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 안전규칙 무시된 인재" 타국서 숨진 세 아이 아빠

15층서 사고 났지만 안전관리자는 1층에
건설노조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 인한 인재"

베트남 건설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아산 모종동 아파트 건설현장. 사진=박하늘 기자

[아산]아산 모종동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사망한 외국인 노동자는 크레인에 끌어올려지는 갱폼(작업발판 일체형 거푸집)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행 법에서는 갱폼 인양작업 시 작업자의 철수여부를 확인 후 실시토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 건설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노동계에서는 공사기간을 줄이려다 벌어진 '인재'라고 주장하고 있다.

17일 대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베트남 국적의 근로자 A씨(35)는 지난 12일 오전 10시 50분 쯤 건물 15층에 설치돼 있던 갱폼을 해체해 타워크레인에 매달아 16층으로 올리는 작업을 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갱폼은 대형 패널폼에 작업발판을 일체화해 거푸집 설치와 해체를 용이하게 한 대형 거푸집이다. 주로 고층 아파트의 외부 벽체를 세우는데 사용한다. 충남소방본부에 신고가 접수된 시각은 오전 11시 2분 쯤 이었다. 사고현장은 아산소방서에서 불과 약 100m 떨어진 곳 이었다. 구급대는 신고 접수 2분여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A씨는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경찰 조사 결과 당시 사고 현장에는 A씨와 베트남인 작업자 2인, 신호수 등 4명이 함께 일하고 있었다. A씨는 철근 콘크리트공사 하청업체 소속으로 베트남에 아내와 자녀 3명을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A씨의 시신은 부검에 들어갔다.

A씨의 사고는 안전규칙이 지켜지지 않아 발생한 인재로 보여진다.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에서 파악한 바로는 A씨는 갱폼 안에서 구조물에 고정된 볼트를 해제한 후 옆 갱폼으로 완전히 이동하기 전에 타워크레인에 의해 인양되며 갱폼과 구조물에 사이에 끼였다. 안전보건 규칙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갱폼 제작 및 사용안전 지침'에는 갱폼 인양작업은 해체작업 완료상태와 해체작업자 철수여부를 확인한 후 실시토록 하고 있으며 특히 갱폼 인양시 작업자의 탑승은 절대 금지토록 하고 있다. 사고는 15층에서 났지만 안전관리자는 지상 1층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원칙대로 하면 안전관리자는 작업하는 층에 배치됐어야 했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안전보건 위반 사항이 더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갱폼 아래 지상에서는 타설작업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었다. 갱폼의 고정볼트들이 사전에 모두 해제해 둔 것으로 추측했다. 이는 모두 안전보건규칙 위반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15일 고용노동부 천안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사고를 "공사기간 단축을 위한 불법작업에 의한 인재"라고 규정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갱폼에 볼트를 모두 제거하고 하는 것은 공공연한 일"이라며 "하나의 작업이 늦어지면 다음 작업들도 밀리기 때문에 작업속도를 높이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전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아직 조사 중에 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고용노동부 천안지청 앞에서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가 아산 모종동 아파트 건설현장 사망사고에 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하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