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사법리스크' 우려속 당대표 출마 선언한 이재명 고문
(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이 17일 당권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이 고문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을 바꾸고, 정치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겠다. 그 첫 시작이 이기는 민주당을 만드는 것"이라며 차기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차기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며 "이기는 민주당을 만드는 임무에 실패한다면 이재명의 시대적 소명도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당 안팎의 불출마 요구가 적지 않았는데 3.9 대선 패배 이후 4개월여 만에 차기 대표 출마 선언이 나왔다. 6.1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부터 그의 당권 도전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그다지 곱지 않은 시선을 받으면서도 이 고문은 대선 패배 두 달 만에 아무 연고도 없던 인천 계양을에 출마했고 국회에 입성했다. 그의 정치 행보가 당권 도전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은 유효해 보인다.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봐야 한다. 정치적 명운을 건 시험대에 올랐다. 정가 일각에선 벌써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란 말이 나도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고문의 당권 장악 가능성을 비교적 높게 본다는 것인데 당장 결과를 예측하긴 섣부르다.
이 고문의 앞길에 놓인 난제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이른바 '사법 리스크' 등을 둘러싸고 당 안팎의 우려가 여전하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부터 불거진 비리 의혹에 대한 연루 여부가 관건으로 등장해 있다.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부인의 법인카드 유용 관련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여러 의혹을 놓고 검·경찰의 수사가 이 고문을 향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정국을 강타했던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도 수사 또는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고문은 이에 대해 '정치 보복'으로 간주하며 반발하는 입장이다. 현 정부가 정략적인 '사정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시각을 담았다고 볼 수 있다. 정치적 이해 관계를 떠나 비리 사건이나 의혹에 연루돼 있는지에 대한 실체 규명 작업은 불가피하다. 수사나 재판을 통해 실체에 대한 엄정하고 철저한 규명 작업이 이뤄져야 하는 게 당연하다. 수사 등 결과에 따라선 그의 정치적 행보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국민의힘 측은 이 고문을 겨냥해 지난 보궐선거에서 '방탄 배지'를 얻은 데 이어 이번 당 대표 출마 선언으로 '방탄 갑옷'을 갖추겠다는 심산이 드러나고 있다고 공세를 펴는 상황이다.
이 고문의 출마 선언과 함께 민주당은 본격적인 당권 경쟁에 돌입하게 됐다. 17일부터 이틀간 후보 등록이 진행된다. 정가에선 이 고문과 비명(비이재명)계 후보 간 대결 구도가 더욱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패배했다. 선거 패배 책임론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아 왔다. 당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전해철·홍영표 의원은 최근 이 고문의 불출마를 요구한 뒤 본인들이 전당대회 불출마를 결정하기도 했다. 이 고문의 동반 불출마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담겼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이 고문은 이와 관련해 이날 출마 선언을 통해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으며 책임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올해 전국 단위의 선거를 거치며 친이재명계와 친문계 사이의 대립과 갈등은 고조돼 왔다. 반성은커녕 선거 패배를 안긴 민심을 제대로 읽고는 있는지 의문은 가시지 않았다. 이번 전당대회 과정이 거대 야당으로서의 진로와 미래상을 재정립해 나가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민생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 등 나라 안팎에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혁신과 통합, 변화를 모색해 가려는 노력에 일말의 주저함도 있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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