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팔라"는 73세 만취남 밀었는데 사망.. 72세 여주인, 법원 판단은

대구지방·고등법원 전경. /조선DB

만취한 남성이 술을 팔라고 요구하자 이를 거절하는 과정에서 밀쳐 숨지게 한 마트 주인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대구지법 형사 12부(재판장 조정환)는 폭행치사 혐의로 기소된 여성 A(72)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7월 경북 청도군에서 운영하던 자신의 가게에 찾아온 남성 B(73)씨를 손으로 밀쳐 넘어뜨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와 B씨는 같은 동네 주민으로서 평소 B씨가 A씨의 가게에 술을 사러 자주 들렀다. 하지만 B씨가 만취한 경우 A씨는 B씨를 걱정해 술을 더 팔지 않았다고 한다. 사건 당시에도 B씨가 만취한 상태로 가게 앞에 앉아 “술을 팔라”고 요구하자 A씨는 “(술)더 안 팔 테니 돌아가라”고 했다.

거듭된 거절에도 B씨가 떠나지 않자 A씨는 가게 맞은편 파출소로 향했고, 이 틈을 노려 B씨가 가게로 들어가려 했다. 이를 본 A씨가 B씨를 막기 위해 서로 출입문 손잡이를 붙잡고 실랑이를 벌이다 B씨의 가슴을 손으로 한번 밀쳤다. B씨는 뒤로 넘어지면서 바닥에 머리를 부딪혔고, A씨가 즉시 경찰에 신고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나흘 뒤 숨졌다.

재판부는 “B씨가 귀중한 생명을 잃었고, B씨 유족들에게도 A씨는 용서받지 못했다”면서도 “범행은 A씨가 B씨를 말리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했고, A씨가 초범이며 반성하고 있는 점, 마을 주민 등 지인 다수가 선처를 탄원하는 점 등을 종합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