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탈북어민 북송 공세에 "아무리 전 정권을 부정하고 싶더라도" 조목조목 반박

박홍두 기자 2022. 7. 17.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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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문재인 정부 국가안보실장을 지낸 정의용 전 실장이 17일 윤석열 정부·여당의 ‘탈북 어민 북송 의혹 사건’ 공세와 관련해 “(해당 탈북 어민들은) 희대의 엽기적 살인마들이다. 애당초 남한으로 귀순할 의사도 없었다”며 “북한으로부터 먼저 이들을 송환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사실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정 전 실장은 “아무리 전 정권을 부정하고 싶더라도 법에 따라 결정하고 처리한 사안을 이제 와서 관련 부처들을 총동원해 번복하는 것은 스스로 정부 체제를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여당의 재조사 공세 속에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자 당시 결정·보고 라인 관련자로서 정면 대응에 나선 것이다.정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이었다. 그의 반박은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정 전 실장은 이날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흉악범 추방 사건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당시 탈북 어민들의 범죄 내용과 귀순 의사의 진정성, 이들을 추방한 배경 등을 조목조목 자세히 설명했다.

우선 정 전 실장은 이들이 탈북민도, 귀순자도 아닌 선장의 가혹행위에 보복 살인을 저지른 흉악범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들 흉악범들은 탈북민도 아니고 귀순자도 아니다.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하다 붙잡힌 자들”이라며 “이들은 제압당할 당시 자포자기한 듯한 태도로 ‘죽어도 웃으면서 죽자’고 했다. 귀순 의사도 전혀 밝히지 않았다가 합신(합동신문) 과정에서 통상적 절차인 귀순 의사를 확인하는 단계에서 귀순의향서를 제출했던 것”이라고 했다.

정 전 실장은 당시 북한의 요구를 받고 이들을 북으로 돌려보냈다거나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해 이들을 북송하지 않았다는 점도 명확히 밝혔다. 그는 “북한으로부터 먼저 이들 흉악범들을 송환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사실도 없었다”며 “다만 추방할 경우 상대국의 인수 의사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북측에 의사를 먼저 타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전 실장은 또 “당시 김정은 위원장의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초청을 위해 이들을 강제로 추방했다는 주장은 너무나 터무니 없다”며 “북한이 송환을 바라는 탈북민들은 이런 파렴치하고 잔인한 흉악범들 보다는 정치적 이유로 탈북했거나 귀순한 사람들일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이들을 강제로 북송시켰다는 여권의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일각에서 남한에 온 만큼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해 남한 법체계에 따라 재판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선 “자백만으로 처벌은 불가능하다. 국내법도 이런 중대한 비정치적 중범죄자는 입국을 허용하지 않고 추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북한 지역 주민이 저지른 흉악 범죄와 관련해 우리 법원이 형사관할권을 행사한 전례가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정 전 실장은 “결국 이들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우리 사회에 편입될 경우,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누가 보호하는가”라며 “대한민국의 헌법이, 북한이탈주민 보호법이, 난민보호를 위한 국제법이 이런 살인마들을 보호하라고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정 전 실장은 현 정부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한 부처가 (어민들에 대한) 신문 결과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전문가들의 조사 결과가 정권이 바뀌었다고 뒤집어질 수는 없다”며 “문재인 정부가 조사 내용을 왜곡 조작했다고 주장한다면 이들의 진술과 조사 결과를 모두 공개하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 실장은 “당시 공직자로서 법과 절차에 따라 국민 보호를 위해 최선의 결정을 했기 때문에 아무것도 거리낄 것이 없다”며 “그러나 새로운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현 정부가 기존의 판단을 어떤 이유로 또 어떤 과정을 통해 번복했는지도 특검과 국정조사에서 함께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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