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 혐의 벗은 LG 사주 일가, 추가 양도소득세 189억원도 취소

최민영 2022. 7. 17.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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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지(LG)그룹 사주일가의 주식 거래에 부과된 189억원의 양도소득세는 취소돼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에 거래 주식 중 287만4816주에 소득세법상 '부당행위계산 부인 규정'을 적용해 양도소득세를 추가로 부과하기로 하고 189억원의 세금을 추가로 고지했다.

검찰도 엘지그룹 사주일가가 이 사건 주식거래를 특수관계인 간의 주식거래가 아닌 것처럼 꾸며 156억원의 양도소득세를 탈루했다고 보고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 회장 등 원고들을 재판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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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엘지(LG) 사옥. 엘지 제공

엘지(LG)그룹 사주일가의 주식 거래에 부과된 189억원의 양도소득세는 취소돼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해당 주식 거래가 부당한 거래라고 볼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사건과 관련된 형사재판은 지난해 6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된 바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이주영)는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을 포함해 엘지그룹 사주일가 8명과 주식회사 엘지의 전현직 재무관리팀장이 용산세무서장 등 세무당국을 상대로 낸 양도소득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엘지그룹 사주일가인 원고들은 ‘주식회사 엘지’와 ‘엘지화학’의 최대주주 또는 특수관계에 있는 주주들이다. 이들은 2007년부터 2015년까지 보유하고 있던 엘지그룹의 주식 362만7041주를 한국거래소의 장내 거래매매 방식으로 서로 사고팔았다. 양도차익과 관련한 양도소득세는 거래가액을 기준으로 신고, 납부했다.

이후 과세당국은 원고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통해 엘지의 전·현직 재무관리팀장의 주도 하에서 ‘통정매매’로 의심되는 거래를 한 정황을 확인했다. 양도인인 원고들 명의로 매도주문을 내면, 동시에 엘지그룹 사주일가의 다른 구성원 명의로 비슷한 수량·호가의 매수주문을 내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이에 거래 주식 중 287만4816주에 소득세법상 ‘부당행위계산 부인 규정’을 적용해 양도소득세를 추가로 부과하기로 하고 189억원의 세금을 추가로 고지했다. 그룹차원에서 거래에 관여한 정황이 있고 거래 당사자들이 모두 사주일가이기 때문에, 당초 매매가액을 무시하고 과세당국이 다시 양도소득세를 계산해 추가 세금을 부과한 것이다.

검찰도 엘지그룹 사주일가가 이 사건 주식거래를 특수관계인 간의 주식거래가 아닌 것처럼 꾸며 156억원의 양도소득세를 탈루했다고 보고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 회장 등 원고들을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2019년 9월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당시 재판장 송인권)는 △거래소 시장 내 경쟁매매로 이뤄진 주식 거래는 특수관계인 간의 거래에 해당하지 않아 소득세법상 부당행위계산 부인 규정이 적용될 수 없고 △원고들의 매매방식을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라고 볼 수도 없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단은 지난해 6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구 회장 등 원고들은 과세당국의 처분에 불복해 2020년 9월 행정소송을 냈다. 이 사건 주식 거래가 한국거래소 시장 안에서 경쟁매매로 이뤄진 주식거래라 추가 세금을 부과한 처분이 부당하는 취지다. 원고들은 △이 사건 거래는 특수관계인 간 거래가 아니고 △장내 경쟁매매방식으로 이뤄진 이사건 주식의 매매 가액은 실지거래가액 해당하므로 원고들이 이 사건 주식을 저가에 양도한 것도 아니며 △사회통념 등에 비추어 경제적 합리성이 없는 비정상적인 것이라고 볼 수도 없으므로 부당행위계산 부인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원고 쪽 주장을 받아들이고, 추가로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만 거래라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거래소 시장의 경쟁매매에서는 다른 투자자를 배제하고 주문할 방법이 없고, 지정한 호가대로 거래가 100% 체결된다는 보장도 없으며, 증권회사나 매도인이 거래 상대방을 확인할 방법도 없다”며 “이런 특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주식거래는 특정인 간의 매매로 보기 어려워 경쟁매매로서의 본질을 상실했다거나 경쟁매매로 보기 어려울 정도라는 점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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