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 넘어 '격주 놀금'에 해외근무까지..새 근무제 도입하는 까닭은
“휴가를 다녀온 뒤에는 늘 ‘월요병’에 시달렸는데, 제주 섭지코지에서 한달살기를 하면서 일하니 업무 흐름이 이어져서 좋다. 특히 일하다 쉴 때 바다를 보며 힐링하고 다시 업무에 집중할 수 있어 ‘일과 휴식의 밸런스’가 뛰어나다.”(라인플러스 직원)
“격주 놀금제도가 생겨 주말에 즐기던 여행을 가족과 하루 더 길게 갈 수 있다. 쉬는 금요일을 염두에 두고 일하니 오히려 업무 집중도는 올라간다.”(카카오 직원)
이달부터 도입된 격주 주4일 근무나 휴양지 원격근무 등 새 근무제를 경험한 정보기술(IT) 업계 종사자들은 17일 대체로 “휴식을 보장받으니 효율성이 더 올라갔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어디에서’ 일하느냐보다 ‘어떻게’ 일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IT업계를 중심으로 자율성에 바탕을 둔 파격 근무제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다만 게임업계와 제조업체들은 정부의 거리두기 방역지침 해제 이후 전면출근으로 속속 돌아가는 모습이 대비된다.
최근 네이버, 카카오를 비롯해 라인플러스, 우아한형제들 등은 코로나19 대유행과 상관없이 원격근무를 포함한 자율적인 근무제도를 시행하거나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네이버는 이달부터 ‘주 3일 이상 사무실 출근’과 ‘원격근무’ 중 한 쪽 형태를 자율로 선택하는 ‘커넥티드 워크’를 시행하고 있다. 또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합친 ‘워케이션’을 적용해 일정 기간 휴양지에서 근무하면서 퇴근 후에는 휴가를 즐기는 근무 형태도 도입했다. 일본 도쿄와 강원 춘천 등 국내외 거점 도시에서 매주 직원 10명을 추첨해 최대 4박5일의 워케이션을 지원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워케이션에 직원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며 “지난 2년 간 원격근무를 안정적으로 진행해온 만큼 커넥티드 워크 전환 이후에도 크게 달라진 건 없다”고 설명했다.
직장인들에겐 꿈만 같은 주4일 근무제도 가능성이 엿보인다. 원격근무 체제를 유지하면서 이달부터 격주로 ‘놀금제(주4일제)’를 도입한 카카오 또한 직원들 만족도가 높았다. 카카오 관계자는 “격주 놀금제가 생긴 이후에는 업무 시간엔 더 집중해서 일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효율성은 더 높아졌다”고 했다. 카카오는 만 3년 근무한 임직원을 대상으로 30일의 휴가를 제공하는 안식·리프레시 휴가제도 그대로 유지해 직원들의 ‘재충전’을 지원하고 있다.
NHN도 직원들이 직접 주 4일제를 설계할 수 있는 ‘오프데이’를 신설했다. 주 40시간을 일한다고 했을 때, 10시간씩 4일 근무를 계획하면 하루는 오프데이로 지정할 수 있다.‘코어타임’으로 불리는 집중근무시간(11~16시)까지 폐지해 자유롭게 조정하도록 했다.
나아가 해외까지 원격근무를 지원하는 기업도 있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을 운영하는 라인플러스 직원들은 이달부터 한국과 시차 4시간 이내의 국가 어디에서든 원격근무를 할 수 있다. 라인이 ‘국민앱’으로 자리잡은 일본, 대만, 태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몰디브, 괌, 뉴질랜드, 사이판, 호주 등이 대거 포함된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내년 도입할 근무지 자율선택제는 원격 연결만 되면 장소는 국내든 해외든 개인들이 알아서 정하면 된다고 14일 발표했다. 근무시간은 하루 7시간(월요일은 오후 1~5시), 주 32시간 기준으로 월 단위의 총 근무시간 안에서 자율로 정할 수 있다. 필수 협동 근무시간인 ‘코웍타임’은 지켜야 한다.
이런 변화들은 특히 이직률이 높은 업계 특성상 유능한 인재를 붙잡거나 끌어오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라인플러스 관계자는 “지난달 새로운 근무제 발표 이후 해외 IT 기업에 재직중인 인재들도 지원 문의를 하는 등 작년 동일 기간 대비 입사 지원율이 30% 정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서울·수도권 외 지역은 물론 해외에서 입사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통신사인 SK텔레콤은 거점오피스를 곳곳에 만들어 본사에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원격근무 시스템을 갖췄고, LG유플러스도 직원 30% 재택근무를 유지하고 있다. 스타트업들도 다양한 근무제를 도입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은 서울 강남역 인근 본사를 없애고, 메타버스 가상오피스에 본사를 세워 원격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게임업계와 전자업계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정부 거리두기 해제 지침이 발표되자 지난 6월부터 대다수 전면출근을 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을 만드는 과정은 영화처럼 종합예술작품을 만드는 것과 같다”며 “지난 2년 간 재택근무를 하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 유명 게임사들도 신작 출시가 지연됐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대표 전자업계는 조직별로 재택근무와 출근을 결정하고 있다. 제조업 관련 현장근무가 반드시 필요한 조직이 많은 만큼 여느 IT기업들처럼 전사 차원에서 원격근무를 시행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다양한 업무 방식 변화는 ‘워라밸(일과 생활 균형)’이나 효율성, 창의성을 중시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앞으로도 확산 요구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재계 관계자는 “근무형태에 모범답안은 없고 업종이나 직장 별로 맞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면서도 “워케이션 같은 방식이 어떤 효과를 내는지는 추후 평가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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