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변 살인사건' 위증 누명 쓴 가족도 무죄

강압수사 피해자 최 씨의 부인·처남
법정서 "남편 처갓댁에 있었다" 진술
위증죄로 몰리면서 억울한 옥살이
재심으로 혐의 벗고 주홍글씨 지워

‘낙동강변 살인사건’ 재판에서 가족의 알리바이를 댔다가 위증교사를 했다고 몰려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한 최인철(61) 씨의 부인과 처남(국제신문 지난해 2월 7일 자 1면 등 보도)이 재심 끝에 마침내 주홍글씨를 지웠다.

지난해 2월 ‘낙동강변 살인사건’ 무죄 선고를 받은 누명 피해 당사자 최인철 씨와 장동익 씨. 국제신문 DB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3단독 송호철 판사는 낙동강변 살인사건 재판 때 위증교사 등의 혐의로 징역형이 내려진 정숙기 정대근 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15일 열린 재판으로 두 사람은 30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두 사람은 당시 경찰의 강압 수사로 저지르지 않은 범행을 자백해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최 씨의 부인과 처남이다. 최 씨는 1990년 1월 4일 한 여성을 장동익(64) 씨와 공모해 살해한 뒤 부산 사상구 엄궁동 갈대밭에 유기한 혐의(강도살인)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최 씨는 수사 단계에서 신정 연휴라 처가에 방문했다고 진술했지만, 수사기관은 이를 믿지 않았다.

이 사건 1심이 진행되던 1992년 4월 정대근 씨 역시 법정에서 “그날 자형은 대구의 처가에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러자 검찰과 경찰은 그가 위증했다며 그해 5월 정 씨를 구속했다. 아내인 정숙기 씨 또한 동생에게 위증을 부탁했다며 그해 6월 구속됐다. 결국 두 사람은 그해 7월 각각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 징역 8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형이 선고되기 전까지 1, 2개월씩 미결수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셈이다.

검찰은 선고 직전 제출한 구형 의견서에서 “검찰은 지난 30여 년간 계속된 피고인들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며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무죄 의견을 전했다.

낙동강변 살인사건 누명으로 21년 5개월을 철창 속에 갇혀 지내야 했던 최 씨와 장 씨는 지난해 2월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부인 정 씨는 남편 없이 어린 자녀들을 키워냈다. 부산 강서구 명지동에서 일당을 받으며 대파 농사를 돕거나 명지항에서 바닷일을 하기도 했다.

남은 피해자는 최 씨의 처백모(아내의 큰어머니) 남모 씨다. 그는 사건 당시 최 씨가 처가에 온 게 맞는다고 진술했다가 위증 혐의로 처벌받았다. 이 사건 변론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남 씨의 의사를 확인한 뒤 재심을 청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