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LG그룹 창업주 일가..189억 양도세 취소소송도 1심 승소

[theL] "한국거래소 매매, 특정인 사이 거래 아냐"

주식 관련 탈세 혐의로 189억대 양도소득세를 부과받은 범LG그룹 창업주 일가가 형사재판 무죄 확정 이후 조세 불복소송 1심에서도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세무서 5곳을 상대로 양도소득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한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등 범LG그룹 일가 10명에게 지난달 16일 승소 판결했다. 구본능 회장 외에도 구본길 전 희성전자 사장,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둘째딸 구미정, 구본무 전 회장의 여동생 구훤미씨, 구훤미씨의 아들 김주영씨와 딸 김서영씨 등이 원고에 포함됐다.

구 회장 등은 2007년부터 2015년 사이 LG그룹 관련 보유주식 362만여주를 한국거래소에서 장내 거래매매로 양도하고 당시 거래가액을 기준으로 양도소득세를 신고·납부했다. 이들은 서로 비슷한 시간대에 유사한 가격대와 수량으로 매도·매수주문을 냈다.

세무서들은 특수관계인 간의 거래라며 189억여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주식시가와 실거래가액의 차액 453억여원을 부당하게 과소신고했다는 취지다. 장기부과제척기간 10년과 부당과소신고 가산세율 40%가 적용됐다.

일가 측은 법정에서 당시 거래에 대해 △한국거래소의 장내 경쟁매매로 체결됐으므로 특수관계인 간 거래가 아니고 △저가 양도도 아니며 △사회통념상 비정상적인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당시 거래에 대해 "거래소 내 경쟁매매방식의 특성에 비춰 특정인 간의 거래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주식시가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주일가의 소유 주식을 매매하려 했던 것으로 보일 따름"이라고 밝혔다.

앞서 구 회장 등은 탈세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형사재판에 넘겨지기도 했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6월 무죄를 확정한 바 있다.

형사사건 1심은 일가에 대해 "제3자가 그 주식거래에 개입하는 것을 막으려고 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거래소 경쟁매매의 특성상 이를 막을 수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특수관계인 간의 부당행위 계산의 특징인 '거래의 폐쇄성', '특수관계에 기초한 가격결정', '경제적 이익의 분여' 등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당시 판결에 항소·상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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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호 기자 shsung@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