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위 출범]③교육부와 업무영역 불분명..갈등 불가피

김정현 2022. 7. 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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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대통령·정부·여당 몫 위원만 과반수 넘을 수 있는데
재적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극단 갈등" 우려
"위원들, 안건 결정하지 말고 숙의 과정에 맡겨야"

[서울=뉴시스] 자율형 사립고 등 존폐 문제는 사회적 갈등이 첨예한 교육분야 정책 중 하나다. 사진은 특권학교 폐지를 촉구하는 전국교육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4월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고, 외고, 국제고 폐지를 촉구하는 모습. (사진=뉴시스DB). 2022.07.17. 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김정현 김경록 기자 = 국가교육위원회는 대통령 소속이지만 업무와 인사, 예산에 대한 독립성을 법적으로 인정 받는다. 하지만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

17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오는 21일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직제와 예산 확정을 위해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이다.

국가교육위가 출범하면 의결기구인 21명 정원의 위원회를 비롯해 사회 의견을 수용하는 국민참여위원회를 500명 이내로 구성하게 될 예정이다.

또 업무에 따라 최대 21명 규모의 전문위원회(교육과정의 경우 최대 45명), 특별위원회를 각각 둘 수도 있지만 몇 개를 설치할 지는 위원회가 정할 전망이다.

교육부는 현재 사무처 직원이 몇 명일지를 놓고 행정안전부와 직제 제정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출범 당시 위원장의 직위는 장관급, 다른 상임위원 2명의 직위는 차관급으로 검토돼 왔지만 역시 협의 대상이다. 국가교육위 사무처장은 고위공무원이지만 실장(1급)일지 국장급일지 역시 정해지지 않았다.

국가교육위가 올해 하반기 예산을 얼마나 쓸 수 있을지도 기획재정부와 교육부의 협의에 따라 정해진다. 협의가 모두 끝나야 완전한 출범이 가능할 전망이다.

협의가 끝난 후 국가교육위는 인사와 예산, 업무에 대해서는 법에 근거해서는 적어도 독립성이 보장된다.

위원장은 예산에 관해 중앙관서의 장으로 여겨지고, 국회와 국무회의에 나가 발언할 수 있다. 사무처에서 일할 직원 임용에 대해서도 중앙관서의 장관으로 여긴다. 소관 업무에 대해서는 '그 소관에 속하는 업무를 독립해 수행한다'는 조항이 설치법에 명시돼 있다.

문제는 위원장이 누가 되느냐, 또 의결기구인 위원회 정원이 정부와 여당에 유리하게 구성돼 있지 않느냐는 데에서 출발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설치법을 통과시킬 당시에 현재 여당인 국민의힘이 반발한 이유다.

법에 따르면 위원 21명 중 9명은 국회에서 추천하고 대통령이 5명을 지명한다. 교원 관련 단체에서 2명,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와 전문대교협에서 각 1명씩 2명, 시도지사 협의체가 1명을 추천한다. 교육부 차관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도 당연직으로 포함된다.

위원장은 상임위원 3명 중에서 대통령이 정하는데 상임위원 추천권은 국회가 2명, 대통령이 1명을 갖는다. 대통령이 자신이 지명한 상임위원을 위원장으로 임명할 수 있는 셈이다.

[서울=뉴시스] 김영란(현판 왼쪽)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 위원장과 신인령(현판 오른쪽) 국가교육회의 의장을 비롯한 공론화 위원들이 지난 2018년 5월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방송통신대학 나눔관에서 현판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2.07.17. photo@newsis.com


일단 6·1지방선거 시도지사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한 점을 고려하면 정부·여당 추천인 또는 당연직은 21명 중 과반(11명)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지명한 5명, 여야가 추천권을 동수로 배분할 경우 4명, 시도지사 협의체 추천자와 교육부 차관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대통령이 특별한 의지를 갖고 정치로부터 중립을 지킨 전문가들로 위원을 구성해 '우리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의지를 표명하지 않는 한 정치적 독립은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교육 분야 이해당사자들을 대표하는 위원들로 채워지고 있는 위원회가 정작 의결은 '재적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하게 한다는 점도 오히려 갈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는 "타협과 대승적 문화가 부족하다면, 마치 최저임금위원회처럼 극단적인 갈등으로만 갈 수 있다"며 교육 분야 전문성을 띄고 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위원으로 추천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국가교육위와 교육부의 업무 영역 구분이 불분명해 협력이 아닌 갈등 관계가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교육부에 따르면 국가교육위는 교육과정 기준과 내용을 정하고 고시하는 업무만 넘겨 받는다. 10년 단위 국가교육발전계획과 국민의견 수렴·조정 업무는 새로 생기는 국가교육위의 고유한 업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가교육발전계획은 대통령의 임기보다 그 주기가 긴 10년이며, 계획이 정해지면 교육부는 물론 시도교육청과 지자체도 이를 따르도록 돼 있다.

이전 정권에서 만든 국가교육발전계획을 다음 정부의 다른 정파적 성향을 가진 교육부나 그 장관이 순순히 따를 지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서남수 전 교육부 장관과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는 저서 '대입제도 신분 제도인가? 교육 제도인가?'에서 이를 지적하며 "국가교육위와 교육부는 권한 분쟁의 당사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며 "권한과 책임의 소재를 분명하게 정하는 것이 정부 조직의 기본 원칙인데 두 기관의 권한과 책임 분담은 명확하지 않다"고 적었다.

하지만 꼭 국가교육위와 교육부의 기능을 무 자르듯 해야 하느냐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국가교육위와 유사한 해외 사례를 보면 기능이 겹치는 경우도 있다.

2018년 국가교육회의 의뢰로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낸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방안 연구'(책임연구원 김신일)에서는 핀란드의 '국가교육청'을 소개한다.

[서울=뉴시스] 2018년 문재인 정부의 국가교육위원회가 대입제도 공론화를 놓고 논란이 계속됐다. 사진은 2018년 5~6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렸던 집회. 왼쪽부터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국가교육회의 2022학년도 대입개편 공론화 범위 발표 비판 기자회견',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의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의제 수시·정시 비율 포함 촉구 기자회견. (사진=뉴시스DB). 2022.07.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보고서에 따르면 핀란드에는 우리 교육부에 상응하는 교육문화부가 있고 국가교육청이 산하기구로 존재한다. 국가교육청은 15명의 이사회로 구성되며 정치인, 학생 대표, 교원노조 대표, 기업 대표 등이 참여한다.

연구진은 "국가교육청은 일종의 전문가 집단으로서 정치세력들에 의해 합의된 교육의 기본 가치나 철학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교육 정책의 개발과 집행을 담당한다"며 "실질 기능 또한 한국 교육부의 기능과 매우 중복적"이라고 설명한다.

박남기 교수는 "국가교육위를 구성하는 위원들이 사회적 갈등이 첨예한 안건을 자신들이 결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논의할 때 누구를 참여시켜서 어떤 절차와 과정을 거칠 지를 정해줘야 한다"며 "결정 방식이 누가 봐도 합리적이라고 가정하면 좌우 양쪽 누구도 그 결정에 반대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핀란드도 갈등이 심했지만 (사회적 숙의 등) 과정을 거치면서 극복됐다"며 "정권이 자기 마음대로 교육 정책을 결정하는 것보다는 공개적으로 숙의하는 과정을 거치도록 한 것 자체만으로도 일단은 한 발 앞선 진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knockro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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