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잦고, 강해지고, 오래 가는 폭염·산불에 신음하는 유럽국들
프랑스와 스페인, 모로코 등 지중해 일대 유럽·아프리카 국가들이 40도를 넘나드는 이상고온과 이에 따른 잦은 산불, 가뭄에 신음하고 있다.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앞으로 산불, 온열질환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남부 지롱드 레지옹에서는 16일(현지시간) 밤새 커진 산불로 1만 헥타르 면적의 땅이 타고, 주민 1만4000명이 대피했다. 소방인력 1200명이 진화작업에 투입됐다.
지난주 최고 기온이 45.7도를 찍었던 스페인도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스페인 남부 말라가주의 유명 휴양지 미하스에서도 이날 산불로 관광객과 현지 주민 등 3000여명이 대피했다. 북서부 카스티야 이 레온 자치주와 포르투갈 국경 인근 에스트레마우라주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재난대응군이 투입됐다.
모로코 북부지역 라라슈, 테투안, 타자 등에서도 이날 산불로 1500헥타르 면적의 산림이 소실됐으며, 진화작업을 벌이던 소방관 1명이 숨졌다. 가장 불길이 크게 번진 라라슈에서는 1100여 가구가 대피했다.
포르투갈은 이날 47도까지 치솟았던 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산불도 잦아들었다. 하지만 작년보다 더 거세진 불길에 피해는 훨씬 컸던 것으로 집계됐다. 포르투갈 산림보호당국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산불로 3만9550헥타르 면적이 탔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3배 이상 많다. 지난 일주일간 발생한 산불로 인한 산림 소실면적은 작년 상반기 전체 화재 소실 면적과 비슷했다.
이탈리아는 70년 새 최악 가뭄에 에밀리아로마냐주, 롬바르디아주 등 북부 포강 일대 5개 지역에 이달 초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밀과 쌀 등 이탈리아 곡물의 40%가 자라는 포강 계곡에는 지난 4개월 동안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다. 올 초부터 현재까지 이탈리아의 강수량은 지난 30년 연평균 강수량의 절반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 당국은 비상사태 선포 지역에 가뭄 대응 비용으로 3650만유로를 배정했다.
현재 유럽의 폭염은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뜨거운 고기압이 유럽 상공에 머무른 데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이상고온 등 기후변화로 폭염이 잦아지면서 산불과 가뭄의 발생 빈도와 강도, 지속 기간 모두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프랑스 기상청은 이날 남부 일부 지역 기온이 최고 41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했으며, 18일에는 최고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달 초 그리스 수도 아테네 인근 페리자와 남부 크레타섬 해안 도시 레팀노에서 발생한 산불은 아직도 잡히지 않고 있다.
이상고온 현상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인명피해도 커지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지난 일주일 동안 폭염으로 360여 명이 열사병으로 숨졌다. 포르투갈 보건부는 지난 7~13일 폭염으로 238명이 온열질환으로 숨졌으며, 이 중 대부분이 기저질환을 앓고 있던 고령층이라고 밝혔다. 영국은 오는 18~19일 40도에 육박하는 고온이 예상됨에 따라 사상 최초로 잉글랜드 본토에 폭염 경보를 발령했다. 영국 역사상 최고 기온은 2019년 7월25일 케임브리지에서 관측된 38.7도였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민주당 의원 ‘특검’ 주장하며 끼어들자 권영진 “저거 완전 쓰레기네”
- 조국 “보수의 아성 부끄럽지 않게…대구부터 윤석열·김건희 심판해 달라”
- 박수홍♥김다예, 신생아 촬영 직원 지적→삭제 엔딩…여론 의식했나
- 소식 끊겼던 47살 ‘보이저 1호’···NASA, 43년 동안 사용않던 송신기로 교신 성공
- [단독] ‘김건희 일가 특혜 의혹’ 일었던 양평고속도로 용역 업체도 관급 공사 수주↑
- 유승민 “윤 대통령 부부, 국민 앞에 나와 잘못 참회하고 사과해야”
- “부끄럽고 참담” “또 녹취 튼다 한다”···‘대통령 육성’ 공개에 위기감 고조되는 여당
- 김용민 “임기 단축 개헌하면 내년 5월 끝···탄핵보다 더 빨라”
- [한국갤럽]윤 대통령, 역대 최저 19% 지지율…TK선 18% ‘지지층 붕괴’
- 민주당, 대통령 관저 ‘호화 스크린골프장’ 설치 의혹 제기… 경호처 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