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 12년 만에 다시 시험대..'위헌'시 사형수들 운명은?

강동헌 기자 2022. 7. 1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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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감 사형수 59명 중 5명만 재심 가능
사형제 존폐 '헌재 아닌 입법부 정할 일' 논란
지난해 여론조사 "사형제 존치해야" 77.3%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형법 41조 1호와 250조 2항 중 '사형' 부분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의 공개 변론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서울경제]

헌법재판소가 12년 만에 ‘제3차’ 사형제 헌법재판 심리를 본격화하면서 사형제를 둘러싼 쟁점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17일 법무부에 따르면 현재 판결이 확정돼 국내 교도소에 수감 중인 사형수는 모두 59명이다.

하지만 헌재가 ‘사형제는 위헌’ 결정을 내려도 이미 내려진 처벌의 종류를 재심으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이 가운데 5명뿐이다. 이번 ‘제3차’ 헌법재판에서 위헌 결정이 나온다면 2010년 2월 26일부터 확정된 사형 판결만 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법은 ‘형벌에 관한 법률과 조항’이 위헌으로 결정될 경우 ‘종전 합헌 결정이 있었던 날’ 이후부터 효력을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헌재는 1996년 11월 28일과 2010년 2월 25일 사형제를 규정한 형법 41조 등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미집행 사형수 59명 중, 영암 연쇄살인사건(2009년)의 범인 이 모 씨, 보성 연쇄살인사건(2007년)의 오 모 씨, 해병대 총격사건(2011년)의 김 모 상병, 2014년 대구에서 전 연인의 부모를 살해한 장 모 씨, 22사단 GOP 총기난사사건(2014년)의 임 모 병장 등 5명이 헌재의 두 번째 합헌 결정 후 사형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번 헌법소원을 통해 사형제의 효력이 사라지면 이들 5명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게 되고 나머지 사형수는 사실상의 ‘장기수’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법조계에서는 사형제 위헌 결정이 나오더라도 법적 공백은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재심의 길이 열린 사형수 5명을 구금할 법적 근거가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지난 14일 공개변론에서도 언급됐다. 이선애 재판관은 “사형 확정자가 재심을 청구하면 석방돼 사회에 나와야 하는가. 대체 형벌이 제정되기까지 그들을 계속 구금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재심이 시작돼도 법원의 판단에 따라 구금이 가능하고 해당 사형수에게는 곧 무기징역 판결이 내려질 것이므로 이런 법무부의 입장이 ‘기우’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사형제 폐지 진영에서는 헌재가 사형제 효력을 곧장 없애는 ‘단순위헌’ 대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는 방법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헌법불합치는 법 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즉각 무효화했을 때 초래될 혼선을 막고 입법부가 대체 입법을 할 수 있도록 시한을 정해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사형제 존치·폐지 문제를 입법부가 아닌 헌재가 결정하는 것이 합당한지도 여전히 논쟁거리다. 법무부 측은 사형제를 폐지한 대다수 국가가 재판기관의 결정이 아닌 헌법·법률 개정 방식을 택했다고 지적한다. 헌재도 2010년 합헌 결정 당시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입법부가 결정할 입법정책적 문제이지 헌재가 심사할 대상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헌재가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1992년 이후 지금까지 9차례 국회에서 사형제 폐지 입법이 추진됐지만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도 못했다. 지난해 발의된 ‘사형 폐지에 관한 특별법안’ 제안자 중에는 올해 보건범죄단속법의 최고 형량을 사형으로 상향하는 개정안에 참여한 의원도 있다. 상반되는 두 법안에 큰 고민 없이 ‘숟가락만 얹었다’는 뜻이다. 14일 공개변론에서 헌법소원 보조참가인 측은 이런 사례를 언급하며 “국회가 심도 있고 본질적인 논의를 꺼리는 상황에서는 헌재의 판단만이 사형제 존폐를 결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최종적인 해결은 국회를 통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사형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등 대체 형벌 수단도 입법이 필요한 사안이다.

국민 여론이 대체로 사형제 존치에 우호적이었다는 점 역시 가볍게 넘길 수 없는 포인트다. 지난해 국내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7.3%가 사형제 존치를 택했다. 이종석 재판관은 공개변론 당시 “여론조사를 통해 나타난 사형제도에 대한 의사는 압도적으로 존치를 찬성하는 쪽”이라며 “국민이 법 전문가는 아니더라도 형벌제도, 응보, 범죄예방 정도의 개념은 충분히 이해하고 내린 이성적인 판단일 수 있다는 것을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동헌 기자 kaaangs1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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