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세계 경제전망 더 어두워져.. 복합위기 대응력 강화해야"
추 부총리는 16일(현지시간) 발리에서 진행된 G20 재무장관회의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안정과 관련해 세계 각국이 인플레이션 압력 증대에 관한 고심을 많이 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물가 안정은 각국의 민생 안정을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정책 과제라는 데 인식이 같았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서 G20 회원국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계속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등으로 지난 4월 재무장관회의 이후 경제 회복세가 크게 약화했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공급망 차질과 식량·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추 부총리는 세계 경제 둔화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복합위기에 대비할 수 있도록 대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만났을 때, (게오르기에바 총재가) 세계 경제전망이 더 어두워졌다라는 견해를 표했다”며 “이달 발표될 IMF 성장전망치도 지난 4월에 비해 추가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한국의 경우 좋은 펀더멘탈을 감안할 때 주요국 대비 둔화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환율 절하 수준도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양호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 부총리는 국내 물가 상황과 관련해선 오는 10월까지는 불안 양상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하면서도 물가상승률 7∼8%대의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할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다. 추 부총리는 “혹자는 (물가상승률) 9% 이야기도 하던데 돌발 상황이 없으면 그렇게까지는 가지 않을 것 같다”며 “6%대에 있기는 할 것 같은데, 단기적인 물가 수준은 식재료 등에 있어 기상 여건 때문에 채소류 수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일시적으로는 (상승이) 나타날 수 있지만 6%를 훨씬 상회해서 7∼8%의 물가가 상당 기간 고정되는 현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한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6.0% 급등하며 1998년 외환위기 시절 이후 처음으로 6%대를 기록했다.
추 부총리는 이번 회의의 키워드 중 하나로 ‘세계 경제의 분절화와 공급망 재편 흐름’을 꼽으며 이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미·중 무역갈등, 서방국가들과 러시아 간 정치적 대립 격화 등으로 세계 경제의 분업체계가 위협받는 상황”이라며 “(회의 기간)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을 만나 전 세계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미국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내년도 예산안 편성과 관련해선 “전반적으로 재정 운용은 허리띠를 졸라맬 것”이라며 “지금은 물가 안정과 경제 체질을 다지고, 공공부문과 정부부터 허리띠를 졸라매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들은 러·우 전쟁이 세계 경제 회복세를 제약한다는 데는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전쟁 원인에 대한 이견으로 합의문을 도출하는 데는 실패하고 ‘의장요약문’(Chair’s Summary)으로 대체했다. 추 부총리는 “경제 어려움 극복을 위해 모든 나라가 힘을 모아야 할 시기에 전쟁을 둘러싼 회원국 간 갈등으로 합의문 채택이 무산돼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이번 회의에서 추 부총리는 △자유무역 및 다자 경제통상 플랫폼을 통한 세계 경제 상호연결성 강화 △선진국·개도국의 균형 발전을 위한 통화정책 정상화의 면밀한 조율 △기후변화·디지털 전환 등 지속성장을 위한 구조적 노력 병행 등을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미래의 팬데믹 대응 재원 마련을 위한 금융중개기금(FIF)에 300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15∼16일 이틀간 발리에서 열린 이번 회의에선 세계경제, 세계보건 등 총 7개 세션에 대해 논의가 이뤄졌다. 추 부총리는 회의 기간 스리믈야니 인드라와티 인도네시아 재무장관, 싱가포르 로렌스 웡 부총리 겸 재무장관 등과 양자 면담을 갖고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발리=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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