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서 넘어져 숨졌는데 병원 잘못 없다는 판결?

에디터 2022. 7. 1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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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A 씨는 흉부 엑스레이 검사를 받다가 식은땀을 흘리며 갑자기 뒤로 넘어졌다.

첫 의료진이 이러한 사실을 후속 의료진에게 제대로 알렸다면 A 씨의 경련 증상에 대해 뇌출혈을 예상하고 곧바로 뇌 CT 검사 등의 조치를 취했어야 할 것으로 보고, 병원측의 주의의무위반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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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수의 의료&법] 분업·협업 시 의료진의 주의의무
의료진의 분업 협업 때 의료사고의 시금석이 될 판결이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환자 A 씨는 흉부 엑스레이 검사를 받다가 식은땀을 흘리며 갑자기 뒤로 넘어졌다. 4시간 뒤 양쪽 팔다리에서 약 10초간 경련이 일어났다. 이후 A 씨를 담당하게 된 의사 B 씨는 흉부 엑스레이 검사를 담당한 의사로부터 A 씨가 넘어졌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전달받지 못했다. 의사 B 씨는 경련 증상만 보고 즉시 뇌 CT 검사를 시행하여야 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해 항경련제만 투여하고 뇌 CT 검사는 시행하지 않았다. A 씨는 다음날 낙상사고 19시간만에 뇌 CT 검사를 받았고 외상성 뇌출혈 등이 발견돼 혈종제거술을 받았지만 결국 숨지고 말았다.

A 씨의 유족은 병원측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런데 1심과 2심은 사고발생 후 A 씨를 담당한 의사 B 씨가 확인한 A 씨의 상태가 머리 손상이 의심돼 즉시 뇌 CT 검사를 실시하여야 할 상태는 아니었기 때문에 병원측의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유족으로서는 병원의 잘못이 명백해 보이지만, 책임을 물을 대상이 없다니 가슴이 타 들어갈 노릇이었다.

이 원통함은 대법원에서 어느 정도 풀렸다. 대법원은 여러 명의 의사가 분업이나 협업을 통해 의료행위를 할 때 먼저 환자를 담당했던 의사는 이후 환자를 담당할 의사에게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려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봤다. 특히 환자가 병원에서 검사나 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넘어지는 등의 사고가 생겼다면 바뀐 담당의사에게 이러한 사정을 알려 지속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살필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A 씨가 낙상하면서 머리가 바닥, 기계 등에 부딪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첫 의료진이 이러한 사실을 후속 의료진에게 제대로 알렸다면 A 씨의 경련 증상에 대해 뇌출혈을 예상하고 곧바로 뇌 CT 검사 등의 조치를 취했어야 할 것으로 보고, 병원측의 주의의무위반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여러 과목의 진료를 받게 되면 각 진료과목마다 담당의사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은 당연하고 특히 대형 의료기관의 임상현실상 동일한 진료과목에 대해 담당의사가 바뀌기도 하고, 병원을 전원하여 담당의사가 바뀌기도 한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와 같이 담당의사가 바뀌는 것을 포함해 분업 또는 협업으로 진료를 하는 현실에서 의료진 간에 환자에 대한 정보를 꼼꼼히 전달해 환자보호에 만전을 기하도록 주의를 촉구한 뜻깊은 판결로 평가된다.

에디터 코메디닷컴 (kormedimd@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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