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北 어민, 16명 살인 자백..법적으로 추방 가능"

주재현 기자 2022. 7. 1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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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순 2명, 16명 살해 후 공범 잡히자 도주"
"비정치적 중대범죄자는 귀순 대상 아냐"
"우리 법원이 재판 불가..형사관할권 없어"
"자필 귀순의향서는 형식적 절차에 불과"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 연합뉴스
[서울경제]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7일 북한 어민 귀순 사건 논란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귀순 어민들이 16명을 선상 살해한 중범죄자이므로 귀순 진정성을 인정할 수 없고 이 사실을 대북 첩보와 당사자 자백을 통해 교차 검증했다는 내용이다. 정 전 안보실장은 이런 경우 귀순을 허용하지 않고 추방해도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정 전 안보실장은 여권에서 특검과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에도 “거리낄 것 없다”고 말했다.

정 전 안보실장은 이날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배포한 입장문에서 “비정치적인 중대범죄자는 국제법상으로도 난민으로 간주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초청하기 위해 탈북 어민들을 강제 귀순시켰다는 주장에도 반박했다. 그는 “북한이 송환을 바라는 탈북민은 이런 파렴치하고 잔인한 흉악범이라기보다 정치적 이유로 탈북하거나 귀순한 사람들”이라며 “북한이 먼저 송환을 요청한 사실도 없다. 추방을 할 경우 상대국 인수 의사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북측에 의사를 타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 안보실장은 북송된 탈북 어민 2명의 범죄 행각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했다. 정 전 안보실장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0월 이들 2명과 다른 한 명의 선원은 북한 함경북도 김책항에서 출발해 어로 활동을 하던 중 선장을 포함해 선원 16 명을 망치와 도끼로 잔인하게 살해했다. 이들은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한밤 중 선수와 선미에서 근무 중이던 2 명의 선원과 조타실의 선장을 살해한 뒤 나머지 13명을 불침번 교대를 빌미로 차례대로 불러 살해한 뒤 시신을 바다에 유기했다. 이후 이들은 바로 귀순하지 않고 도피 자금을 마련해 북한 자강도 내륙으로 도망하려 했으나 이 과정에서 공범 한 명이 붙잡히자 급히 바다로 도주했다. 정 전 안보실장은 “이 내용은 이들이 합동 신문 과정에서 자백한 내용으로 우리 군이 입수한 첩보 내용과도 정확히 일치했다”며 “범행 후 바로 남한으로 넘어온 것도 아닌 것으로 보아 애당초 귀순 의사가 있던 것도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전 안보실장은 탈북 어민 2명을 추방한 것이 합당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각에서 이들을 헌법에 따라 귀순자로 우리 사회에 받아들여야 했다고 주장하지만 국내법도 이런 중대한 범죄자는 입국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역시 지난 1991년 남북이 UN에 동시 가입한 이후 남북한 관계의 이중성을 인정해 북한 주민에 대해 외국인처럼 개별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고 부연했다. 정 전 안보실장은 “국내 사법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지금까지 북한 지역에서 북한 주민이 다른 북한주민을 상대로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 우리 법원이 형사관할권을 행사한 전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정 전 안보실장은 탈북 어민 2명의 귀순 의사 진성성도 믿을 수 없는데다 당시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도 정부의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합동신문에는 여러 부처와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이 조사 결과가 정부가 바뀌었다고 뒤집힐 수 없다”며 “이들은 공범이 잡히자 무작정 도피했을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전 안보실장은 “이들은 동해 북방한계선 인근에서도 우리 해군의 통제에 불응하고 북측으로 도주하기를 사흘간 반복했다”며 “나포된 뒤 동해항에 오는 과정에서도 귀순 의사를 전혀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합동신문 과정에서 이들이 자필로 귀순의향서를 작성한 것에는 “신문 과정에서 통상적인 절차로 귀순 의사를 확인하는 단계에서 의향서를 제출한 것”이라며 “정부는 이들이 귀순 의사를 표명한 시점이나 방식에 비춰 진정성 없은 귀순 의사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음은 정 전 안보실장 입장문 전문.

