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발신번호 국내로 속이는 보이스피싱 범죄 기승

구교형 기자 2022. 7. 17.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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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9679건..전년 동기 대비 3012% 증가
현금수거책 모집 위한 '가짜 근로계약서' 만연
보이스피싱 일러스트.

올 상반기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로 하루 평균 25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발신번호를 국내 번호인 것처럼 속이는 ‘번호 변작(변조) 중계기’를 활용한 범행이 크게 증가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17일 올해 1~6월 적발한 전화금융사기는 총 1만2401건으로 피해 규모는 3068억원, 검거한 피의자는 총 1만1689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발생 건수는 30.4%, 피해액은 29.5%, 검거인원은 5.9% 줄었다. 하지만 피해 규모는 월평균 511억원, 하루 평균 25억원(주말 제외)으로 여전히 큰 상황이다.

국가수사본부는 보이스피싱 범행에 주로 이용되는 범행수단 8가지를 선정해 지난 4∼6월 특별단속을 벌였다. 8대 범행수단은 대포폰, 대포통장, 전화번호 변작 중계기, 불법 환전, 악성앱, 개인정보 불법유통, 미끼문자, 거짓 구인광고다.

전년 같은 기간 단속 결과와 비교하면 번호 변작 중계기 적발건수가 9679건으로 3012% 폭증했다. 번호 변작 중계기는 해외 발신 전화번호를 국내 휴대전화처럼 ‘010’ 번호로 둔갑시키는 장비다.

경찰은 변작 중계기가 다수의 유심(USIM)칩을 장착한 심박스(SIM Box) 형태에서 휴대전화로 대체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밝혔다. 또 숙박업소 등에 기기를 고정하는 방식 외에 차량이나 오토바이에 싣고 다니는 이동형 장비가 다수 발견되는 등 범행 수법이 지능화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부산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해외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공모해 국내에서 발신번호 변작 중계소를 관리한 피의자 50명이 검거됐다.

경찰은 각종 구직사이트에 대량의 가짜 구직광고를 게시하고, 게시글을 보고 연락한 사람에게 가짜 근로계약서를 제시하고 현금수거책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 3∼5월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구직사이트 기업회원 계정을 받아 ‘고수익 알바, 당일지급’을 빙자해 현금수거책 모집광고 4237건을 게시한 16명을 붙잡았다.

또 경찰은 전화금융사기 예방을 위해 수사·형사·112·지역 경찰 공동으로 신고접수에서 현장출동 및 피해예방, 피의자 검거까지 이어지는 ‘원스톱 대응체계’를 구축했다. 아울러 통신업계와 협의해 범죄에 이용된 전화번호가 이용중지되도록 하고 있다.

경찰은 또한 대면편취형 특성상 피해자가 금융기관 창구에서 피해금을 출금하는 것에 착안해 금융기관에 적극적 신고를 요청한 결과 금융기관 직원의 112 신고가 활성화돼 올 상반기에만 670억원의 피해를 예방했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화금융사기 수법이 계속 고도화되고 피해액이 여전히 월 500억원에 이르는 만큼 절대로 방심하면 안 된다”며 “검찰, 금융위, 금융감독원 등 범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공동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이스피싱 범행수단 단속에 따른 범죄 발생 추이. 경찰청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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