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굉음에 더워도 창문 못 연다"..'불법 이륜차' 단속 현장
지난 14일 오후 10시쯤 서울 중랑구 용마터널 인근. “뻥, 뻥” 큰 소리를 내며 줄지어 질주하던 오토바이 4대가 단속반원이 흔드는 형광봉을 보고 속도를 줄여 길가에 오토바이를 세웠다. 줄의 맨 마지막에 있던 젊은 남성 A씨는 곤란한 표정으로 헬멧을 벗으며 말했다.
“중고로 산 거라 (불법인지) 진짜 몰랐어요.”
이들이 단속에 걸린 이유는 소음기 불법 개조였다. 오토바이가 운행할 때 나는 소리를 덜 막아주는 제품으로 소음기를 교체해 ‘굉음’이 나도록 한 것이다.
이날 밤 중랑교에서 용마터널로 이어지는 편도 2차선 도로에서는 서울시와 한국교통안전공단, 서울경찰청 관계자 10명가량이 도로를 지나는 오토바이들을 살피고 있었다. 용마터널은 서울에서 경기 양평군이나 강원 춘천시 등지로 단시간에 이동할 수 있어 ‘폭주족’들의 주요 통로로 이용되는 곳이다.
서울시 등은 이번 달부터 불시점검 방식으로 불법 개조 오토바이 야간 특별단속을 시행 중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배달 오토바이 통행이 급증했고, 창문을 열어놓고 생활하는 여름철이 되면서 소음 민원이 증가하는 데 따른 조치다.
용마터널 인근에 사는 주민 김모씨(49)는 “날이 더워서 창문을 열어놓을 때가 많은 요즘에는 밤마다 오토바이들이 ‘뻥-뻥-’ 하는 굉음을 내면서 지나가 미칠 지경”이라면서 “집에 계시는 어머니가 새벽에 잠을 못 주무셔서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9시부터 2시간가량 이뤄진 단속에 오토바이 총 7대가 적발됐다. 소음기 불법 개조가 3건이고 나머지는 전조등·핸들 개조, 안개등 추가 설치 등이다. 단속반원들은 불법 개조가 의심되는 오토바이는 일단 세워 전산에서 차번호를 조회해 ‘순정’(개조를 안 한 상태)과 현 상태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단속을 진행했다.
단속 유형과 상관없이 운전자들은 “불법인지 몰랐다”라거나 “중고로 산 오토바이의 전 주인이 개조했다”고 이야기했다. 이날 오후 10시30분쯤 전조등 불법 개조로 단속에 적발된 한 배달 오토바이 운전자도 “정말 몰랐다. 문제가 된다면 (새로 단 전조등을) 당장 떼면 될 것 아니냐”면서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단속반원 B씨는 “변명일 때도 있지만 실제로 운전자들이 몰랐던 경우도 많다”면서 “일단 단속 확인서를 작성하고 나중에 고의가 없었음을 입증하는 서류를 내라고 안내한다”고 설명했다. 단속에 적발된 운전자들은 추후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소명 절차를 거치게 된다.
단속에 걸리지는 않았지만, 인근 시민들이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소음을 내는 오토바이도 몇몇 눈에 띄었다. 환경부 지침에 따르면, 이륜차의 배기 소음 허용기준은 최대 105㏈이다. 이는 ‘열차 통과 시 철도 변의 소음’에 해당하는 수준(100㏈)이라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에 환경부는 지난 3월 기존 배기 소음 허용기준을 95㏈로 강화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B씨는 “이륜차 소음 문제를 해결하려면 (법 개정에 더해) 정부와 지자체에서 전기 오토바이를 구매하는 이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식으로 인센티브를 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토바이를 개조하면 한국교통안전공단에 신고하고 배기가스 배출량과 소음이 정상인지 검사받아야 한다. 미신고된 불법 개조 이륜차는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형사처벌 또는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소음기·전조등을 불법 개조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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