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TOP3' 노리는 삼성전기 부산 공장.."품질이 초격차 만든다"

부산=오진영 기자 2022. 7. 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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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 부산 사업장 전경. / 사진 = 삼성전기 제공


"품질과 타협은 없다. 작은 이물이 큰 불량이 된다."(삼성전기 부산 사업장 내 문구)

14일 부산 강서구 삼성전기 사업장.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공장 안에서 흰색 방진복을 입은 인력들이 바삐 오갔다. 삼성전기는 국내 최대 규모의 부산 공장에서 첨단 반도체 패키지 기판인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를 생산한다. FC-BGA는 반도체와 메인보드를 연결해 주는 혈관 역할을 하는 부품으로, 8만평 규모의 부산 사업장에서는 하이엔드(고품질) 제품이 집중 생산된다.

이날 가본 이곳 공장에서는 주요 공정에 투입된 엔지니어들이 분주히 FC-BGA를 제조하고 있었다. FC-BGA 제조 공정은 반도체 제조 공정과 흡사해 모든 인력이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국가 보안시설을 연상시키는 삼엄한 경계 속에 휴대전화와 노트북 카메라에 보안 유지 스티커를 붙이고, 방진복을 착용한 뒤 이중 삼중의 검문을 거쳤다. 공장 내부에 들어갈 때에는 이물(먼지) 방지를 위해 20초간의 에어샤워를 마친 뒤 입장해야 한다.

FC-BGA는 수십단계의 공정을 거쳐 고객사에 최종 납품된다. 삼성전기는 패키지 기판의 뼈대 역할을 하는 코어를 제거해 훨씬 얇고 빠른 정보 전달을 가능케 하는 '코어리스' 기술에 강점을 갖고 있다. 또 모바일용 메인보드나 메모리에 비해 높은 수준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서버·네트워크용 제품의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경쟁력 있는 수준의 FC-BGA를 만든다.

하이엔드 거점인 부산 사업장이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은 고품질 유지를 통한 경쟁력 확보다. 현장 근무 인력들은 생산 공정 내 기능 불량 검출과 품질 검증을 위해 수십대의 설비로 여러 차례 검증을 하는 공정을 거친다. 사업장 곳곳에는 '고객의 신뢰를 얻기는 어렵지만, 잃기는 쉽다' '불량과의 전쟁' 등 품질을 강조하는 문구가 붙어 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기능이 불량하거나 저품질의 제품 검출은 FC-BGA 제조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전기가 생산하는 반도체 패키지 기판. / 사진 = 삼성전기 제공


삼성전기가 FC-BGA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패키지 기판 시장이 반도체 수요 확대 바람을 타고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패키지 기판은 올해 113억 달러(한화 약 15조원)에서 연평균 10% 수준으로 성장해 2026년에는 170억달러(약 22조 5000억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서버·네트워크·전장 등 기술 진입장벽이 높은 부문에서 일본 이비덴과 신코덴키, 대만 유니마이크론 등 글로벌 업체와의 경쟁이 치열하다.

FC-BGA 시장에서 국내 1위·세계 3~4위(생산 능력 기준)인 삼성전기는 부산 사업장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투자로 초격차를 유지해 글로벌 '톱3'자리를 공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기는 지난달 부산 공장과 세종, 베트남 법인의 FC-BGA 시설 구축에 3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 지난해 말 베트남 생산공장에 1조 1000억원 규모의 금액을 투자하기로 한 데 이어 FC-BGA에만 1조 4000억원을 쏟아붓는 것이다.

삼성전기가 투자를 늘리면서 부산 사업장 내 추가 고용이 이뤄지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 부산사업장은 부산시는 물론 김해·창원·거제 등 여러 개의 대학이 있는 경남 지역 주요 도시와 40분 내 거리에 위치해 있어 핵심 인력을 공급받기 용이하다. 삼성전기는 부산에서 가장 큰 고용효과를 가진 부산 사업장 내 FC-BGA 공장 추가 확장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삼성전기는 23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제품 양산이 시작되는 베트남 사업장과 서버·네트워크 등 하이엔드 패키지 기판을 만드는 부산 사업장을 양 날개로 사업성이 높은 FC-BGA에 집중한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빅테크 기업들이 핵심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고 칩 생산에 나서면서 패키지 기판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차세대 패키지기판 기술인 SoS 등을 토대로 패키지 기판 사업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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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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