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 감사품질 개선 없어"..금융위, '감사인 지정제' 변경 예고
회계법인 '감사인 지정점수'에 감사품질 관련 사항 대폭 반영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감사인 지정제 도입 후 회계법인이 감사품질을 높이기 위한 투자에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회계법인의 품질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기업과 감사인군(群) 분류를 합리적으로 바꾸고, 감사품질 관련 사항을 감사인 지정 점수에 반영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예고했다.
감사인 지정제는 독립적인 외부감사가 필요한 기업에 대해 증권선물위원회가 해당 기업의 외부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지난 2018년에 도입된 신(新)외감법에 담긴 회계개혁 중 하나다.
17일 금융위원회는 최근 감사인 지정제도 확대에 따라 발생한 보완 필요사항을 정비하기 위해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변경예고했다. 금융위 의결을 거쳐 오는 10월 '2023사업연도에 대한 감사인 지정'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상장사 지정비율은 2017년 8.4%에서 2020년 46.7%, 2021년 54%로 점점 늘어나고 있다. 금융위는 현재 상장사 절반을 초과하는 감사인 지정은 회계법인 간 감사품질 경쟁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감사품질관리 수준이 상대적으로 미흡한 중견회계법인에 감사역량을 초과하는 다수의 기업이 배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견회계법인 회계사 수는 전체 회계사 수의 33%인데, 2021년 기준 감사인 지정 비중은 59%로 과반수 이상을 차지했다.
현행 감사인 지정은 자산규모에 따라 회사군을 가~마로 분류하고, 감사인은 회계사 인원수, 경력점수 등을 감안해 가~마군으로 나눈다. 자산 5조원 이상인 기업은 가군, 국내 4대 회계법인이 가군에 속한다. 그리고 회사의 자산규모와 감사인의 감사인 지정점수 순으로 나열해 순위대로 매칭한다.
여기서 발생한 문제는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의 지정 외부감사를 중견 회계법인 집단인 나군이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군 회계법인은 규모가 큰 기업을 감사하는 것에 비해 감사품질 향상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부실감사에 대한 대응 여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나군 회계법인의 품질관리수준은 소형회계법인과 별 차이가 없고, 감사시간과 감사조서 관리 등 품질관리에 핵심적인 요소에서도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짚었다.
또 "감사인 지정제도의 골격인 감사인 점수는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수를 기준으로 산정하기 때문에 회계법인들이 감사인 점수 증가에 도움이 되는 외형확장에만 주력하고 감사품질 제고를 위한 투자에는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기업과 회계법인의 군 분류 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자산 2조원 이상 대형 기업은 감사품질관리수준이 가장 높은 회계법인이 지정감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가군에 포함하고, 기존 나·다군을 통합해 4개 군으로 조정했다.
회계법인의 경우 규모 뿐만 아니라 품질관리수준, 손해배상능력을 모두 충족해야 상위군으로 진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상위군 요건도 강화했다. 또 품질관리수준의 차이가 크지 않은 현행 나·다·라군을 2개군으로 통합 조정해 기업군과 동일하게 4개 군으로 운영한다.
아울러 감사인 지정제 점수 부과시 회계사수를 기반으로 한 점수 골격은 유지하되, 가감점수에 품질관리감리결과 등 감사품질 관련 사항을 대폭 반영하기로 했다.
중견회계법인 쏠림현상도 완화키로 했다. 현재는 기업이 속한 군보다 상위군의 감사인을 지정받은 경우 하위군 감사인으로 재지정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지만, 회계부정 위험이 큰 지정대상 기업(전체 지정대상의 39%)은 하향 재지정을 제한한다.
상장사 미등록 감사인의 역량도 키운다. 이제 감사품질 역량을 갖추고 있는 상장사 미등록 감사인에게 중규모 비상장사 2개사를 우선 지정해 소형회계법인의 감사인 지정제도 소외현상을 완화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감사인 지정제 전반에 대한 개선 여부는 운영 성과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사회적 논의 과정을 충분히 거쳐 검토할 것"이라면서 "8월중 학계·기업·회계업계가 모두 참여하는 '회계개혁 평가·개선 추진단'을 구성해 실무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e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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