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살 시민도, 스님도 퀴어축제..무지개는 점점 커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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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다 똑같은 거 아니겠어요."
지난 16일 서울퀴어퍼레이드 행사가 열린 시청광장에서 만난 김형모(60)씨는 참여 이유를 묻는 말에 작은 목소리로 "모두 평등하게 살아가는 건데"라며 이같이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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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성소수자, 성소수자 부모, 스님, 자녀 손잡고 온 일반 참가자
“사람은 다 똑같은 거 아니겠어요.”
지난 16일 서울퀴어퍼레이드 행사가 열린 시청광장에서 만난 김형모(60)씨는 참여 이유를 묻는 말에 작은 목소리로 “모두 평등하게 살아가는 건데”라며 이같이 답했다. 그는 자신은 성소수자는 아니고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라고만 답하고 말을 아꼈다. 김씨는 행사장에서 나눠준 생수 한 병만 손에 쥔 채 잔디밭에 앉아 무대를 지켜봤다.
1년 중 단 하루 자유롭게 자신의 정체성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이날의 주인공은 성소수자들이지만, 주인공 옆에서 행사를 빛낸 이들도 있다. 성소수자와 연대하기 위해 김씨처럼 행사에 함께한 일반 참가자들이다. 퀴어퍼레이드를 반대하고 집회 대열의 스피커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혐오도 이들의 연대를 꺾지 못했다.
성소수자 자녀를 둔 오은지(51)씨는 “이곳에 참여한 사람들을 혐오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보이지만, 그건 우리가 굳이 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를 지지하는 분들이 정말 많고, 편견 없는 시각을 가진 이들도 응원의 메시지를 많이 보내주신다”고 했다.
퀴어퍼레이드에 올해 처음 와봤다는 조계종 해도 스님(54)은 “평소에는 성소수자들을 만날 기회가 없어 실제로 와서 봤다. 그동안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오신 분들을 보면서 한편으론 비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축제는 모두가 배척되지 않고 함께 어울리는 교육의 현장”이라고 말했다.
미취학 자녀와 함께 온 ㄱ(35)씨는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이들과 함께 동참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최 쪽은 이날 행사에 약 13만5천명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본행사 끝난 뒤엔 폭우 속에서 행진이 열렸다. 퍼레이드 차량 뒤로 참가자들이 춤을 추며 뒤따랐다. 행사 일부가 취소될 정도로 비가 거셌지만 성소수자가 아닌 참가자들도 묵묵히 행진 대열에 함께했다. 지지자로 행진에 참여했다는 유선경(26)씨는 걷다가 다리를 다쳤지만, “오랜만에 현장에 나와서 이들과 연대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며 행진에 끝까지 참여했다.
양선우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성소수자의 삶은 굉장히 슬프고 불쌍한 사람이거나 고립돼 보이지만, 있는 모습을 그대로 살아가는 게 존귀한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라며 “(이들은) 혼자가 아니다. 여기에 참가한 모든 이들이 소수자의 삶을 응원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퀴퍼 없는 지난 3년, 잘 지냈나요?” 다시 무지개 광장이 열렸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51180.html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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