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판매 급감한 테슬라, 왜?

박순봉 기자 2022. 7. 1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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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 점유율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안으로는 현대차·기아, 밖으로는 벤츠와 BMW에게 거세게 도전받는 샌드위치 처지다.

고도의 반자율주행 시스템을 앞세워 전기차 시장을 이끌어온 테슬라가 주춤한 것은 일시적이지 않을 공산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결국 승차감이나 주행능력 등에서 노하우를 쌓아온 전통의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 시장에 본격 가세하면서 테슬라가 밀릴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테슬라 모델3 테슬라 제공

17일 자동차시장 조사기관인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테슬라의 올해 상반기 국내 판매량은 6746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은 9705대로, 2959대(30.5%)나 감소했다.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의 비중도 줄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와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의 자료를 종합해 보면,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 전기차(1만2959대) 중 테슬라의 비중은 52%(6746대)로 절반을 조금 넘는다. 지난해 같은 시기에는 84.9%(1만1431대 중 9705대)로 압도적이었다. 이런 추세로 볼 때 50% 이하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테슬라의 빈자리는 전통의 내연기관 강호인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가 채웠다. 벤츠는 올해 상반기 1395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작년 같은 기간 판매량 337대의 4배를 넘는다. 벤츠의 수입 전기차 시장 점유율도 10.7%로 올라섰다. 지난해에는 2.9% 수준이었다.

BMW는 올해 상반기 1238대 전기차를 판매했다. 작년 같은 기간 76대에 비하면 16.3배나 급증한 수준이다. 수입 전기차 시장 점유율도 0.7%에서 9.5%로 뛰어올랐다.

테슬라가 주춤하면서 현대차·기아와의 격차도 벌어졌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전기차로만 3만1672대를 팔았다. 기아는 2만3192대를 판매했다. 합치면 5만4864대로 테슬라 판매량의 8.1배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테슬라 하락세의 이유로 주행과 승차감 등 테슬라가 가진 기본기의 한계를 꼽았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일반인들이 테슬라를 타보면 승차감, 소음, 진동이 좋지 않고 계기판 조작 같은 것들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상당히 불편해한다. 차량의 완성도가 상당히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전기차는 전통 완성차 회사 입장에선 진입 장벽이 낮다. 반면에 테슬라 입장에선 서스펜션이나 승차감, 조종 안정성을 만드는 기술이 어렵다”며 “100년 이상의 역사와 기술을 갖고 있는 전통적인 회사들이 본격 전기차를 생산하게 되면서 판도가 뒤집히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우디 e-트론, 포르셰 타이칸 같은 고성능 전기차가 테슬라를 위협하는 데다, 대중 브랜드도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현대차의 E-GMP, 폭스바겐의 MEB 등을 내세워 본격 물량 공세에 나서기 시작했다. 세계 1위 토요타의 전기차는 사실상 아직 제대로 출발도 안 한 셈이다.

그렇다고 테슬라의 장점인 반자율주행이 ‘완전자율주행’ 단계까지 넘어가기는 현재로선 불가능에 가깝기에 시간이 갈수록 매력이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는 처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예로 들며 “테슬라의 입지 축소는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가 전기차로 본격적인 전환에 나서면서 경쟁 체제에 돌입한 결과”라고 평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테슬라의 전기차 독주 시대가 이제 치열한 춘추전국 시대로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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