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내년까지 빠진다, 내집마련 느긋하게"

천호성 2022. 7. 17.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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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부동산시장 전망 전문가 설문
10명 중 8명 "서울집값 내년까지 하락"
7명은 "내집마련 내년 상반기 이후에"
기존주택보다 분상제 적용 청약 추천
"오피스텔 등 수익형부동산은 고금리 취약"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까지 유례 없는 활황세였던 전국 부동산시장이 최근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서울의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1년 새 3분의 1토막 나면서, 매매는 물론 전세금 시세도 꺾이는 추세다. 가파르게 오르는 금리와 물가는 내집마련에 나서려던 수요자들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금의 조정 장세가 최소 내년 상반기(1∼6월)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의 금리 인상 랠리가 마무리돼야 수요자들의 매수심리와 자금 여력이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권하는 ‘내집마련 타이밍’도 대체로 내년 이후이다. 집을 꼭 사야 한다면 지난해 고점보다 10% 이상 호가가 내린 급매물을 고르거나,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신규분양에 청약하라는 ‘신중론’이 많다. 전세시장의 향방을 두고서는 예상이 엇갈린다.

■하반기 서울 집값, 10명 중 8명은 “떨어진다”

지난 12∼13일 <한겨레>가 은행·투자자문회사·학계 등의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올 하반기(7∼12월) 이후 부동산시장 전망을 물은 결과, 10명 중 8명은 서울 아파트 매매시세가 떨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약보합’과 ‘하락’을 내다본 응답자가 각각 7명, 1명이었다. ‘보합’ 예상은 1명, ‘강보합’은 1명이었다. 올 상반기 시작된 거래 둔화가 하반기 ‘시세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1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을 보면, 상반기 서울의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7730건으로 관련 통계가 처음 집계된 2011년 이후 반기 기준으로 가장 적었다. 지난해 상반기(2만5825건)의 30% 정도다. 거래 절벽에 매물이 쌓이자, 최근에는 강남권에서도 몸값을 1억원 이상 낮춘 ‘급매’가 나오기 시작했다.

응답자 중 6명은 하락세가 내년 상반기까지는 계속된다고 봤다. 내년 하반기까지 조정기라는 응답자도 2명이었다. 경기·인천과 비수도권에 대한 전망도 비슷했다. 서울과 지방을 막론하고 시장 숨고르기가 내년에도 이어진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이 입 모아 꼽은 요인은 단연 ‘금리’였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 기준금리를 0.50%에서 0.75%로 0.25%포인트 높인 데 이어, 지난 13일에는 0.50%포인트를 한꺼번에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진 수요자들이 매수를 포기하고, 빚을 끼고 매입했던 집주인들은 ‘투매’에 나설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금리가 오르면 대출을 끼고 내집마련을 계획하던 실수요자는 대출 이자 부담으로 매수 시기를 늦추거나 보류한다. 거래량이 줄고 매매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짚었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대학원장은 “초저금리 시기에 소위 ‘영끌’(과도한 대출)로 급하게 매수에 나섰던 수도권의 20~30대 등이 손절매에 나서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 상승과 주택 공급물량 등도 향후 시장의 주요 변수로 꼽혔다. 김정아 내외주건 마케팅부문 대표이사는 “지난 2019년 전국의 신규분양이 최고조에 달했던 데 이어 올해부터는 입주물량이 급증한다. 지방의 일부 도시에서는 공급·입주물량과 기존 미분양이 집값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세는 전망 갈려

