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죽은 모기의 복수?..모기 때문에 잡힌 중국 도둑

김지성 기자 2022. 7. 17.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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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일 중국 동남부 푸젠성 푸저우시의 한 주택가에 도둑이 들었습니다. 중국 매체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이 도둑을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다름 아닌 모기였습니다.

모기로 도둑을 잡았다고 전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보도

모기에서 채취한 혈액으로 절도 용의자 검거…"모기의 복수"

절도 용의자 차이 모 씨의 행각은 대담했습니다. 차이 씨는 낮 1시쯤 베란다를 통해 아파트로 침입했습니다. 주인이 없는 걸 확인한 그는 그 집에서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밤에 달걀과 국수를 삶아 먹기도 했고, 집주인의 침실에서 모기향까지 피우며 잤습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차이 씨와 함께 귀중품들이 사라진 뒤였습니다. 다행히 범행 증거를 찾던 경찰에게 발견된 것이 있었습니다. 거실 벽에서 죽은 두 마리의 모기와 핏자국이었습니다.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죽은 모기와 핏자국 (출처=푸저우 공안국)


경찰은 이 핏자국이 용의자의 것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집은 새 집이라 벽 상태가 비교적 깨끗했는데, 만약 집주인이 모기를 잡은 것이라면 지저분한 상태로 그대로 놔두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모기에게서 혈액을 채취하고 있는 중국 경찰


경찰의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모기와 벽에서 혈액을 채취해 DNA 검사를 진행한 결과, 차이 씨의 것과 일치했습니다. 차이 씨는 경찰의 추적 끝에 지난달 30일 구속됐습니다. 차이 씨는 이번 사건 외에 다른 4건의 절도 범행까지 자백했습니다. 푸저우 공안국은 "벽에 눌려 죽은 모기가 현장의 목격자였다"고 발표했습니다.

구속된 절도 용의자 차이 씨


중국 네티즌들은 범행 현장에서 하룻밤을 지낸 차이 씨의 대담함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모기의 '공로'를 치하했습니다. 관련 기사에는 "모기의 복수가 이뤄졌다", "그동안 모기가 쓸모 없다고 생각했었다. 이렇게 큰일을 해낼지 몰랐다" 등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중국, 각종 범죄 수사에 DNA 정보 사용…"DNA 더 수집하자"

경찰이 절도 용의자를 체포한 데에는 중국의 광범위한 DNA 정보 수집도 한 몫 했습니다. 지난달 21일 중국 동부 저장성 자싱시에서는 할머니에 안겨 있던 8개월 된 아이가 머리에 옥수수를 맞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옥수수는 19층에서 떨어진 것이었는데, 아이는 뇌 지주막하 출혈 부상을 입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19층에 사는 노인이 먹다 남은 옥수수를 밖으로 던진 것이었습니다. 이때도 DNA 정보가 이용됐습니다. 경찰은 옥수수에 남아 있던 타액에서 DNA를 추출한 뒤 그날 아침 옥수수를 사 간 주민들 것과 비교해 용의자를 체포했습니다.
지난달 저장성 자싱시에선 8개월 된 아이가 19층에서 떨어진 옥수수에 머리를 맞는 사건이 발생했다. (출처=지무뉴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DNA 추적은 중국 경찰이 통상적으로 범죄를 해결하는 도구"라고 전했습니다. 일례로 충칭 경찰의 통계를 들었는데, 이 지역 경찰이 체포한 형사 사건 용의자 중 10% 이상이 DNA 정보를 이용해 증거를 수집한 것이었습니다.

중국은 초고도 감시 사회, 이른바 '빅 브라더' 국가로 유명합니다. 지난달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5억 대의 감시 카메라가 사회 곳곳에 설치돼 있고, 최근에는 감시 카메라로 주민들의 목소리까지 수집하고 있습니다. 중국 31개 성 가운데 최소 25개 성에 Y염색체 데이터센터가 설립됐습니다. 현재 중국에서 몇 명의 DNA 정보가 수집돼 있는지는 중국 당국만 알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 월스트리트저널이 "중국 경찰은 2020년까지 최소 1억 명의 유전자 정보를 수집할 계획을 짜고 있다"고 보도했으니, 지금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될 뿐입니다.

그런데도 중국에선 인신매매 방지 등을 이유로 DNA 정보 수집을 더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지난 3월 열린 중국 최대 연례 정치 행사인 양회에서 한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은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모든 어린이의 DNA 정보를 수집해 데이터베이스화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다른 정협 위원도 "의료용 출생 증명서에 영유아와 산모의 DNA 정보를 추가하자"고 주장했습니다. 주민 등록 때 DNA 검사를 의무화하자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방역 때문에 14억 중국 국민은 물론, 중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에 대해서도 수시로 PCR 검사가 이뤄집니다. 면봉으로 타액 추출이 가능하니,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DNA 정보를 수집할 수 있습니다. 한때 홍콩에서 PCR 검사 반대 운동이 벌어진 것도 이런 까닭입니다. 무분별한 DNA 정보 수집은 필연적으로 사생활과 인권 침해 논란을 동반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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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성 기자jisu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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