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고, 다음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게 될 당 대표 자리는 민주당을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에서도 이 의원은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한 경쟁 후보들보다 넉넉하게 앞서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의 의뢰로 지난 12~13일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당 대표 적합도에서 이 의원은 39.6%로 1위에 올랐다. 17.1%를 얻은 2위 박용진 의원보다 20% 이상 높다. 세대교체론을 내세우며 이 의원의 대항마로 떠오른 이른바 97그룹(90학번·70년대생) 후보들과도 격차가 크다. 박주민 의원은 6%, 강병원 의원은 3.4%, 강훈식 의원은 1.9%로 저조하다.
여기에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이재명계 의원들이 대거 당선된다면 ‘이재명 지도부 체제’가 더욱 강고해질 수도 있다. 현재까지 최고위원에 출사표를 낸 이재명계 의원은 정청래, 박찬대, 양이원영, 이수진, 장경태 의원 등이다. 이 밖에도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캠프의 총괄상황실장을 맡았던 서영교 의원도 출마 선언을 했다.
물론 최고의원에 도전하는 친문계 의원들도 있다. 지난 13일에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초선 의원인 고민정 의원과 윤영찬 의원이 최고위원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고민정 의원은 “한 사람의 영웅이 세상을 바꾸는 시대는 끝났다. 민주당은 나만이 고칠 수 있다는 독선적 사고로는 공감을 얻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서로에 대한 상처만 깊어질 뿐”이라며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깨고 든든한 제1야당,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윤영찬 의원은 “문재인 당 대표 시절의 원칙과 상식으로 당을 새롭게 재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저는 문재인 정부 초대 소통수석으로서 정부 소통의 문화를 바꿨다”며 “그 어떤 정부와 공공기관도 시도하지 않았던 실시간 소통, 국민과의 역동적인 직접 소통을 해냈다”고 말하며 문재인 정부의 성과와 자신의 역할을 강조했다.
초선 모임의 좌장인 고영인 의원은 출마 선언을 하면서 ‘이재명 책임론’을 다시 한번 언급하는 등 친명 대세론을 견제했다. 고 의원은 “지방선거에서 인천 계양을 출마가 당에 긍정보다는 부정적 영향을 줬고 그것에 대해 일정한 책임 의식을 갖는다면 이번에 출마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되는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당 대표와 원내대표, 최고의원 7명 등으로 구성된다. 최고위원 중 5명은 선출직이고 나머지 2명은 당 대표가 지명한다. 따라서 이번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의원이 당 대표에 선출되고 최고위원 5명 중 2명만 이재명계에서 나와도 지도부 내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당연직 최고위원인 박홍근 원내대표도 이재명계로 분류된다.
최고위원 선거는 이달 29일 중앙위원회 100% 기준을 반영해 예비경선(컷오프)을 치러 후보를 8명까지 추리는데 이 컷오프가 중대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위원회 구성원들은 주로 이번 지방선거 패배에 직격탄을 맞은 기초단체장, 기초의회 의장단 등이 대거 포함되어 있고 친문 색채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중앙위원회는 지난 13일 당헌을 개정해 ‘선출직 최고위원 중 비수도권 당선자가 없는 경우 지명직 최고위원에 비수도권 인사를 우선 배려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이재명계 의원들의 지역구가 주로 수도권이라는 것을 고려했을 때 이 조항은 이재명계 의원들의 당 지도부 입성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있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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