하반기 서울의 전세 시세를 두고는 ‘하락’·‘약보합’ 3명, ‘보합’ 3명, ‘강보합’·‘상승’ 4명 등으로 전망이 갈렸다. 하락이나 보합을 예상한 이들은 최근 임대차 시장의 ‘월세화’ 경향을 근거로 들었다. 전세자금대출 금리 등에 대한 부담으로 전세 일부를 월세로 돌리는 세입자가 늘면서 전세 수요가 1∼2년 전에 비해 줄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전세계약갱신 청구권 시행 2년째가 되는 다음달에도 전세난은 드물 것으로 예상했다. 한때 시장 일각에선 2년 전 임대료를 5% 이내로 인상했던 집주인들이 재계약 만료 시점에 전세금을 크게 올릴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이에 대해 서정렬 교수는 “서울 전세입자의 수도권 이탈로 강남권에서도 전세금 상승 압력이 완화됐고, 월세화가 전세 품귀 문제를 덜었다”고 봤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 역시 “매매시장이 약보합이면 집주인들이 전세금도 크게 올리지 못한다”고 짚었다.

반면 전세 시세 상승을 전망한 이들은 다음달을 기점으로 수급 불안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안명숙 루센트블록 부동산 총괄이사는 “(하반기 서울에서는) 신규 입주 단지가 줄고, 임대차 재계약이 만료된 세입자들의 전세 수요가 늘면서 시세가 강보합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전세 시세가 집값을 떠받치며 매매가가 떨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준석 대표는 “다음달 이후 전월세 시장이 불안해지면, 임차인들이 매매 수요로 돌아서면서 매매가도 반등할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내년까지는 매수 미뤄야”

전문가들이 권하는 주택 매입 시기는 대체로 내년 이후였다. 10명 중 4명이 ‘내년 상반기 이후’를 꼽았다. 주택시장에는 “바닥까지 떨어진 집값이 무릎 높이까지 반등했을 때 매수하고 어깨쯤 올라오면 팔라”는 격언이 있는데, 지금 추세론 시세가 바닥을 치려면 최소 올 연말은 지나야 한다는 얘기다. 더욱 느긋하게 ‘내년 하반기 이후’에 사라는 응답은 2명, ‘내후년 이후’는 1명이었다.

양지영 아르앤시(R&C)연구소 소장은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선호로 현재 서울 고가 단지 중에는 가격이 오르는 곳도 있지만,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상되면 이런 곳도 하락 전환할 것”이라며 “특히 2∼3년 뒤부터는 입주물량이 크게 증가한다. 단기적인 시세차익을 목표로 시장에 접근하는 건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반면 3명은 ‘올 하반기 매수’ 의견을 냈다. 내집마련 수요자라면, ‘매수 타이밍’을 재지 말고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집을 구하라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능력껏’ 매수하라는 조언이 뒤따랐다. 권영선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실거주 목적의 수요자는 매수조건에 맞는 주택이 있으면 언제든 사는 게 바람직하다”면서도 “대출에 기반한 주택구입은 지양하길 권한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집값의 40%를 넘는 무리한 대출을 끼고 주택을 사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집을 꼭 하반기에 장만하고자 한다면 눈여겨 볼만한 주택은 무엇일까. 중고 아파트 매수보다는 새 아파트 청약을 권하는 전문가가 많았다. 수도권 3기 신도시가 대표적이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80% 이하로 저렴한 데다, 서울 인접 지역 등은 교통여건도 괜찮다는 것이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서울 시내 신규 분양도 추천 대상이었다.

기존주택 중에서는 철저히 ‘급매물’ 위주로 찾으라는 조언이 나왔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난해 9∼11월의 고점에 비해 15∼20% 호가가 떨어진 급매물을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 올해는 지나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오피스텔·상가 등 수익형부동산 투자를 두고는 전문가들이 입 모아 경고음을 냈다. 금리가 오르면 금융상품 등에 비해 수익형부동산의 투자수익률이 처질 수 있다. 안명숙 총괄이사는 “생활형 숙박시설, 100실 이하 오피스텔 등은 분양권 전매를 노린 투자가 몰렸던 상품이다. 앞으로는 금리 인상 및 공급 과잉으로 전매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특히 업무지구에서 먼 외곽지역 오피스텔은 전반적인 전세난 완화 추세 속에서 공실 우려가 커진다”고 설명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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