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북송'이 법에 던진 질문..흉악범 탈북자는 국민인가
출입국관리법·북한이탈주민법상 관련 규정 적용 여부도 이견
(서울=연합뉴스) 조다운 기자 = 문재인 정부 시절 발생한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탈북자의 헌법적 지위와 처우를 둘러싼 논쟁에도 불이 붙고 있다.
문재인 정부 측 인사들은 탈북민이라는 이유로 흉악범까지 받아들여야 하느냐며 당시 강제북송 결정이 적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헌법학자 등 일부 전문가는 헌법상 북한 주민도 우리 국민인 만큼 추방은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北서 중범죄 저지르고 넘어온 北주민, 우리 국민인가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은 2019년 11월 2일 북한 주민 2명이 탑승한 오징어잡이 배가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남하해 우리 군에 나포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합동조사 결과 이들은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하고 북한 당국의 추적을 피해 남쪽으로 넘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우리 사회 편입 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된다"며 나포 5일 만인 11월 7일 이들을 판문점을 통해 강제로 북송했다. 중범죄를 범한 뒤 도주할 목적으로 탈북한 북한 주민은 우리 국민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였다.
헌법학자들은 그러나 이 같은 판단이 "헌법적 검토를 전혀 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지적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 제3조가 한반도 전체를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하고 있다"며 "북한 주민이 대한민국 영토에 거주하는 우리 국민이라는 점에는 헌법재판소, 대법원 모두 이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당시 결정은 "헌재·대법원 결정을 완전히 뒤집어엎는 얘기"라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또한 "북한 주민이 남한 관할 영토 안에 들어왔을 때는 헌재와 대법원 모두 헌법상 우리 국민으로 간주하는 판단을 내려왔다"며 "그들에게 변호사의 도움이나 법관 앞에서 해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쫓아낸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탈북어민 추방 근거 놓고 이견 분분
당시 통일부는 북한 어민에 대한 추방 결정이 출입국관리법상 '강제퇴거'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탈북어민을 외국인에 준하는 신분으로 판단하고, 공공안전을 위협할 만한 범죄자를 내쫓는 출입국관리법 규정을 준용해 퇴거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이날 장문의 입장문에서 "이들을 우리 헌법에 따라 탈북민으로, 또는 귀순자로 우리 사회에 그대로 받아들여야만 했다고 일부가 주장하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 국내법도 이런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는 입국을 허용하지 않고 추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비정치적인 중대범죄자는 국제법상으로도 난민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도 최근 "북한이탈주민법을 봐도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는 보호 대상자로 결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돼있다"면서 북송 조치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장영수 교수는 "북한이탈주민법은 어디까지나 (탈북민에 대한) 지원 여부에 한정되는 것이지, 우리 국민이라는 것을 부정하거나 강제 추방할 수 있다는 조항은 없다"고 했다. 이어 "이들은 헌법상 우리 국민이기 때문에 출입국관리법이나 난민법도 적용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상희 교수는 "설령 탈북어민을 외국인으로 본다 해도, 북한 주민은 특별한 지위를 갖는 외국인이라 일반 외국인보다 특별한 보호를 받아야 한다"며 동일한 잣대를 들이댈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反인륜 범죄행위"…검찰에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
강제 북송 사건이 뜨거운 논쟁거리로 떠오르면서, 그 과정의 위법 여부는 검찰 수사로 밝혀지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이준범 부장검사)는 국가정보원이 서훈 전 국정원장을 국정원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 북한인권단체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서 전 원장과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등을 고발한 사건을 함께 수사 중이다. 검찰은 휴일인 17일도 관계 기관 직원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보수성향 변호사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한발 더 나아가 문재인 전 대통령을 18일 탈북 어민들에 대한 살인미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법조계에서는 대통령실이 이번 사건을 두고 "반인륜적 범죄 행위"라며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만큼 전 정권의 대북·안보 라인 관계자들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때에 따라 당시 의사 결정 구조의 최정점에 있던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alllu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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