흉악범 추방 사건에 대한 입장문(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 △ 흉악범들의 범죄 행각 2019년 10월 중순 함경북도 김책 항에서 출발하여 동해 북한 해역에서 어로 작업 중이던 북한 어선에서 세 명의 젊은 선원들이 선장을 비롯한 동료 선원 16명을 망치와 도끼로 잔인하게 살해한 범죄 행위가 발생하였다. 범인들은 한밤중에 선수와 선미에서 야간 근무 중이던 선원 2명을 먼저 살해한 후, 조타실에서 자고 있던 선장을 이어서 살해하였다. 그리고 선실에서 자고 있던 나머지 선원 13명을 불침번을 교대하자면서 차례로 불러내 하룻밤 새에 모두 살해하고 시신을 바다에 유기하였다. 이들은 범행도구를 포함한 모든 증거물을 바다에 던져버리고, 핏자국을 바닷물로 씻어낸 후 심지어 페인트칠까지 새로 해서 증거를 완벽하게 인멸하였다. 이들은 그냥 사람 한두 명 죽인 살인범이 아니라 희대의 엽기적인 살인마들이다. 범행 이유는 선장의 가혹 행위에 대한 보복이었다. 다른 선원들은 범죄 사실이 발각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들은 범행 후 바로 남한으로 넘어온 것도 아니다. 애당초 남한으로 귀순할 의사가 없었던 것이다. 이들은 범행 후 “죽어도 조국에서 죽자”라고 하면서, 자기들의 동료들이 잡은 오징어를 팔아서 도피 자금을 마련하여 북한 내륙 자강도의 깊은 산속으로 도망가기로 모의하였다. 이들은 범행 후 실제로 김책 항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도피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공범 한 명이 북한 당국에 체포되었다. 나머지 두 명은 다시 바다로 황급히 도주하여 NLL 인근에서 월선을 반복하다가 우리 해군 특전요원들에 의해 나포되어 압송된 것이다. 이것이 이들이 합동 신문 과정에서 자백한 내용이다. 이들의 진술 내용은 또 다른 공범 한 명을 북한 당국이 체포한 이후 우리 군이 입수한 첩보 내용과도 정확하게 일치하였다. △귀순 의사의 진정성 결여 합신에는 여러 부처와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한 부처가 신문 결과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이런 업무에 경험이 많고 전문성이 있으며 역량있는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이런 전문가들의 조사 결과가 정권이 바뀌었다고 뒤집어질 수는 없다. 이들 흉악범들은 탈북민도 아니고 귀순자도 아니다.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하다 붙잡힌 자들이다. 이들은 공범 한 명이 잡히자 무조건 해상으로 도주했던 것이다. 이들은 동해 NLL 인근 해역에서 경고사격을 포함한 우리 해군의 통제에 불응하고 북측으로 도주하기를 사흘간 반복하였다. 사전에 입수한 첩보로 이들의 범죄 행각을 파악하고 있던 우리 군은 해군 특전요원들을 현장에 급파하여 이들을 제압, 나포하여 동해항으로 압송한 것이다. 이들은 제압당할 당시 자포자기한 듯한 태도로 “죽어도 웃으면서 죽자”고 했다. 이들은 나포된 후 동해항까지 오는 과정에서 귀순 의사를 전혀 밝히지 않았다. 합신과정에서 통상적 절차인 귀순 의사를 확인하는 단계에서 우리 합신 팀에 귀순의향서를 제출했던 것이다. 정부는 이들의 귀순 의사 표명 시점이나 방식 등에 비추어 이들의 의사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도저히 통상의 귀순 과정으로 볼수 없었다. 그리고 관련 부처 간 협의를 거쳐 우리 법에 따라 북한으로 추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당시 통일부의 대국회 보고자료에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전체 조사 내용은 국정원에 보존되어 있다. 문재인 정부가 조사 내용을 왜곡 조작했다고 주장한다면 이들의 진술과 조사 결과를 모두 공개하면 될 일이다. △추방 배경 이들을 우리 헌법에 따라 탈북민으로, 또는 귀순자로 우리 사회에 그대로 받아들여야만 했다고 일부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국내법도 이런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는 입국을 허용하지 않고 추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살인 등 비정치적 중범죄를 저지른 북한 주민이 재외 공관에서 귀순 의사를 밝히더라도 국내 이송 절차를 취하지 않을 수 있도록 법은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 추방하는 셈이다. 91년 9월 남북한이 두 개의 독립된 주권국가로 유엔에 동시 가입한 이후, 우리 헌법의 영토조항과 평화통일조항에 관해서도 대법원과 헌재에서는 남북한 관계의 이중성을 인정하고, 이의 특수한 성격을 감안, 북한이나 북한 주민에 대하여 외국이나 외국인의 지위에 준하여 개별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비정치적인 중대범죄자는 국제법 상으로도 난민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더구나 당시 김정은 위원장의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초청을 위해 이들을 강제로 추방했다는 주장은 너무나 터무니 없다. 북한이 송환을 바라는 탈북민들은 이런 파렴치하고 잔인한 흉악범들 보다는 정치적 이유로 탈북했거나 귀순한 사람들일 것이다. 그리고 북한으로부터 먼저 이들 흉악범들을 송환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사실도 없었다. 다만 추방할 경우 상대국의 인수 의사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북측에 의사를 먼저 타진한 것이다. △자백만으로 처벌 불가능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이런 흉악범들도 우리 국민으로서 국내 사법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들의 자백만으로는 사실상 처벌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지금까지 북한지역에서 북한주민이 다른 북한 주민을 상대로 저지른 흉악 범죄와 관련하여 우리 법원이 형사관할권을 행사한 전례가 하나도 없다. 이들의 신원과 범죄 내용을 확인하는 것부터 이들을 처벌하고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것등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결국 이들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우리 사회에 편입될 경우,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누가 보호하는가? 이들이 남한에서 끔직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무슨 일이 생기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그래서 우리 대법원과 헌재도 북한과 북한 주민에 대한 개별법 적용과 관련하여 현실적인 판시를 내린 것 아닌가? 대한민국의 헌법이, 북한이탈주민 보호법이, 난민보호를 위한 국제법이 이런 살인마들을 보호하라고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고 본다. △맺는말 당시 정부는 추방 직후 국회 외통위에 이러한 내용을 바로 보고하고 언론에도 공개하였다. 특히 국회 정보위에서는 이들의 나포 과정, 합신 내용과 추방하기로 결정한 배경과 법적 근거 등을 비공개로 상세히 보고하였다. 이에 당시 일부 야당 의원들도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하였다. 아무리 전 정권을 부정하고 싶더라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여러 부처가 협의하여 우리 법에 따라 결정하고 처리한 사안을 이제 와서 관련 부처들을 총동원하여 번복 하는 것은 스스로 정부 체제를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다. 최근 이 사건과 관련하여 특검과 국정조사를 추진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당시 공직자로서 법과 절차에 따라 국민 보호를 위해 최선의 결정을 하였기 때문에 아무 것도 거리낄 것이 없다. 그러나 새로운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현 정부가 기존의 판단을 어떤 이유로 또 어떤 과정을 통해 번복했는지도 특검과 국정조사에서 함께 밝혀져야 할 것이다.
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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