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北, 어민 송환요청한 적 없어..북측에 먼저 인수타진"

정진우 기자 2022. 7. 1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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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이임식을 마친후 나서고 있다. 2022.05.10.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국가안보실장을 지낸 정의용 전 외교부 장관이 17일 지난 2019년 북한 어민 강제 송환 사건과 관련해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전 정부 책임자에 대한 수사를 언급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당시 북한 어민들의 흉악한 범죄 행각과 귀순 의사의 진정성 여부, 추방 배경 등을 상세하게 밝혔다.

정 전 장관은 우선 북한의 요구를 받고 이들을 북으로 돌려보냈다거나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해 이들을 북송하지 않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는 "북한으로부터 먼저 이들 흉악범들을 송환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사실도 없었다"며 "다만 추방할 경우 상대국의 인수 의사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북측에 의사를 먼저 타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시 김정은 위원장의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초청을 위해 이들을 강제로 추방했다는 주장은 너무나 터무니 없다"며 "북한이 송환을 바라는 탈북민들은 이런 파렴치하고 잔인한 흉악범들 보다는 정치적 이유로 탈북했거나 귀순한 사람들일 것"이라고 했다.

정 전 장관은 일각에서 헌법에 따라 처벌을 하더라도 우리 사회에 받아들어야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우리 국내법도 이런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는 입국을 허용하지 않고 추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살인 등 비정치적 중범죄를 저지른 북한 주민이 재외 공관에서 귀순 의사를 밝히더라도 국내 이송 절차를 취하지 않을 수 있도록 법은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 추방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1991년 9월 남북한이 두 개의 독립된 주권국가로 유엔에 동시 가입한 이후 우리 헌법의 영토조항과 평화통일조항에 관해서도 대법원과 헌재에서는 남북한 관계의 이중성을 인정하고 이의 특수한 성격을 감안, 북한이나 북한 주민에 대해 외국이나 외국인의 지위에 준하여 개별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12일 통일부가 북한 어민 강제북송 관련 판문점 송환 사진 공개했다. 통일부는 통상 판문점에서 북한주민 송환시 기록 차원에서 사진을 촬영해 왔다. 이와 관련 오늘 국회 요구자료로 ‘19년 11월 발생한 북한어민 강제북송 당시 판문점을 통한 송환 사진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사진=통일부 제공) 2022.07.12. *재판매 및 DB 금지

정 전 장관은 또 자백만으로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제시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북한 지역에서 북한 주민이 다른 북한 주민을 상대로 저지른 흉악 범죄와 관련해 우리 법원이 형사관할권을 행사한 전례가 하나도 없다"며 "이들의 신원과 범죄 내용을 확인하는 것부터 이들을 처벌하고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것등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결국 이들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우리 사회에 편입될 경우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누가 보호하는가"라며 "이들이 남한에서 끔직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무슨 일이 생기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대한민국의 헌법이, 북한이탈주민 보호법이, 난민보호를 위한 국제법이 이런 살인마들을 보호하라고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이밖에 이들의 흉악 범죄 전말과 귀순 의사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범인들은 한밤중에 선원 2명을 먼저 살해한 후, 조타실에서 자고 있던 선장을 이어서 살해했다"며 "그리고 선실에서 자고 있던 나머지 선원 13명을 불침번을 교대하자면서 차례로 불러내 하룻밤 새에 모두 살해하고 시신을 바다에 유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은 범행도구를 포함한 모든 증거물을 바다에 던져버리고, 핏자국을 바닷물로 씻어낸 후 심지어 페인트칠까지 새로 해서 증거를 완벽하게 인멸했다"며 "이들은 그냥 사람 한두 명 죽인 살인범이 아니라 희대의 엽기적인 살인마들"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세종 영상으로 열린 제15회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2.04.05.

정 전 장관은 특히 "이들은 범행 후 바로 남한으로 넘어온 것도 아니다. 애당초 남한으로 귀순할 의사가 없었던 것"이라며 "이들의 진술 내용은 또 다른 공범 한 명을 북한 당국이 체포한 이후 우리 군이 입수한 첩보 내용과도 정확하게 일치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들은 동해 NLL 인근 해역에서 경고사격을 포함한 우리 해군의 통제에 불응하고 북측으로 도주하기를 사흘간 반복했다"며 "이들은 나포된 후 동해항까지 오는 과정에서 귀순 의사를 전혀 밝히지 않았다"고 했다.

정 전 장관은 입장을 번복한 현 정권을 강도높게 비판 했다. 그는 "한 부처가 신문 결과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전문가들의 조사 결과가 정권이 바뀌었다고 뒤집어질 수는 없다"며 "문재인 정부가 조사 내용을 왜곡 조작했다고 주장한다면 이들의 진술과 조사 결과를 모두 공개하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정부는 추방 직후 국회 외통위에 이러한 내용을 바로 보고하고 언론에도 공개했다"며 "특히 국회 정보위에서는 이들의 나포 과정, 합신 내용과 추방하기로 결정한 배경과 법적 근거 등을 비공개로 상세히 보고했는데 당시 일부 야당(현 국민의힘) 의원들도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끝으로 "당시 공직자로서 법과 절차에 따라 국민 보호를 위해 최선의 결정을 했 때문에 아무 것도 거리낄 것이 없다"며 "그러나 새로운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현 정부가 기존의 판단을 어떤 이유로 또 어떤 과정을 통해 번복했는지도 특검과 국정조사에서 함께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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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기자 econph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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