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 젖은 고문실 청소까지..매우 두려웠다" 러軍 납치됐던 우크라 소년 증언
고향을 탈출하다 러시아군에게 납치돼 수감됐던 우크라이나 소년이 90일 만에 아버지와 재회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이하 현지시각) 블라드 부랴크(16)와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지역 군사행정 책임자의 아들인 블라드는 지난 4월 초 고향인 멜리토폴을 탈출하려다 러시아 군인들에게 납치됐었다.
블라드는 러시아군이 자신을 자포리자주 바실리우카 지역의 감옥으로 데려갔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 며칠 동안은 독방에 감금됐다”며 “감방 안에 앉아있으면서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왜 이곳에 있고, 언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블라드는 수감된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을 때, 20대 초반의 남성이 자신과 같은 감방으로 옮겨졌다고 했다. 그는 이 남성이 구타당하고 감전되는 등 고문당하는 소리를 들었으며, 이 남성이 “계속 고문을 당하느니 이 땅을 떠나야겠다”고 말한 뒤 양철 깡통을 이용해 극단적 시도를 했다고 말했다. 블라드는 이 남성이 의식을 잃어가는 동안 그의 손을 잡고 곁에 앉아있었다. 경비원이 숨을 거두려는 그를 발견해 의료진을 불러 데려갔다. 그러나 블라드는 이 남성이 목숨을 건졌는지는 끝내 알아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블라드는 이후 홀로 감방에 남겨졌고, 다른 수감자들이 고문당했던 방을 청소하도록 강요받았다고도 밝혔다. 그곳에는 피에 젖은 의약품들이 있었다고 한다. 블라드는 “나는 감정이 없었다. 의약품들을 모두 병에 담았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했다”며 “나는 공격성을 전혀 드러내지 않았고, 그랬기 때문에 그들은(러시아 군) 내게 같은 짓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라드는 잔인하고 무서운 장면들을 목격하고도 아무렇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그는 “그 순간 나도 내 스스로를 구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했다”며 “하지만 속으로는 극도로 두려웠다. 나는 충격 받았다. 마치 내 안의 모든 것이 불타버린 것 같았다”고 공포를 호소했다.
블라드는 약 7주간 감옥에서 지낸 뒤, 나은 조건의 시설로 옮겨졌다고 한다. 그는 그곳에서 정기적으로 목욕을 할 수 있었고, 아버지에게 전화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아버지를 다시 볼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었고, 속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은 없다’, ‘나는 나갈 것이다’라는 두 문장만 계속해서 외웠다고 했다.
블라드의 아버지 올레그 부랴크는 지난 4일 한 러시아 협상가로부터 ‘블라드를 석방할 준비가 됐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부랴크는 그 과정에서 러시아 측이 지시한 세부사항이 있었고, 일부는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올레그는 러시아 점령지와 맞닿은 곳 근처 도로에서 블라드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올레그는 “블라드가 납치됐을 때 내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며 “그리고 다시 아들을 품에 안았을 때 찢겨진 조각이 다시 돌아온 것 같았다”고 심경을 전했다.
블라드는 “나는 그 어떤 것도 잊고 싶지 않다”며 “다른 사람들에게 이 모든 것을 말하고, 다른 이들이 이 사실을 알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WP는 블라드가 진술한 내용을 독자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우크라이나인들의 강제 실종을 추적하는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블라드의 증언이 석방된 다른 피해자들의 증언과 일치하며 고문은 감옥에서 ‘일반적인 관행’이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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