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에 "공권력 집행" 요구한 경총..금속노조 총파업 앞두고 노사 갈등 최고조
파업 40일을 넘긴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노조 측이 “대화와 협상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는 입장을 밝힌 지 이틀 만에 경영계가 ‘선 업무복귀’를 요구하며 정부에 “공권력 집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금속노조 대규모 파업 개시일을 사흘 앞두고 대우조선해양 사업장을 둘러싸고 노조와 경영계 간, 노·정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17일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불법행위를 중단하고 업무에 선복귀하라”면서 “정부는 현존하는 불법 앞에서 노사의 자율적 해결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불법행위에 따른 국민경제 피해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공권력 집행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고용노동부 장관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공동담화문을 발표하면서 하청노동자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짓기는 했지만 공권력 투입에는 선을 그었는데, 경영계가 앞장서 공권력 집행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경총은 금속노조가 오는 20일 총파업을 예정하고 있어 “노동계의 정치이슈화 시도 영향으로 불법점거가 길어지면 원하청 기업 및 근로자는 물론이고 지역경제의 회복할 수 없는 피해까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는 정부 공동담화문 발표 다음날인 지난 15일 거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화와 협상을 위한 노조 안을 만들었다”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지분을 과반 이상 보유한 산업은행, 원청인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측에 “오는 23일 휴가 시작 전에 문제해결을 위해 대화와 협상에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노조의 대화 요구 이틀 만에 경총 입장문이 나온 것으로, 노조 측은 사측에 문제해결을 하자며 대화를 제안했고, 경총은 업무에 먼저 복귀한 후 대화하자고 맞서고 있는 것이다.
경총이 공권력 집행을 요구한 배경에는 정부의 “불법파업” 규정에 이어 법원이 노조에 ‘퇴거명령’을 내린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은 지난 15일 대우조선해양 측이 유최안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을 상대로 낸 집회 및 시위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법원은 “조선소의 제1독을 폐쇄하거나 배타적으로 점거하는 행위 등을 해서는 안 되고, 이 명령을 위반하는 경우 하루당 3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노동자들의 점거 행위가 정당한 쟁의 행위가 아니라고 봤다. 또 점거 행위로 사측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거나 가능성이 높다고 판시했다. 다만 사측에서 제기한 소음, 폭행행위 등에 대해서는 기각했다.
이 판결과 관련해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300만원짜리 감옥에 갇혔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장석원 민주노총 금속노조 언론부장은 “40여일 동안의 파업을 무의로 돌리고 사실상 손 들고 나오라는 것”이라며 “헌법상에서 보장한 쟁의행위를 부정하는 것으로 사실상 모든 파업을 불법으로 보는 우리나라의 반노조 정서가 반영된 판결이다.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했다.
경총 요구대로 공권력이 투입되면 갈등이 격화할 수 있다. 금속노조는 대우조선해양에 공권력을 투입하면 오는 20일로 예정된 총파업과 관계없이 즉시 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장 부장은 “(경총의 공권력 집행 요구는) 교섭을 진행하려는 노조의 시도와 분위기를 훼방놓고 찬물을 끼얹는 의도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부도덕하고 규탄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조선하청지회는 지난 5년간 삭감된 임금의 원상 회복(30% 인상)과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며 지난달 2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최근 조선업이 호황을 맞고 인력난 이야기까지 나오지만, 하청노동자들은 저임금과 고용 불안에 시달려왔다. 유 부지회장은 지난달 22일부터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의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내 작은 철제 구조물에 스스로를 가두고 ‘끝장 투쟁’ 중이다. 다른 노동자 6명은 고공농성 중이고 또 다른 하청노동자 3명은 지난 14일부터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금속노조는 오는 20일 총파업대회를 서울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앞에서 동시에 열기로 했다. 또 노동·종교·시민단체들이 만든 단체인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문제해결을 위한 긴급행동’은 지난 8일에 이어 20일 2차 ‘함께버스’를 운행, 거제에서 열리는 총파업대회에 참여하기로 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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