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국, 중동 떠나지 않는다" vs. 사우디 '시큰둥'

바이든 "증산 기대"..사우디 "더이상 증산 불가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중동 순방을 빈손으로 마치고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킹 압둘아지즈 국제공항에서 워싱턴 행 전용기를 타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최서윤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중동에 방문해 이 지역을 떠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GCC)+3 정상회의(사우디,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바레인, 오만, 쿠웨이트 등 GCC+이집트, 요르단, 이라크)를 끝으로 중동 순방 일정을 마쳤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아무데도 가지 않을 것이다. 중동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이나 러시아 또는 이란이 이 공백을 채우도록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모든 사안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여전히 함께 일할 수는 있다"면서 "앞으로 몇 달 동안 석유 증산에 대해 결과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석유 증산이나 이스라엘 등 안보 협력 문제 등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우디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이 자리에서 "우리는 이미 최대 생산 가능 범위인 하루 1300만 배럴까지 증산을 계획했다"면서 "이를 넘어서기는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여기에 바이든 대통령이 순방을 마치자 사우디 측은 "석유 생산 정책에 대한 결정은 (미국이 아닌) 시장 논리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프레임워크 안에서 내려질 것"이라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에 블룸버그통신은 "사우디가 대폭 증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유국들은 오는 8월 3일 회의에서 9월 이후의 생산량을 조정할 예정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미국이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직면했다. 그리고 바이든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 안정을 위해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5일에도 빈 살만 왕세자 등 사우디 당국자들을 만난 뒤 증산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으로 (원유) 공급이 증가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우디 측에서도 이 같은 긴급성을 공감한다. 오늘 논의에 기초하면 몇 주 내로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만남은 외교관계가 악화한 사우디 왕실과 미국 행정부 사이 중대한 변화를 상징한다. 양국 관계는 지난 2018년 사우디계 언론인이자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였던 자말 카슈끄지 피살 배후로 미국이 빈 살만 왕세자를 지목한 이후 악화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카슈끄지에 대해서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국왕과는 악수하고 왕세자와는 주먹인사만 나눈 모습도 이 같은 입장을 표현한 제스처로 회자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중동 순방에 나서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걸프 협력회의(GCC)+3 정상회의'에 참석해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얘기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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