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아프리카에서 '정치·경제 문제 해결사' 자청하며 '서방 구애' 차단
중국이 최근 아프리카 대륙에 고위 관리들을 잇달아 파견하면서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관계를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서방이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맞서 해당 지역에서 외교 공세를 펼치는 것에 대응해 아프리카에 대한 주도권을 공고히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7일 중국이 최근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대일로 사업 등을 통해 아프리카 각국의 정치, 경제 문제 해결사를 자청하며 관계를 강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쉬징후 중국 정부 아프리카사무 특별대표는 최근 아프리카 8개국 순방 중 지난 13일 에바리스트 은다이시미예 부룬디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농업, 보건, 인프라 등 주요 분야에서의 지원을 약속했다. 이에 은다이시미예 대통령은 중국이 “특히 어려운 시기에 수년간 우리 편에 서 왔다”며 화답했다.
앞서 중국 외교의 사령탑인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이달 초 짐바브웨와 모잠비크를 방문했다.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 등을 통해 자국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공을 들이는 나라들이다. 중국은 짐바브웨가 서방의 제재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있다는 점을 활용해 이 나라를 남아프리카 전략거점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00년부터 20년간 짐바브웨에 총 30억달러의 차관을 제공하고 수력발전소, 공항, 도로 등 각종 인프라 사업을 주도해왔다. 모잠비크 역시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을 펼치고 있는 곳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모잠비크가 지난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됐다는 점이 양 정치국원의 방문 이유라고 평가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중국 견제에 공식적으로 동참하면서 중국은 이에 맞설 개발도상국 세력을 확충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중국이 처음 임명한 ‘아프리카의 뿔’(대륙 동북부) 특사인 쉐빙 특사는 지난달 20일 에티오피아에서 열린 아프리카의 뿔 지역 평화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그는 콘퍼런스에서 “이 지역 국가들의 뜻에 따라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중재 노력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중국이 아프리카와의 외교 관계 다지기를 넘어, 아프리카 내 문제 해결을 위한 중재 노력 등에도 관심이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이를 두고 포린폴리시(FP)는 미국의 영향력이 약해진 해당 지역에서 중국이 공백을 채우고 분쟁으로부터 투자 사업을 보호하기 위해 타국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기조를 바꾼 것이라고 분석했다. 에티오피아의 경우 2000~2020년 사이에 중국으로부터 약 16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받았고, 현재 약 400개의 중국 건설 및 제조업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곳이다. 중국의 아프리카 일대일로 사업 거점이라 할 수 있다. 또 중국은 아프리카의 뿔 역내 국가 중 수단과 남수단엔 석유 투자를 하고 있고, 지부티에는 첫 해외 군사기지를 두고 있다.
중국 관리들이 아프리카를 자주 찾는 데는 서방과 아프리카 간 교류 증가를 견제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SCMP는 지난 2월 열린 유럽연합(EU)-아프리카연합(AU) 정상회의를 사례로 들면서 EU가 아프리카에 대한 참여와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몇 달 동안 미국 국무부와 상무부 고위 관리들도 아프리카를 방문했고, 올해 말엔 제2차 미·아프리카 정상회담도 열릴 예정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텔렌보쉬 대학의 국제정치센터 연구원 팀 자혼츠는 “중국과 서방 지도자들이 아프리카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점점 더 열띤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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